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_DS의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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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_DS
2026.03.26

투자 관점을 정리하고, 나중에 복기하기 위해서라도 투자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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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_DS
2026.03.26

왜 나는 10년 뒤를 보는 투자를 하는가

투자하고, 공부하고, 투자업계를 지망하면서 쌓인 생각들 투자를 시작하고, 투자 쪽으로 진로를 설정하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리포트를 읽으면서 점점 선명해진 생각이 하나 있다. 틀린 종목을 고른 사람보다, 맞는 종목을 잘못된 시간 지평으로 접근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https://medium.com/@mattia-c/the-man-who-bet-against-the-dotcom-bubble-and-missed-it-by-a-whisker-76d8da367d55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 매니지먼트 예시를 보자. 18년간 연평균 31.7%를 기록하며 220억 달러를 운용한 전설적 펀드매니저가, 1999년 닷컴 버블에서 기술주를 숏하고 가치주를 롱했다. 판단은 맞았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기 전에 -19%를 기록했고, 투자자 환매로 AUM이 6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로버트슨은 2000년 3월 30일 펀드를 청산했다 — 나스닥이 정점을 찍은 3월 10일로부터 정확히 20일 뒤였다. 이후 나스닥은 78% 빠졌고, 타이거의 마지막 포트폴리오는 2006년까지 120%를 벌었다. 옳은 판단이 반드시 수익과 투자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분석의 실패보다 시간 지평 설정의 문제가 더 치명적일 때가 많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다. 이 글은 거기서 출발한다. 개인은 어떤 시간 지평에서 싸워야 구조적으로 유리할지, 그리고 알파는 어디서 오는지 —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정립한 나의 투자관을 공유한다. 1. 주식에 가치는 있다. 단, 밴드로 존재할 뿐이다 투자를 처음 진지하게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붙잡은 의문은 이것이었다. 주식에 본질적 가치가 있는가? 첫 투자가 암호화폐였으니, 이런 삐딱한 질문을 던진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내 결론은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주를 만원에 판다면 아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1주를 천만원에 요구하면 아무도 사지 않는다. 이 단순한 사실이 가치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다만 그 가치는 하나의 숫자로 설명될 수 없다. 밴드로 존재한다. 5년 뒤 잔여이익이 얼마일지 아무도 모르고, 내년 매크로 환경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DCF 모델도 결국 가설의 집합일 뿐이다. 가정이 불확실하면 결과값도 불확실하다. 그러니 주가는 매일 요동치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가? <https://bitcoinmagazine.com/culture/does-bitcoin-have-intrinsic-value> 그런데 이 논리를 암호화폐에 그대로 적용하면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1BTC를 지금 만원에 판다면 아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10억을 부르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 합리적이라고 느껴지는 가격대가 분명 존재한다. 비트코인도 같은 테스트를 통과한다. 그러면 암호화폐에도 본질적 가치가 있는가? 투자 업계 현업 분들한테는 특히 더 도발적인 질문일 것이다.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비트코인에도 내재가치는 존재한다. 다만, 가격 밴드의 두께와 안정성이 다를 뿐이다. 주식의 가격 밴드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 업황, 경쟁 구조에 대한 분석의 축적이 만들어낸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절대적 펀더멘탈인 ‘기업의 영업활동’ 이 존재하기 때문에 밴드가 비교적 좁고 천천히 이동한다. 반면 암호화폐의 가격 밴드는 주로 서사(narrative)와 유동성, 참여자들의 기대가 만든다. 공유된 펀더멘탈이 얇기 때문에 밴드 자체가 넓고, 외부 충격 하나에 밴드 전체가 급격하게 이동한다. 역사적으로 암호화폐의 등락폭이 심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결국 그레이엄이 말한 소위 '안전마진'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려면, 그 밴드를 만드는 컨센서스가 얼마나 두텁고 지속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밴드가 있다고 다 같은 밴드가 아니다. 위 논리에 따르면, 가격 바운더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본적 분석을 실행하는 소수의 중장기 투자자들이다. 이는 타당한 서술이다. 기술적 분석은 그들의 판단을 신뢰한다는 전제 위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HFT(초단기 매매)나 마켓메이킹의 근간인 시장미시구조론도 내재가치를 인식하는 'Informed Trader'의 존재를 가정한다. 차트 분석 역시 시장 참여자들의 컨센서스를 거래량과 캔들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결국 기본적 가치에 대한 컨센서스가 시장 가격의 근원을 이룬다. 그렇다면 중장기 매매에서 알파를 찾는 사람이 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이 컨센서스는 어떤 구조로 형성되고, 어떤 지점에서 틀리는가. 2. 알파는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업계 사람들, 그리고 성공한 개인투자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는 것. 그 차이는 대부분 어느 시장에서, 어느 종목을, 어느 시간 지평으로 보느냐에서 갈린다. 대형주는 꽤 효율적이다. 매수/매도 의견과 목표주가는 믿기 어렵다 — 이해충돌 구조상 매도 의견은 희귀하고 목표주가는 후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미래 매출 추정치는 그런대로 잘 맞는다. 많은 애널리스트가 추정하고,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가지며, 큰돈이 오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장을 주도하는 대형주의 6~12개월 업황은 상당 부분 선반영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여기서 초과수익을 내려면 멀티플 변화를 예측해야 하는데, 그건 센티멘트와 외부 변수에 너무 크게 좌우된다. 적어도 나한테는 어렵다고 느껴지는 영역이다. 소형주는 다르다. 커버리지가 희박하고, 할인 요인이 겹겹이 쌓여 있다. 낮은 협상력, 외부 환경에 대한 취약성, 소수에 편중된 불안정한 매출 구조. 이런 요인들이 과도하게 반영될 때 내재가치와 시장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교과적으로는, 바로 이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이 알파가 실현되는 구간이다.  <재무론의 고전, Fama-French 3-Factor Model, Size premium을 주요 변수로 잡는다> https://www.investopedia.com/terms/f/famaandfrenchthreefactormodel.asp 재무론의 고전, Fama-French의 연구(1992)에서 제시한 '사이즈 프리미엄' — 1927년 이후 소형주가 대형주를 연평균 약 1.6%p 아웃퍼폼했고, 10년 단위로 보면 전체 기간의 3분의 2에서 소형주가 이겼다 — 이 논리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럼 지금도 그럴까? 최근에는 소형주가 대단히 언더퍼폼했음을 체감했을 것이다. 2020년 말 이후 S&P 500이 71% 오르는 동안 S&P 소형주 지수는 25%에 그쳤고, 소형주의 시장 비중은 장기 평균 7%에서 4%까지 줄었다. 왜 그럴까? 소형주가 실제 가치가 비쌀 수도 있겠지만, 근원적 원인은 완연한 강세장에서 ETF와 패시브 자금이 대형주로 쏠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024년 10월 기준 미국 인덱스펀드가 주식형 펀드 자산의 57%를 차지하며, 자금이 시가총액 가중으로 흘러들어가 대형주 집중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뭉칫돈의 대형주 유입은 중소형주 이탈을 가속화하고, 얇은 호가창은 낙폭을 더욱 키운다. https://am.jpmorgan.com/content/dam/jpm-am-aem/americas/us/en/insights/market-insights/wmr/weekly_market_recap.pdf 소형 가치주, 종목 선택의 알파는 뭉칫돈의 흐름이 잦아들고 횡보장이 도래해야 빛을 발한다. 올해 미국 증시가 정확히 그 예시다. JP모건에 따르면 2026년 섹터 간 YTD 격차가 2002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수준이며, 종목 간 3개월 상관관계도 13%로 줄어 2022년 관측 이래 하위 2%에 해당한다. 종목과 섹터별 수익률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이며 ‘종목 선택의 알파’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적으로는 강세장 초입엔 대형주, 횡보장 전환 후엔 소형/가치주로 무게를 옮기는 게 맞다. 그런데 그 전환 시점을 정확하게 맞추는 건 나한텐 극도로 어렵다. 큰 수익을 냈던 종목들에서도 진입 초기엔 언제나 고전했다. 그래서 나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을 내 전략의 중심에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가진 구조적 이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 개인, 시간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2차적 사고(second-level thinking)다. "좋은 회사니까 사자"는 1차적 사고다. "좋은 회사긴 하지만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그 기대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지금은 비싸다"가 2차적 사고다. 컨센서스가 맞더라도 그것이 가격에 이미 충분히 녹아 있다면 초과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막스는 2001년 메모 "You Can't Predict. You Can Prepare."에서 이 논지를 더 명확히 드러난다. "시장은 이미 컨센서스 관점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컨센서스 뷰를 갖는 것은 설령 맞더라도 초과수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비컨센서스 뷰만이 돈을 벌어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맞아야 한다." 막스는 동시에 거시적 미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경고도 남겼다. 2022년 "The Illusion of Knowledge" 메모에서 이렇게 썼다. "외삽형 예측은 대부분 맞지만 수익을 주지 않고, 이탈을 예측하는 것은 수익 가능성이 있지만 거의 맞지 않아 결국 역시 수익을 주지 않는다. 증명 끝(Q.E.D.)." 솔직히 처음엔 이 두 주장을 듣고 든 생각은 하나였다. '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2차적 사고를 하려면 컨센서스와 다른 방향을 봐야 하는데, 거시 예측이 어렵다면 어디서 차별점을 만드는가.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막스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예측하지 말라"가 아니라 "예측이 틀렸을 때 손실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갖추라"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 "핵심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정교한 수치 예측보다 중요한 건 큰 방향성, 그리고 내가 어떤 포지션에 있고 얼마만큼의 변동성과 하락을 견딜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과 기관의 구조적 차이가 결정적으로 갈린다. 기관투자자에게 시간은 적이다. 좋은 종목을 샀어도 그 종목이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3년이 걸린다면 펀드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다. 단기 수익률 보고 의무, 투자자 환매 압력, 레버리지 비용, 벤치마크 및 경쟁사 상대평가 압박. 이것들이 합쳐지면 현명한 투자자도, 옳은 판단도 잘못된 타이밍 하나 앞에서 무너진다. 서브프라임 당시 헤지펀드 업계 전체에서 3,990억 달러의 순환매가 일어나 3~4분기에만 보유 포트폴리오의 약 29%를 매각해야 했다는 데이터가 그 압박의 실재를 보여준다.  LTCM의 사례도 극적이다. 옵션의 기초를 정립한, ‘블랙-숄즈-머턴 모형’을 발표한 노벨상 수상자 두 명을 포함한 팀이 수렴 차익 전략으로 4년간 20%, 43%, 41%, 17%를 기록했다. 47억 달러 자본에 25~30배 레버리지를 얹었다. 1998년 러시아 디폴트로 스프레드가 벌어지자 4개월 만에 46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후 포지션은 결국 소폭 이익으로 청산됐다. LTCM의 트레이드는 이론적으로 옳았다. 다만 방만한 운용으로 버틸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이다. 마이클 버리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중반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CDS를 매입하기 시작해 10억 달러 이상의 노출을 쌓았다. 연간 프리미엄만 약 4,400만 달러. 2006년 3분기까지 펀드 수익률은 -17.36%였고, S&P 500이 10% 넘게 오르는 동안 -18.4%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구했고 소송까지 위협했다. 버리는 환매를 제한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결과는 투자자에게 7.25억 달러, 자신에게 1억 달러의 수익이었다.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 489.34%. 만약 버리가 개인 계좌로 이 트레이드를 했다면 환매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개인은 이 압박에서 자유롭다. 아무도 수익률이 뒤처진다고 압박하지 않는다. 이것이 개인투자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강점이라고 본다. 단, 이 강점은 양날의 검이다. 느슨한 가설을 장기 보유의 명분으로 삼으면 확증 편향의 온상이 된다. 피터 린치가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한 것처럼, 주식을 반려동물처럼 취급하다간 진짜 무덤까지 같이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무기가 되려면 가설이 엄격해야 하고, 그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4. 그래서 나는 5~10년 뒤를 바라본다 1~2분기나 1~2년 뒤의 정교한 실적 예측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하다못해, 증권사 리서치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엑셀로 미래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설계하는 ‘재무 모델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모델링 강의로 유명한 모 사이트의 '기초 모델링' 강의 가격표, 이래도 듣는 학생/취준생이 많다> 반면 5~10년 뒤의 구조적 변화는 시장에 가장 덜 반영되어 있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가격에 녹이기를 꺼린다. 그러니 여기서 오히려 알파의 기회가 생긴다. 5~10년 가설은 정교한 수치를 동반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아무도 정확하게 계산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방향성만 어느 정도 맞아도 알파를 누릴 수 있다. 5~10년 뒤도 결국 다가올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내 투자의 상당 수가 이 논리 위에 진행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5~5만원대 박스권을 전전하던 주식이었다. 북한이 미사일 쏘면 오르는 테마주 취급이었다. 지금 주가는 165만원까지 올랐다. 정교한 예측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다. 지정학적 갈등의 구조적 고조, 한국 방산 기업의 실력,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할 CAPA가 되는 나라가 한국을 제외하면 극소수임을 인지하는 것 —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박스권부터 들고 있던 게 아니다. 애초에 주식투자를 진지하게 시작한 지 3년이 채 안 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내가 진입한 건 작년 봄 유상증자로 주가가 눌렸을 때였다. 그때 이미 21년 대비 수십 배 올라 있었다. 그래도 산 이유는 단순하다. 방산 수출의 구조적 방향성이 아직 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결정은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때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었기에, 유상증자로 인한 가격 하락은 오히려 그 가설에 배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종전 이후 수출이 오히려 가속화된다는 가설, 유럽이 자체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는 구조적 병목 — 이 그림이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일전기는 37년간 매출 600억대의 중소기업이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변압기 수요를 구조적으로 바꾸면서 2024년 매출이 3,340억으로 5배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0.7%에서 32.7%로 점프했다. 2024년 7월 IPO 후 공모가 아래인 2.8만원까지 빠졌다가 2025년 말 16.8만원까지 올랐다. 나는 올해 1월에 샀다. 이미 상당히 오른 뒤였다.  그래도 진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전력 인프라 수요의 구조적 증가가 아직 초입이라는 판단. 호르무즈 사태로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전 세계가 직감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에 적대적이어도 작년 미국 신규 전력 수요의 60%를 태양광이 공급했다. 앤트로픽에 자극을 받은 소버린 AI 수요까지 더해지면, 태양광 특화 변압기 전문 기업의 방향성은 꽤 견고하다고 본다. <엔비디아를 처음 매수했던 시점, GPT가 출시한 직후> 엔비디아를 처음 산 건 2022년 말 ChatGPT가 나왔을 때다. 전공 분야인 AI가 연구 주제에서 실제 제품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GPU 수요의 구조적 확대를 확신하며 바로 진입했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반드시 요구하는 막대한 병렬 처리 연산량을 위해서는 그래픽카드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러켄밀러의 방식대로 — 아이디어가 매력적이면 일단 진입하고, 피터 린치가 말한 대로 엣지를 가진 분야에 베팅한 것이었다. 당시 주가는 분할조정 기준 약 15달러였고, 이후 암호화폐 붕괴 여파로 한동안 더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큰 흐름을 보고 버텼고, 결국 2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줬다. 문제는 너무 일찍 팔았다는 것이다. 그 아쉬움, 그리고 AI에 대한 이해가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는 교훈이 밸류에이션 및 주식 공부로 이어졌고, 투자업계 진출이라는 커리어 설정까지 연결됐다. 공통점은 하나다. 구조적 방향성에 대한 확신으로 투자했고, 따라서 중간의 변동성을 버틸 수 있었다. 5~10년 방향이 보이면 진입 시점의 정밀도는 생각보다 덜 중요했다. 시장은 중장기 전망을 예상보다 훨씬 늦게 반영한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배웠다. 5. 매도의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가설이다 피터 린치는 말했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악화됐을 때 팔아라.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이유로 팔지 말아라." "주식에서 돈을 잃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건 펀더멘탈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그 주식을 계속 들고 있거나, 더 사는 것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건 매도 이유가 아니다. 가설이 훼손됐는가, 그것만이 판단 기준이어야 한다. 다만 실전에서 이걸 지키려면 포지션 축소를 두 개의 레이어로 나눠야 한다는 걸 배웠다. 포트폴리오 변동성이 과도해지거나, 단기 부정적 전망이 확인되거나, 기술적으로 이탈 신호가 나올 때 포지션을 줄이는 것 — 이건 전술적 판단이다. FOMO에 말리지 않기 위해,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단기 대응이다. 반면 포트폴리오 전체를 재편하는 전략적 판단은 중장기적 근본 가설이 무너졌을 때만 한다. 이 둘을 혼동하면 치명상을 입는다. 단기 노이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거나, 반대로 전략적 훼손을 단기 조정으로 오판하거나. 반도체 주식이 지지부진할 때 "AI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망상이고 결국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고 결론 내렸다면, 작년과 올해의 폭발적 상승을 통째로 놓쳤을 것이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요구하는 연산량, 전쟁까지 바꿔가는 AI의 실제 효용 — 그 큰 흐름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전략적 대응은 필요하지 않았다. 반대로 중장기 전망 자체가 물거품이 됐는데도 "일시적 조정"으로 여기며 버티는 건 인내가 아니라 방치다. 가치투자이라는 허울을 두른 손실 회피에 불과하다. <투자 아이디어 정리, 그리고 복기를 위해 24년 9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시황을 정리해왔다> 틀리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서 무엇을 배우느냐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황을 정리하며 투자 의견과 중장기 뷰를 기록해둔다. 판단이 틀렸다고 인지하면, 그 역시 기록한다. 가설 전체를 폐기하기보다는 새로운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예전에 적어둔 투자의견을 종종 다시 읽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덜 반복하기 위해서. 마치며 처음 던진 질문으로 돌아온다. 개인투자자에게 어떤 시간 지평이 구조적으로 유리한가. 개인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베팅은, 시장이 아직 가격에 녹이지 못한 5~10년 뒤의 거시적 흐름이다. 수치는 모호하지만 방향은 읽히는 그 구간. 기관이 단기 실적 압박 때문에 끝까지 버티지 못하는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타이거 매니지먼트는 20일을 못 버텼고, 마이클 버리는 2년의 드로다운을 견디며 드럼을 쳐야만 했다. 구조적 방향을 읽고, 그 방향이 가격에 반영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개인이다. 물론 이 전략은 가설이 엄격할 때만 의미가 있다. 느슨한 확신으로 오래 들고 있는 건 버티는 게 아니라 방치다. 드러켄밀러의 방식대로, 아이디어가 좋을 때 진입하고 확신이 있을 때 크게 베팅하고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판단이 틀렸을 때 빠르게 인정하고 다음 공을 기다려야 한다. 이 둘은 모순이 아니다.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투자 경력 6년 차에, 진지하게 공부한 지는 3년도 안 됐다. 아직 배우는 중이고, 이 생각도 계속 바뀔 것이다. 실제로 투자업계에서 일하게 된다면, 지금 이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 이 시점의 내 투자관은 이렇다. 추후에 나 자신의 편향과 오판을 복기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점점 실수를 덜 반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오늘도 이렇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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