[시리즈 연재] 휴전... 만사 오케이?
만사 오케이!... 라고 생각했으면 급하게 글을 쓰지도 않았겠죠 ㅎㅎ 심각한 조울증에 걸려있는 시장은 휴전 소식에 폭발적으로 반응했지만, 이 반응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봅니다.
3월 16일에 업로드한 아티클에서 미국증시는 상황에 따라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었죠. 이번 휴전 소식으로 숏스퀴즈가 순간적으로 터지면서 시장은 극적으로 반응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폭발적 반응이 길게 이어질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럼 휴전협상이 시작되었으니 이란 사태는 이제 과거로 치부해버려도 될까...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유 1. 에너지 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남아있다.
이유 2. 양측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
이유 3. 통제되지 않는 불안요소가 있다.
이유 1. 에너지 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남아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참고합니다. 내용인즉슨 이란 전쟁상황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마무리된다 해도 에너지 시장에 가해질 충격은 남는다는 내용입니다. Gemini 요약본...
1. 생산 단계의 병목: "끄기는 쉬워도 켜기는 어렵다"
걸프국들은 수출길이 막히고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이미 일일 1,000만 배럴 (전 세계 공급의 10%)의 감산을 단행했습니다.
원유(Oil): 유정을 다시 가동하려면 파이프라인 막힘을 점검하고 유전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서서히 압력을 복구해야 합니다. 분리기, 압축기 등 초기 처리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만 전문가들은 2~4주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천연가스(LNG):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세계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은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14개 유닛 중 2개가 파손되었습니다.
복구 기간: 파손된 유닛 수리에만 3~5년이 소요됩니다.
재가동 공정: 파이프 내 수분을 제거하고 영하 160도까지 다시 냉각하는 과정에서 금속 수축으로 인한 균열을 막으려면 극도로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만 최소 7주가 소요됩니다.
2. 물류 및 운송의 난관: "보험과 안전의 장벽"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다고 해서 배들이 즉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리적 장애물: 이란의 공격으로 침몰한 선박이나 파손된 항만 인프라를 제거하고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보험료 폭등: 지역 내 전쟁위험 보험이 대부분 취소되었으며, 유효한 보험조차 요율이 선박 가액의 0.2%에서 1% 이상 (위험 항로는 10%)으로 폭등했습니다. 보험료가 낮아지지 않는 한 선주들은 운항을 꺼릴 것입니다.
지정학적 트라우마: 홍해 사태의 전례를 볼 때, 위협이 사라져도 선박들이 다시 돌아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3. 공급망의 뒤틀림: "잘못된 장소에 있는 배들"
수송 지연: 전쟁 발발 후 중동 원유를 실어나르던 슈퍼탱커 (VLCC)들은 이미 대서양 등 다른 지역으로 영업을 떠났습니다. 해협이 열려도 이 배들이 다시 걸프만으로 돌아오는 데는 왕복 최대 90일이 소요됩니다.
정제 시설 중단: 원료 공급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 아시아 정제 공장들을 재가동하는 데도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립니다. 특히 비상 정지된 설비의 복구는 공학적으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4. 시장 영향 및 전망: "사라진 버퍼와 겨울의 위기"
결과적으로 전쟁이 지금 멈춰도 올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3%가 증발하는 셈입니다.
재고 고갈: 3월 말 기준 글로벌 원유 재고는 역사적 범위 내 최하단에 머물고 있으며, 해협 개통 후에도 몇 주간은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패닉 바잉: 완충 지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가 간의 확보 경쟁으로 인해 가격 스파이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에너지 안보: 카타르발 마지막 LNG 물량이 곧 유럽과 아시아에 도착하고 나면 공급 단절이 본격화됩니다. 이는 올겨울을 대비한 비축분 확보에 치명적인 차질을 초래할 것입니다.
휴전이 지금 당장 종전으로 혹여나 이어진다 해도, 유가와 물류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죠.
미국의 5년 기대 인플레이션 (파란선) 과 미국 평균 유류비 (빨간선) 는 이란 사태 발발 이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및 물류가 Economist 기사 내용처럼 한 동안 병목으로 작동한다면 이미 급격히 강해진 물가상승 압력이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지죠.
휴전 및 종전을 에너지 가격 안정 및 물가상승 압력 해소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낮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유 2. 양측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
휴전협상을 시작하겠다... 이건 좋다 이거죠. 그런데,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양측이 내걸고 있는 조건들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져 있습니다. 일을 여기까지 에스컬레이션시켜버렸으니 어느 한 쪽도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겠죠.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테니까.
이란이 전달한 10개 조건... 대략 읽어봐도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트럼프가 이걸 받아줄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조항이 한 두개가 아니죠. 미국이 이전에 제시했다는 15개 조건 (정확한 내용은 모름) 에 대해서 이란은 이미 비합리적인 최대 압력이 수준낮은 서류의 형태로 전달되었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미국의 기존 조건과 이란의 조건에는 어느 정도 간극이 있느냐... Claude의 도움을 받아 간단히 정리하면...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이란에서 밝혔지만, 미국이 개입해 프로그램 자체를 말살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고, 가장 중요한 핵무기 투발수단인 탄도 미사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란은 미국의 재침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내세웠지만, 미국은 잔디깎기 의도를 버리지 않고 있어요. 미군의 역내 전면 철수는 미국과 걸프국가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입니다.
이란은 전쟁 피해 배상금을 요구하지만, 미국이 내어줄 리 만무하죠? 대신 제재 해제를 미국이 당근처럼 제시할 수 있겠지만, 공습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인프라를 감안하면 제재가 풀린다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 여기서는 이란이 완전 개방을 받아들일리가 없죠. 자신들의 유일한 협상 레버리지인데 이걸 포기할까요 과연? 이미 toll gate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
양측 모두 상대의 굴욕적인 양보를 주장하고 있는만큼 종전협상이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건으로 체결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2주 안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싶죠? 또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유일하게 기대할 지점은 미국도, 이란도 국내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으므로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사태를 마무리시켜야 한다는 동기는 공유하고 있다는 정도... 누가 더 합의를 원하고, 누구에게 더 시간이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은가 싶은데,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란보다 미국이 불리한 입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미국이 더 시간에 쫓긴다고 보느냐... 전쟁 발발 이후, 계속해서 종료시점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단 1명, 트럼프니까. 4주 안에 끝난다느니, 48시간 남았다느니, 내일이면 몰살이라느니... 꾸준히 피노키오처럼 종료 시점에 대해 언급한 측은 미국입니다. 이란이 아니라.
게다가 이란 쪽 협상 대표는 국회의장 갈리바프라고 하는데, 상당한 강경파 인물로 알려져 있더군요. 휴전협상 선언한 외교부 장관 아라그치가 아니라 강경파 인물이 대표로 나섰다는 것은 이란이 쉽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인선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우야든둥... 협상의 결과를 예상하기는 힘들고, 지금 시점에 알 수 있는 팩트는 협상 양측의 요구조건의 간극이 너무나 크기에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유 3. 통제되지 않는 불안요소들이 있다
3월 2일, 이란 사태에 대한 생각 아티클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사태가 쉽사리 종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유 중 하나로 이란 내부의 정권 불안정을 짚었습니다. 하메네이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IRGC와 이란 정부를 묶으며 버텼던 이란의 신정체제가 하메네이를 포함해 지도층이 몰살당하는 바람에 크게 흔들렸죠.
모즈타바가 후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망 내지는 사망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설령 건재하더라도 여러모로 자격미달이라는 우려까지 더하면 모즈타바를 중심으로 이란의 신정체제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어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군 지휘권을 분산시켜 놓아서 최상위 지도층 인물이 사살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도록 조치를 해두었다는데, 이렇게 된다면 중앙에서 휴전을 선언하더라도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죠.
휴전이 발표되었건만 이란 정유 시설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쿠웨이트는 이란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란이 하나의 정치체제로 통제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만에 하나라도, 휴전을 반대하는 세력이 휴전 중에 공격을 지속한다면 이는 협상을 난관에 빠트리게 되겠죠.
이란 측 협상대표에 대해서도 오락가락입니다. 처음에는 ISNA 이란 국영 미디어가 국회의장 갈리바프가 대표라고 했는데, 이후 다른 언론채널인 Tasnim에서는 협상대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선 역시 이란 내부 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짐작하게 만들죠.
이전 아티클에서 언급한 이란 내부 정권의 혼돈상태가 표출되는 현상이 아닌가...짐작됩니다. 이 상태에서 누가 과연 국가를 대표해 협상에 나설 것인지, 그 대표가 협상을 하더라도 그 결과에 이란이 국가 레벨에서 동의할 것인지... 이런 점들이 불안요소로 보여요.
이란 내부의 혼돈도 문제지만 미국 측도 이스라엘이라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위 속보 내용은...
공영 방송 칸 (Kan)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휴전 발표가 이스라엘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 측은 아직 이 사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총리가 이번 합의에 대해 공식적이고 신중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까지 약 4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은, 이번 전쟁의 파트너인 미국과 이스라엘 측에 미칠 파급 효과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음을 시사합니다.
네타냐후가 4시간이 지난 후에야 휴전 선언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이란에 대한 공격은 멈추겠지만 레바논은 예외... 라며 지금도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두 집에 불이 났는데, 한 집의 불은 끄겠다고 하면서, 바로 옆 집의 불은 방치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리죠?
또한, 중재를 맡았던 파키스탄은 레바논을 포함한 휴전이라고 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부정한 셈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번 휴전 선언에 대략 어떤 입장이며,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 얼추 짐작이 가능하죠.
네타냐후라는 전쟁광이 여전히 살아있는 한... 미국과 이란의 휴전협상에는 불안요소가 살아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불안요소 하나를 더 첨언하자면... 휴전 선언으로 공격은 멈추었을지 모르지만 미군은 여전히 중동지역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조지 H.W 부시 항모전단이 3월말 미국을 떠나 4월말이면 중동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4월 말이면 대략 휴전이 종료되는 시점이네요 (4월 23일).
순수한 추정이지만 어쩌면 휴전선언은 더 큰 작전을 위한 시간벌기일 수도 있지 않느냐.. 는 거죠. 이란도 바보가 아니니 이걸 다 알고 있을테고... 그렇다면 이번 휴전은 양측 모두가 더 큰 싸움을 앞두고 숨고르기를 합의한 건가?... 이런 우려섞인 생각도 듭니다. 뭐... 그저 정황적 추정이지만요.
일단은 안도... 하지만 안심은 금물
이번 사태로 인해 중기적인 에너지 가격 불안정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고,
미국과 이란 모두 내부 사정으로 휴전협상에 임하기는 하지만, 양측이 내건 조건들은 간극이 너무 크고,
양측 모두 언제든 협상을 사보타지할 수 있는 통제되지 않는 불안요소들을 안고 있다.
대략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이번 휴전선언으로 이란 사태가 종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구간이지, 이제 다 끝났다고 안심할 구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사태가 에너지 시장에 가한 충격의 여파는 휴전 및 종전과 무관하게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 봅니다.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완전 개방될 가능성도 높게 보기 힘들지 않나... 싶어요.
자산시장 측면에서는 폭발 임계점에 있던 시장이 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이는 숏 스퀴즈에 의한 일시적 급등일 수도 있습니다. '가즈아~' 를 외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3월 12일에 올렸던 아티클에서 시장은 마치 전쟁상황만 종료되면 행복한 시절이 열릴 것이라 여기고 있지만, 전쟁의 그늘에 가려진 실물경제의 리스크들에 대해 언급했었습니다. 이번 전쟁은 이 모든 리스크 요인들을 더욱 부각시켜 주었죠.
설령 이번 휴전이 극적인 종전으로 이어진다 해도, 걱정쟁이인 저는 이러한 지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저같은 나부랑이 투자자는 이렇게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수익낼 자신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