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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AntifragileBayesian Series

투자는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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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2026.02.25조회수 7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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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구독자 342명구독중 31명
Don't Panic

— 베이지안 관점에서 다시 쓰는 투자의 본질


1. 예측은 왜 끝내 홀짝이 되는가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비슷한 지점에 도달한다. 공부를 더 하면 더 잘 맞힐 수 있을 것 같고, 차트를 더 쪼개면 확률이 올라갈 것 같고, 지표를 더 겹치면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무리 파고들어도, 마지막 선택은 늘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을. 이건 개인의 실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생겼다.

주식시장이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이 열린계이기 때문이다. 닫힌계에서는 변수의 범위가 제한돼 있고, 실험을 반복할 수 있으며, 분포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체스나 바둑처럼 규칙이 고정된 세계에서는 학습이 곧 예측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다. 정책이 바뀌고, 유동성이 움직이고, 전쟁이 터지고, 규제가 새로 생기며, 사람들의 심리가 급변한다. 이 모든 요소가 외생 변수로 계속 유입된다. 어제까지 유효했던 가설이 오늘은 아무 설명력도 갖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공부하면 확률은 올라가는 거 아닌가?"라는 반론은 부분적으로 맞다. 다만 그 상승 폭은 기대보다 훨씬 작고, 어느 지점에서 급격히 한계에 부딪힌다. 투자에서 우리가 맞히려는 질문은 대부분 '내일 오를까 내릴까', '이번 분기에 서프라이즈가 나올까', '이 가격이 저점일까' 같은 것들인데, 이 질문들은 전부 시간이 고정된 방향성 질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이 빠르게 사라진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내가 아는 정보는 늘어나지만, 시장이 모르는 정보는 거의 남지 않는다. 그래서 예측 정확도는 50% 근처에서 조금 흔들릴 뿐, 지속적으로 60%, 70%로 올라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옵션이나 스프레드, 다양한 합성 포지션으로 눈을 돌린다. "구조를 만들면 방향성 홀짝이 아닌 거 아닌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합성 포지션이 하는 일은 딱 하나다. 홀짝을 없애는 게 아니라 홀짝의 결과 분포를 바꾸는 것. 틀렸을 때 손실을 제한하고, 특정 구간에서만 수익을 나게 하고, 변동성이 없을 때를 유리하게 만들 뿐이다. 네이키드는 단순한 홀짝이고, 합성 포지션은 복잡한 홀짝이다. 본질은 같다.

이 모든 논의를 끝까지 밀고 가면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한다. 홀짝을 없앨 수 없다면, 홀짝의 손익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투자에서 수익을 누적시키는 메커니즘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틀릴 때는 조금 잃고, 맞을 때는 많이 먹는다. 이 구조 말고는 없다. 승률이 90%라도 틀릴 때 한 번에 크게 잃으면 퇴장이고, 승률이 40%여도 맞을 때 크게 먹고 틀릴 때 작게 잃으면 살아남는다.

투자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대개 위험하다.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내가 시장을 이해한 것 같고, 확신이 커질 때. 그때 사람들은 "이번엔 다르다", "이건 확실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런 확신을 가장 잔인하게 응징한다. 반대로 투자가 지루해지고 할 말이 없어질수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측을 과신하지 않고, 손실을 통제하며, 반복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틀려도 살아남는 게임이다.


2. 승률 55%의 착각

투자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의 반드시 이런 말이 나온다. "승률만 55% 정도만 돼도 돈 버는 거 아니야?"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처럼 들린다. 동전 던지기에서 55%면 충분히 우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시장에서 이 문장은 대부분 착각의 출발점이 된다.

시장 참여자가 체감하는 승률이 50%에서 55%로 올라가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그 이유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베팅을 자주 하지 않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베팅하거나, 애매한 경우를 아예 건너뛴 것이다. "항상 맞히겠다"가 아니라 "맞아 보이는 때만 들어간다"로 바뀐 것이다. 이건 예측력이 좋아진 게 아니라 베팅 우주 자체를 줄인 것이다.

승률이 올라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베팅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하루에 열 번 베팅하던 사람이 두 번만 베팅하면, 확신이 없는 구간과 애매한 50대 50 구간을 배제했기 때문에 승률은 거의 자동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여기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기회 수는 줄고, 분산은 커지고, 연속 실패의 체감은 더 커진다. 승률 상승은 무료 점심이 아니다.

조건부 확률도 마찬가지다. 질문이 "내일 오를까?"에서 "이런 조건이 겹쳤을 때 오를까?"로 바뀌면 확률은 당연히 달라진다. 하지만 이것은 확률을 올린 게 아니라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여전히 홀짝이되, 치르는 판이 달라졌을 뿐이다. 승패의 정의를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 종가 기준 수익이면 승리"라고 하면 승률은 낮아 보이지만, "n% 이상 손실만 안 나면 승리"로 바꾸면 승률은 급격히 올라간다. 옵션이나 스프레드, 합성 포지션이 겉보기엔 홀짝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결과 분포를 바꾼 것이지,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구조적 사실이 등장한다. 승률과 손익비는 대부분 트레이드오프 관계다. 승률을 높이려면 작은 이익을 자주 취해야 하고, 손익비를 키우려면 실패를 많이 감수해야 한다. 높은 승률에 낮은 손익비, 또는 낮은 승률에 높은 손익비. 둘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그런 전략이 있다면 대부분 표본이 짧거나, 특정 환경에만 최적화돼 있거나, tail risk를 숨기고 있다.

"승률 55%"라는 표현이 위험한 이유는 그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깔린 오만함 때문이다. 이 확률은 지속될 것이고,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내가 이 구조를 통제하고 있다는 가정. 하지만 시장의 분포는 바뀌고, regime은 이동하며, 그 변화는 사후에야 보인다. 숫자에 대한 집착은 대부분 진짜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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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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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young007
2026.02.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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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5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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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2026.02.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성자님의 인사이트이신가요? 아니면 책의 구절인가요?

두고두고 보고싶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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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5

제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최근 들어 생각한 사고의 프레임을 글로 쓰고 싶어서 정리해 봤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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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person
2026.02.25

와 엄청난 글이네요.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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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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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
2026.02.25

바로 구독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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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6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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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거망고
2026.02.26

글에서 생각의 단단함이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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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6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글 종종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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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y
2026.02.26

책을 쓰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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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6

ㅋㅋㅋㅋ 그정도는..아닙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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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셋
2026.02.26

Wow...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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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2.2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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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사랑DA
2026.02.27

엄청난 글이네요.. 구독박고 책갈피추가햇습니다

다음글도 기다릴게요!!

눈높이가 다르니 낮은곳에잇는

저같은사람이 가능한 첨언이 잇다면...

영어단어를 한글로도 풀어주시면

더 이해하기 좋을듯해요 !..

제가 찾아서봣지만 작성자님이 뭔가 말하고자하는 느낌이 조금 다를수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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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3.04

이제 봤네요 ㅠㅠ 다음 글부터는 한번 더 쉽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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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증시
2026.03.04

주에 몇번씩 찾아와서 읽습니다.


그동안 댓글을 안달은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뉴런 인사이트에 달아져있네요 ㅎㅎ


그래도 본 게시글에 댓글을 안달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KIKOHO님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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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3.04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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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
2026.03.19

너무 잘 읽었습니다.

특히 복기에 대한 부분이 제가 요즘 하고 있는 고민과 닿아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이 글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차쓰고 읽는 보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