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좋은 글!! 스크랩합니다

동이의덕왕
2026.06.11
크고 아름다운 것이 온다 ‘하’
모두가 기다려온 그 회사, 과연 화성 갈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불과 이틀 전이지만, 상편에서는 역대 최대 몸값으로 상장하는 스페이스X에 대해 규모와, 회사의 역사, 그리고 사업구조와 매출 현황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간에는 가장 중요한, 적정가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공모주가 가진 위험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비록 일반 투자자가 살 수 있는 물량은 미미하기에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시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기업에 대해 여러 각도로 조망하고 살펴보는 것은 향 후 다른 회사의 상장 이벤트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반기에는 또 하나의 거대 공룡 OpenAI의 상장도 예고되어 있으니까요.
그럼 두 번째 시간 출발하겠습니다.
제4부. 그래서 이 회사, 얼마면 되는데
11. PER로는 잴 수 없는 적자기업, 그럼 무엇으로 재는가
지난 시간에는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고 있는 스타링크와 로켓 발사 사업부, 반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중인 AI 사업부의 혼재로 인해 번듯한 집과 불타는 농장이라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진, 혼란한 회사의 사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복잡한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 기관과 전문가 사이에도 그 평가가 각기 다릅니다. 하물며 붙은 가격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부족하나마 원기옥을 모으는 심정으로 있는 능력, 없는 능력 모두를 모아서 스페이스X의 몸값으로 책정된 1.77조 달러가 비싼지 싼지를 따져야 하는데, 아차, 여기서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힙니다. 바로 우리가 흔히 쓰는 잣대인 PER을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P/E, P: 시가총액 혹은 주가, E: 순이익 혹은 주당순이익) 이론적으로 적자인 기업의 순이익은 마이너스이므로 계산 시 마이너스 PER이 나올 수 있는데, PER 자체가 가치평가를 하기 위한 지표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PER의 비교는 무의미하며 실무에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쉽게, 순이익이 적자인 회사는 PER로 계산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스페이스X도 연결 기준으로는 적자인 기업입니다. 사실 우주항공 기업 대다수가 적자라 PER이라는 자를 이 산업에 적용하기는 무리입니다. 그렇다면 비교를 할 수 없는 걸까요? 느낌적인 느낌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싸다는 생각이 전두엽에 스치면 매수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되는 걸까요? 그럴 리가요. 인터스텔라에서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았듯이, 월가의 똑똑한 사람들도 적자 기업들을 평가하기 위한 기발한 방법을 만들어냈습니다.
PSR과 EV/Sales, 적자기업을 재는 두 개의 자
PER을 쓸 수 없는, 적자이면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나온 비율이 바로 'PSR(주가매출비율, Price-to-Sales Ratio)'입니다. 이 지표는 미국의 위대한 투자 구루 중 한 사람인 필립 피셔의 아들이자, 자신도 유명한 투자자이면서 자산운용가이기도 한 '켄 피셔(Ken Fisher)'가 대중화한 것으로,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값입니다.
TMI: PSR(주가매출비율)이란?
기업의 전체 가치를 주가와 매출비율로 구하는 방법입니다. 당기순이익이 없어 PER(주가/주당순이익)을 계산할 수 없는 초기 성장 기업이나 스타트업, 바이오/테크 기업을 평가할 때 유용합니다. PSR 값이 낮을수록 매출액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음을 뜻하며, 보통 1.0 이하일 때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단, 이는 모든 종목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되며 업종별 평균과 비교해야 신뢰도가 높습니다.
PSR = 시가총액 / 연간 총매출
= 현재 주가 / 주당 매출액(SPS)
주당 매출액(SPS, Sales Per Share) = 연간 총 매출액 / 발행 주식 수
어떤 회사든 이익은 안 날지언정 매출은 나오므로, PSR은 어떤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적자 성장기업을 잴 때 자주 쓰입니다.
적자 성장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지표로 EV/Sales도 있는데, 이는 시가총액에 순부채까지 더한 기업가치(EV)를 매출로 나눈 것으로, 빚까지 감안한 좀 더 깐깐한 측정도구입니다. EV/Sales가 좀 더 신뢰성 높고 현업에서도 자주 쓰이는 도구지만, 개인투자자 수준에서는 PSR끼리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없으니 여기서는 PSR 기준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예를 들어 PSR이 10배라면 "이 회사의 주식은 1년 매출의 10배 가격에 거래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숫자가 클수록 비싼 겁니다.
PSR로 스페이스X의 덩치를 재봅시다. 스페이스X의 몸값 1조 7,700억 달러를 2025년 매출 187억 달러로 나누면 PSR이 약 95배가 나옵니다. 적자인 xAI를 뺀 우주 사업 단독 매출 약 155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114배입니다. 많이 양보해서 그나마 적은 95배라는 숫자를 기억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12. 동종업계 줄 세우기, 95배라는 숫자의 정체
상점에서 본 물건 가격이 싼지 비싼지 알기 위해서는 네이버나 쿠팡 가격과 비교해봐야 하듯이, 95배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면 이웃 기업들과 줄을 세워봐야 합니다. 우주와 위성, AI, 방산 기업들을 한 줄로 세워봤습니다. 2026년 6월 5일 종가 기준입니다.
※ 2026년 6월 5일 종가 기준. PSR = 시가총액 ÷ 최근 12개월(LTM) 매출. AST·로켓랩처럼 적자이거나 매출이 작은 초기 성장주는 어떤 매출(LTM·당해·선행)을 쓰느냐에 따라 배수 편차가 큽니다(예: AST는 LTM 기준 700배를 넘기도 함). 팔란티어는 2025년 매출 기준 약 65~70배,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는 더 낮게 잡히기도 합니다.
표를 보니 다음과 같은 그림이 보입니다. 사업이 무르익은 위성 운영사와 방산 거인들, 이를테면 이리듐·SES·록히드마틴의 PSR은 대체로 1배에서 6배 사이로 낮습니다(특히 록히드마틴·RTX 같은 방산주는 1~3배로 더 낮습니다). 이 중 이리듐은 2025년에도 1억 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낸 꾸준한 흑자 기업이고, SES는 인텔샛 인수에 따른 대규모 상각 탓에 2025년 보고 기준으로 순손실을 봤지만 본업의 현금창출력(EBITDA)은 여전히 탄탄한 플러스이기에 낮은 PSR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 적자를 내며 꿈을 파는 성장주들의 PSR은 기가 찰 정도로 높습니다. 로켓랩과 플래닛랩스는 각각 94배, 34배에 달하며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무려 400배가 넘습니다. 우주 순수 기업들의 중앙값이 대략 20배쯤 되는데, 이건 가도 너무 갔습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X의 95배는 어디쯤일까요. 신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성층권 아득히 높은 곳에서 흑자 위성회사(1~6배)와 방산 거인(1~3배)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흑자를 내고 있는 AI 대장주 팔란티어(65~70배)보다도 높습니다. 거의 무매출이나 다름없는 AST 스페이스모바일(428배)을 빼면 밸류에이션은 사실상 시장의 최상단에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고평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매출 규모로는 우주업계 압도적 1위에, 성장성 끝내주는 본업마저 흑자, 이런 끝내주는 배경으로 인해 높은 값을 불러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드니 할인은커녕 오히려 초기 성장주처럼 비싸게 매겨진 것입니다. 비싸도 살 만하다는 사람들의 논리도 나름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비싸지만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몇 년 후를 생각하면 오히려 싼 거라고. (응? 이건 지금이 가장 싸고,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쇼핑의 격언과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하지만 꿈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언젠가 터질 '거품 목욕'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 상장 소식이 전해진 뒤 우주 관련 종목 전반이 들썩여, 버진갤럭틱이 하루 14~18% 급등하는 날이 있었고, 로켓랩 주가는 지난 1년 새 52주 최저가(약 25달러)에서 4배 넘게 뛰었습니다. 그러니 "동종 대비 95배가 그렇게 안 비싸 보인다"는 착시는, 비교군 자체가 달아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끓는 물에 손을 담그면 옆의 끓는 물이 미지근해 보이는 법이지요.
13. 사업부를 쪼개서 다시 더해보자
여기서 한 가지 영리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성격이 전혀 다른 세 사업부를 가졌으니, 단지 95배가 비싸다고 욕할 게 아니라 사업부마다 알맞은 잣대를 대서 따로 값을 매긴 뒤 더하면 어떨까요. 이러면 전체 기업의 가치가 더욱 정확하게 보일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부분의 합(SOTP)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사업부별 매출 비중대로 가중치를 주고, 각 사업부에 어울리는 동종업계 PSR을 곱한 뒤 합산하는 것이지요. 신기하게도 이 매출가중평균 방식은 수학적으로 부분의 합과 정확히 같은 답을 냅니다. 사업부별로 적정 배수를 매긴 뒤, 보수적(저), 중립, 그리고 공격적(고)까지 세 가지 시나리오로 계산해 봤습니다.
이 잣대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이 적정가치가 나옵니다.
가장 후하게 쳐준 공격적 시나리오에서 가중 PSR을 52.9배로 잡아도 적정가치는 약 9,870억 달러 수준입니다. 이는 공모 기준 몸값인 1조 7,700억 달러의 약 56%에 불과합니다. 어지간히 다 얹어줘도 호가의 절반 남짓밖에 안 나온다는 뜻이지요.
정가표에 1,770만 원이 붙은 명품 가방을 앞에 두고, 가죽값, 바느질값, 브랜드값, 희소성까지 인색하지 않게 다 후하게 쳐주었지만, 가방의 실제 값어치는 98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럼 차액 790만 원은 대체 무엇이냐! 그건 "이 가방을 메고 다니면 언젠가 화성에 갈지도 모른다"는 스토리값입니다. ‘질’이 아닌 ‘꿈’에 매기는 값이지요. 명품백을 들고 다니면 잠시 동안 우월감이나마 느낄 수 있을 테지만, 꿈을 모아 산 주식은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고 교환도, 환불도, A/S도 안 됩니다. 심지어는 배당도 안 나옵니다.
물론 이 계산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매출이 거의 없지만 성장 가능성은 큰 스타십의 미래 가치(옵션 가치)는 이 방식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부 분석가들은 여기에 스타십 옵션과 정부 계약 가치를 얹어 1조 2,500억 달러쯤으로 봅니다. 하지만 그걸 다 더해줘도 여전히 책정된 가치보다 30%가량 낮습니다. 덕왕의 자체 계산, 다른 분석기관들의 계산도 약속이라도 한 듯 9,000억에서 1조 3,000억 달러로 모입니다. 같은 답을 적은 사람들이 여럿이라면, 다른 답을 적은 사람의 의도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14. 골드만삭스의 꿈과 다모다란 선생님의 계산
IPO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미래에 대해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2025년 187억 달러였던 매출이 2030년 4,740억 달러로, 5년 만에 약 25배가 된다는 시나리오였지요. 그 폭증의 대부분은 AI 사업부(2030년 3,220억 달러)가 책임진다는 그림입니다. 현재 돈 빨아먹는 하마들이 5년 후에는 환골탈태라.
무려 5년에 25배라.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곡선을 그려낸 회사는 인류 역사에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은 상장 주관사가 그린 그림인데, 백화점 직원이 자기네 물건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례를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사회자가 신랑 칭찬하는 걸 그대로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축하의 장에서 헛소리를 하면 돈도 못 받을 텐데 말입니다.
화려한 그림이 주관사만이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또 다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술 더 떠 2040년이면 스페이스X 매출이 3조 4,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봤습니다. 주관사도 아닌 곳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야! 잠깐, 이 그래프에는 2040년 우주산업 전체 시장규모가 1조 달러인데, 스페이스X 매출이 이거보다 크다고?
모건스탠리 장난해?
'돈나무 누나' 캐시 우드의 ARK인베스트는 1조 7,500억 달러라는 몸값이 "각 사업부의 그럴듯한 성장 궤적에 근거한 정당한 값"이라 못 박았고, 실제로 자기 벤처펀드 자산의 17%를 스페이스X에 담아 최대 보유종목으로 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거물, 배런캐피털의 론 배런 회장은 한술 더 뜹니다. 2017년 17억 달러를 처음 투자한 것이 지금은 평가액 150억 달러 이상으로 불었는데, 이게 그의 펀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단일 종목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공모에서 배정 물량과 별개로 10억 달러어치를 더 사들이겠다고 공언했고, "앞으로 10~15년 안에 스페이스X 한 회사의 가치가 최대 30조 달러에 이를 것이며, 이마저도 보수적인 추정"이라고 했습니다.
평소 열렬한 일론 머스크의 지지자인 그가 든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팰컨 9의 탑재 중량은 18톤이지만 차세대 스타십은 200톤, 단숨에 열 배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배런은 이 압도적인 적재력이, 전기와 냉각수를 게걸스럽게 잡아먹는 AI 데이터센터를 아예 우주로 올려버리는 '궤도 데이터센터' 시대의 토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캐시 우드는 "수요가 게걸스러울 정도"라며 상장 초기 물량이 모자라 주가가 출렁일 거라고도 했습니다.
요컨대 "비싸다"는 쪽만큼이나, "그만한 값을 한다"며 진짜 돈을 거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며 그에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의 역사에서 변곡점을 과소평가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기에, 이번 역시 비싸다는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주관사도 아닌 곳들까지 이렇게 용비어천가를 부르다니, 정말 뭐가 있기는 한 걸까요? 이럴 때는 양쪽을 다 저울에 올린 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스페이스X의 주식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다고 칩시다.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어떻게든 영혼을 끌어 모아 사야 할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사지 않는다면, 10년 전 테슬라를 사지 않고 ‘껄무새’가 된, 지금의 자신을 미래에 또다시 원망할 거라면서 올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애에서 '이 남자다', 혹은 '이 여자다'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할 수 있듯이,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덕왕의 깜냥에는 한계가 있고, 악마의 속삭임 같은 거대 투자기관들의 유혹과 돈나무 누나 등 업계에서 방귀 좀 뀌시는 분들의 논리를 파훼하기에 부족함이 있어, 방귀대장 뿡뿡이급의 존경받는 석학을 모셔오겠습니다.
모자란 듯 보이지만 안 모자란 1타 강사, 다모다란 선생님
거대 기관들이 말하는 "스페이스X는 적정 가치다"라는 주장의 반대편에는, 월스트리트가 가장 신뢰하는 가치평가의 대가 뉴욕대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직접 쌀집 계산기를 두드려 스페이스X의 내재가치를 1조 2,200억에서 1조 2,900억 달러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약 33% 비싸다는 결론입니다. 그리고 상장 서류가 내건 28조 5,000억 달러짜리 총시장 규모를 두고 "환상에 가깝다"라고 일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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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8조 5,000억 달러라는 숫자는 거의 미국 한 해 GDP에 맞먹습니다. 그중 AI 시장을 26조 5,000억 달러로 잡았는데, 다모다란이 보는 현실적인 AI 시장은 3조에서 4조 달러입니다. 거의 여덟 배를 부풀린 셈이지요. 마치 동네 분식집 사장님이 "지구인 80억 명이 다 떡볶이를 먹을 수 있으니 내 시장은 80억 인분"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먹을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내 가게에 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말이지요. 또 다른 신뢰받는 투자 리서치 기관인 모닝스타도 같은 이유로 적정가치를 절반 미만으로 깎았습니다.
제5부. 공모주의 함정
15. 버핏 옹이 평생 공모주에 손대지 않은 이유
마지막으로 다모다란 교수님도 한 수 접는, 이 바닥 대왕보스 워런 버핏 옹을 모셔보겠습니다. 이분은 공모주를 평생 거의 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2019년, 우버 상장을 두고 버핏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54년간 버크셔가 신규 공모주를 산 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씀하셨어도 버크셔는 2020년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스노우플레이크’의 기업공개(IPO)에 참여해 약 2억 5,000만 달러어치를 샀습니다만, 이건 버크셔 역사상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이례적인 '예외'로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그마저도 버핏 본인이 직접 고른 게 아니라 그의 투자 부관(토드 콤스 또는 테드 웨슐러)이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오히려 평소의 원칙을 증명해 주는 셈입니다. 더구나 그전까지 마지막으로 산 공모주가 1956년 포드였다고 하니, 거의 이 동네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지요.
할아버지, 거짓말쟁이! 안 산다고 했잖아요?
어쨌든 그가 든 이유가 탁월합니다.
"모든 매도 인센티브가 몰려 있고, 수수료도 높고, 동물적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그 자리가, 그런 열기가 전혀 없는 다른 1,000개 종목보다 더 나을 거라는 발상은 말이 안 됩니다."
이 말에 공모주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공모란, 회사가 자신을 팔기에 가장 좋은 시점을 골라, 솜씨 좋은 쇼호스트와 노련한 조명감독을 모시고, 가장 예쁜 화장을 하고 가장 멋진 옷을 차려입고서 주식시장이라는 사교계에 데뷔하는 행사입니다. 소개팅에 나온 상대를 떠올려 보십시오. 누구든 그날만큼은 평생 몇 번 없을 인생 최고의 모습으로 꾸미고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게 평소 모습이라 믿고 덜컥 결혼을 결심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공모주가 딱 그렇습니다. 파는 사람이 모든 패를 쥔 채,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날을 골라잡은 것입니다.
16. "없어서 못 팔아요", 가격을 띄우는 진짜 이유
앞 장에서 버핏 옹은 공모의 자리에 "모든 매도 인센티브가 몰려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번 스페이스X 딜의 숫자를 들여다보면, 그 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이렇게까지 부풀려지는 진짜 이유는 거창한 비전이나 성장성, 혹은 철학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이 거래에 손대는 거의 모든 사람이, 가격이 높을수록 돈을 더 벌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 가지를 통해 그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수수료의 구조입니다. 머스크는 주관사들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0.75% 밑으로 후려치는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통 미국 IPO 수수료가 4~7% 정도이며 초대형 딜도 1%는 넘는데, 머스크가 요구하는 0.75%는 2010년 미국 정부가 GM을 상장시키며 받아낸 역대 최저 기록과 맞먹습니다. 만약 성사된다면 "갑 중의 갑인 머스크가 월가를 쥐어짰다"는 무용담이 전설처럼 남겠지요.
그런데 머스크는 왜 수수료율을 낮추려고 할까요? 그가 착해서일까요? 낙숫물을 받아 마시려는 우리 개미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한 자비로움에서 일까요? 그럴 리가요. 오히려 이 행사를 최고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공모 규모만 750억 달러. 여기에 역대급으로 후려친 수수료율 0.7%를 가정해 곱해도 약 5억 달러, 우리 돈 약 7,500억 원의 '수고비'가 발생합니다. 역사상 손에 꼽히는 '수수료 잔치'이지요. 더구나 이 과정에서 주관사가 짊어지는 위험은 사실상 '0'에 수렴합니다. 위험도 없는데 이런 돈을 벌 수 있다니! 세상에 이런 날먹도 없습니다. 참고로 알리바바는 250억 달러어치 주식을 공모하면서 약 3억 달러(약 1.2%)의 수수료를 냈습니다. 주관을 맡은 6개 은행에 더해 그 아래로 무려 28개 은행이 이 딜에 줄을 섰고, 그중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가장 큰 몫인 약 5,050만 달러를 각각 챙겼습니다.
백화점이 마진율을 1%로 깎아준다 해도, 매대에 에르메스 백을 깔아 두면 한 두 개만 팔아도 떼돈을 법니다. 비율을 깎는 건 생색이고, 진짜 돈은 '판돈의 크기'에서 나오지요. 더 중요한 건 그 수수료가 조달 금액의 퍼센트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공모가가 높을수록 은행이 가져갈 봉투도 두꺼워집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앱을 켜면 50% 할인이라고 해놓지만, 원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여 놓아 그 할인가가 실제 시세보다 비싼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렇듯 높은 정가는 판매자에게는 작은 할인으로 생색내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게 해 주고, 소비자에게는 심리적 만족감을 줍니다.
앗! 우리는 이걸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조삼모사
사자성어마저 증명하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마케팅 효과. 그러니 무대에 오른 은행가가 "이거, 솔직히 좀 비쌉니다"라고 말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무려! 수수료가 낮습니다"라고 하겠지요.
둘째, 가면만 다를 뿐, 모두가 같은 쪽을 봅니다. 회사와 머스크, 그리고 파운더스펀드 같은 초기 투자자들은 비싸게 팔수록 더 많은 현금과 더 두툼한 평가이익을 손에 쥡니다. 머스크는 의결권 82%를 그대로 쥔 채 실탄만 챙길 수 있습니다. 앞서 14장에서 만난 큰손들, 캐시 우드와 론 배런은 어떻습니까. 이들은 이미 사모(私募) 단계에서 스페이스X를 비싼 값에 담아둔 사람들입니다. 공모가가 높게 굳어져야 자기 장부의 평가액이 정당화되지요. 월가에선 이런 걸 "자기 포지션을 떠든다(talking their book)"고 합니다. "수요가 게걸스러울 정도"라는 우드의 말도, 순수한 응원이라기보다 자기 보유분의 가격표를 지키는 발언으로 읽어야 합니다. 요컨대 이 단톡방에서 "값을 좀 깎자"고 외칠 동기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겠다고 몸살 난 우리만 빼고 말입니다.
셋째, "없어서 못 판다"는 극적 연출입니다. 이번 공모는 단일 고정가에, 시중에 풀리는 유통 물량은 적고, 일반 투자자 배정도 제한적입니다. 품귀를 만들기에 딱 좋은 설계지요. 게다가 상장 직후에는 시가총액의 규모 때문에 주요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므로, 패시브 펀드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사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의 퇴직연금과 인덱스펀드가, 비싸든 말든 자동으로 이 주식을 떠안게 된다는 뜻입니다. 경제지 포춘은 이를 두고 "당신의 401k(퇴직연금)가 강제로 사게 될 것"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그러니 "게걸스러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순수한 확신이 아니라 구조가 만들어낸 강제 매수일 수 있습니다. 백화점 매대 직원의 "고객님, 이거 없어서 못 팔아요"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영업 멘트입니다. 진짜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있는데 없어 보이게 진열해 둔 것인지는 그들만 압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공모주의 가격은 가치만이 아니라 가치와 꿈, 인센티브의 합이며,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그리고 이번 딜의 주관사도, 감정인도, 쇼호스트도, 초기 투자자도 전부 '파는 쪽'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그 합창단이 입을 모아 "없어서 못 판다"고 노래할 때, 객석에 앉은 우리는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꿈을 모으는 건 S.E.S에게 맡기고, 우리는 노래의 값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표 값은 결국 우리의 지갑에서 나가기 때문입니다.
17. 공모주의 잔혹사,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고통
공모주의 참혹한 성적은 감정이 아니라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플로리다대학교 제이 리터 교수는 수십 년간 미국 공모주의 장기 성적을 추적해 온 이 분야의 일인자입니다. 그가 2026년 4월에 내놓은 연구 자료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공모주는 상장 첫날 평균 18.9% 솟아오릅니다. 그래서 다들 환호하지요. 그런데 3년 뒤를 보면, 시장 대비 평균 20.5% 뒤처집니다. 첫날의 불꽃놀이가 3년에 걸친 할부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또한 전체 공모주의 약 60%가 3년 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꺾인 주가가 공모가로 되돌아오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페이스북은 상장 이튿날 공모가($38)가 깨진 뒤, 한때 18달러까지 반토막 났다가 공모가를 회복하는 데 무려 1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트위터는 더합니다. 공모가($26)를 회복하는 데 약 5년이 걸렸지요. 우버처럼 한 달 만에 돌아온 빠른 예외도 있지만, 스냅이나 리비안처럼 몇 년이 지나도록 공모가 근처도 못 가본 경우가 훨씬 흔합니다. 한번 꺾인 신규주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아득히 멀고 깁니다.
더 무서운 건 스페이스X처럼 PSR이 높은 공모주의 성적입니다. 매출 대비 40배가 넘는 고평가 공모주들은 상장 첫날 평균 93.6%나 치솟았지만, 3년 뒤엔 같은 업종 대비 무려 75.9% 뒤처졌습니다. 공모가에 산 14건 중 12건이 3년간 시장을 밑돌았지요. 첫날의 환희가 클수록 3년 뒤의 상처도 컸다는, 잔인한 대칭입니다.
거대 공모주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알리바바는 상장 1년 만에 37%가 빠졌고, 사우디 아람코는 5년간 21% 내렸으며, 리비안은 고점에서 80% 넘게 추락했습니다. (저희 파트에는 리비안이 미래라며 호기롭게 투자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의 단서도 있습니다.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공모주는 손실 폭이 한결 작았고, 흑자 기업의 성적이 적자 기업보다 나았으며, 비자처럼 상장 이후 1,900% 넘게 오른 위대한 예외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 대목은 잠시 기억만 해두십시오. 뒤에서 스페이스X를 두둔할 때 요긴하게 쓰일 테니까요. 그러나 분명한 건, 투자는 확률의 세계이고 그 확률에서 공모주의 그림자가 빛보다 짙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세이렌의 노래에 현혹되어 그들의 제물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지요.
심화학습. IPO 이후, 승자와 패자
나스닥이 2010~2020년 상장 기업을 추적한 분석은 한층 구체적입니다. 상장 첫날에는 절반 넘는 종목이 시장을 이기지만, 3년이 지나면 약 3분의 2가 시장에 뒤처지고 그 대부분이 10% 포인트 넘게 밀립니다.
그럼에도 평균 수익률이 그럴듯해 보이는 건, 소수의 대박이 평균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이기는 종목은 전체의 약 29%뿐인데, 그중 상위 10%는 평균 300%가 넘게 시장을 압도하지요(9 분위 +75%, 8 분위 +25%). 다수는 지고 극소수가 크게 이기는, 전형적인 승자 독식입니다.
승패를 가른 결정적 변수는 '이익'이 아니라 '매출 규모'였습니다. 제이 리터의 1980~2019년 데이터에서, 매출 1억 달러 미만 기업은 흑자든 적자든 시장을 밑돌았고, 매출이 큰 기업은 3년 기준 오히려 시장을 웃돌았습니다. 적자 기업의 운명은 특히 극단적이어서, 매출이 작은 적자기업은 더 깊이 가라앉고 매출이 큰 적자기업은 더 높이 솟구쳤지요. 첫날의 환호가 아니라, 결국 매출이 승자와 패자를 가른 셈입니다. 이 측면에서는 스페이스X의 대박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통계가 아니라 이름으로 확인해 봅시다. 통계는 머리를 설득하지만, 가슴과 기억에 남는 건 결국 이름이니까요. 화려하게 데뷔해 우리를 설레게 했던 테마주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사라진 이름과 살아남은 이름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꿈으로만 투자하면 거지꼴 난다'의 대표 종목, 니콜라입니다. 니콜라는 수소·전기 트럭의 미래라 불리며 2020년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한때 시가총액이 약 290억 달러(약 43조 원)를 넘어, 100년 역사의 포드 자동차를 제쳤습니다. 놀라운 건, 그 순간까지 니콜라가 판 트럭이 사실상 한 대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매출 한 푼 없이 오직 꿈만으로 포드를 이긴 겁니다. 결말은 어땠을까요. 공매도 회사가 "정교한 사기"라고 폭로했고, 창업자는 증권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회사는 2025년 2월 파산해 증시에서 퇴출됐습니다. 주가는 정점에서 99% 넘게 빠져 휴지 조각이 됐고, 주주들은 사실상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꿈을 산 사람들 손에 남은 건 '0'원이었지요.
전기차 루시드는 한때 600달러를 넘봤지만 지금은 98% 넘게 빠져, 상장폐지를 면하려고 주식 10주를 1주로 합치는 굴욕적인 액면병합까지 했습니다. 우주관광의 기대주 버진갤럭틱은 어떻습니까. 2026년 1분기 매출이 고작 22만 7,000달러, 우리 돈 약 3억 4,000만 원이었습니다. 우주관광 대장주의 한 분기 매출이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된 겁니다. 전기트럭 로드스타운은 "트럭을 40대도 못 팔았다"는 임원의 증언을 남기고 2023년 파산했고,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도, 리처드 브랜슨의 위성 발사 회사 버진오빗도(무려 15개월 만에) 똑같이 파산해 주주를 빈털터리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이 비상장 회사를 산 후 주식시장에 데뷔시키는, 일명 우회상장(SPAC)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그렇게 SPAC 상장을 통해 데뷔한 회사 중 2023년 한 해에만 21곳 이상이 파산했고, 정점 시가총액 대비 사라진 가치는 약 460억 달러(약 69조 원)에 달합니다.
IPO 노답 6형제 (좌상부터 시계방향) / 니콜라, 루시드, 버진갤럭틱, 로드스타운, 위워크, 버진오빗
물론 이 지옥도에서 살아남은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양자컴퓨팅 기업 IonQ입니다. 2021년 10월, dMY Technology Group III라는 빈 껍데기 회사(SPAC)와 합쳐 10달러 남짓에 데뷔한 이 회사의 주가는 지금 그 일곱 배가 넘습니다. 양자라는 테마가 마침내 꽃을 피운 거죠. "거봐, 좋은 테마는 사두면 되는 거 아냐?" 싶으신지요.
문제는 그 일곱 배까지 가는 길입니다. 데뷔하자마자 한 달 만에 31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년여 뒤 3달러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데뷔가 대비 70%, 잠깐의 환희를 맛본 사람 기준으론 90%가 증발한 겁니다. 그리고 반등의 보상은 대부분 최근 1년 반 사이에 몰려서 왔습니다. 다시 말해, 4년을 버틴 사람이 아니라 '앞의 2년 반을 견뎌낸 자에게만, 그것도 엄청난 변동성을 이겨내야 마지막 1년 반의 보상이 떨어진' 구조였습니다. 테마는 맞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못 견디고 판 사람은, 테마가 맞았는데도 돈을 잃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도 백일동안 마늘과 쑥을 먹지 못했는데 하물며 1년이 넘는 지옥을 사람이 쉽게 견딜 수 있을까요.
용자여! 이 아찔한 변동성을 견딜 자신이 있습니까? 덕왕은 무리데스요.
변동성을 키우는 기본 요소는 펀더멘털의 부재입니다. 주가는 일곱 배가 됐지만 회사의 실체, 즉 매출은 그 속도를 전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2025년 매출은 약 1억 3,000만 달러. 1년 새 200% 늘긴 했지만 절대 규모는 어지간한 중견기업 수준이고, 같은 해 순손실은 5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그 결과 IonQ는 매출의 약 140배 가격에 거래됩니다. 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140배, 즉 PSR이 140이란 의미입니다. 아찔하지 않습니까? 시장이 사고 있는 건 오늘의 IonQ가 아니라, 언젠가 양자가 세상을 지배할 그날의 IonQ인 셈입니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현실'이 아닙니다. 매출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 대부분은 장비 판매와 클라우드 접속·연구 계약이지, 고전 컴퓨터로는 못 푸는 문제를 상업적으로 풀어주는 '진짜 양자 우위'에서 나오는 돈이 아닙니다. 기술은 여전히 혁신가와 얼리어답터의 손안에 있을 뿐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설령 언젠가 상업화의 문을 연다 해도,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가 말한 얼리어답터와 주류 시장 사이에 입을 벌린 죽음의 계곡, ‘캐즘(Chasm)’을 건너야 합니다. 그 계곡에서 얼마나 많은 유망 기술이 매출과 주가를 함께 묻었는지, 우리는 방금 그 SPAC 파산 명단에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캐즘에 대한 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니콜라는 사라졌고, IonQ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상장 첫날 들떠서 산 사람에게는 똑같이 '먼저 반토막, 혹은 전 재산'을 요구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의 엄청난 고통과 인내심은 덤이었습니다. 스페이스X가 IonQ처럼 끝내 보답하는 쪽일지, 니콜라처럼 사라지는 쪽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통계는 불안함을 키웁니다. 다만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데뷔 직후 고점에서 사는 것'은 역사적으로 손해에 가까웠다는 확률적 사실입니다.
물론 스페이스X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방금 예로 든 회사들은 대부분 SPAC이라는 뒷문으로, 그것도 매출이 거의 없던 거품 절정기(2020~21년)에 상장한 투기주였습니다. 매출 약 28조 원에 본업이 흑자이며 압도적 1등이라는 실체를 갖춘 스페이스X와 위험 등급이 똑같을 리 없지요. 조금 전에 기억해두라던 그 희망의 단서, 그러니까 대형이고 흑자인 공모주는 성적이 한결 나았고 비자 같은 위대한 예외도 분명히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 스페이스X를 위한 든든한 변호가 됩니다. 그러니 "스페이스X도 저들처럼 사라진다"는 예언도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페이스X는 저들보다 훨씬 튼튼한 갑옷과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까요.
다만, 그 갑옷이 '나쁜 가격'과 그에 따른 고통까지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사라진 이름들과, 살아남았어도 끝내 고통스러웠던 이름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은 하나로 모입니다. 회사가 위대하다는 이유만으로, 공모 성장주를 향한 경계의 시선을 쉽게 거둬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경계심이야말로, 다음 장에서 만날 또 하나의 역풍 앞에서 우리를 지켜줄 진짜 방패입니다.
18. 때를 잘못 골랐다, 금리라는 역풍
그런데 이렇게 병 주고 약 주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을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금리입니다. 예상치 못한 이슈의 등장으로, 스페이스X로서는 상장 시점이 그리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2026년 6월 지금,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0~3.75% 구간입니다. 연준은 이 금리를 벌써 세 차례 연속 동결했습니다. 문제는 높이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시장은 한동안 "이제 곧 금리를 내리겠지" 기대하고 그 기대를 가격에 반영했는데, 그 기대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사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는 죽는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핵심은 금리가 '왜' 오르느냐, 즉 그 시대의 화두가 성장이냐 인플레이션이냐에 있습니다. 성장이 화두인 시기의 금리 인상은 경기와 기업 이익이 함께 커지는 국면이라, 금리가 올라도 주가의 상승을 좀처럼 막지 못합니다. 실제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올린 2017년에도 나스닥은 한 해 약 28% 상승했지요.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화두인 시기의 금리 인상입니다. 이때는 금리와 주가가 보란 듯이 반대로 움직입니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은 그대로인데, 그 돈을 '오늘의 값어치'로 환산할 때 깎아내는 비율, 그러니까 할인율만 치솟기 때문이지요. 이 할인율의 잣대가 바로 금리라서, 금리가 오르면 '먼 훗날 벌 돈'일수록 현재 몸값이 더 매몰차게 깎입니다. 그래서 돈 버는 시점이 한참 뒤로 쏠린 회사, 이른바 '듀레이션이 긴' 회사가 가장 크게 휘청이지요. (이 '듀레이션'이라는 녀석은 예전에 제가 채권에 호기롭게 덤볐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글에서 이미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가치의 대부분이 먼 훗날에 걸린 고PSR 성장주가 금리 인상기에 가장 처참하게 무너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금융과 투자의 언어로 설명한 것이고 이해하기 쉬운 생활인의 언어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돈 빌리는데 이자 오르면, 회사들은 돈을 어떻게 빌릴 것이며 주식투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 빚투를 할까? 결론은 버킹검이다.”
TMI: 금리가 왜 '할인율'이고, 스페이스X가 왜 '듀레이션이 긴 자산'인가
먼저 할인율. 지금 내 손에 쥔 100만 원과, 10년 뒤에 받기로 한 100만 원은 같은 100만 원이 아닙니다. 그냥 은행에 넣어만 둬도 이자가 붙으니까요. 그래서 '미래의 돈'을 '오늘의 값어치'로 당겨올 때는 일정 비율만큼 깎아내야 하는데, 그 깎는 비율이 할인율이고 그 잣대 노릇을 하는 게 금리입니다. 기업 가치란 결국 '그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오늘 값으로 당겨 모은 것이니, 금리(할인율)가 오르면 회사의 몸값도 덩달아 쪼그라듭니다.
다음은 듀레이션. 원래는 채권에서 쓰는 말이라 딱딱하지만, 주식에서의 '듀레이션'은 기업의 전체 가치 중 현재 버는 돈(현재 현금흐름)보다 미래에 벌어들일 돈(미래 현금흐름)에 가치가 얼마나 많이 쏠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어렵다면 회사가 돈을 얼마나 빨리 벌고 회수하느냐로 생각하면 제법 쉬워집니다. 올해부터 따박따박 버는 회사의 듀레이션은 짧고, 한참 뒤에야 큰돈을 벌게 되는 회사는 듀레이션이 깁니다. 극단적인 미래 의존성을 가진 스페이스X처럼 듀레이션이 압도적으로 긴 기업의 주가는 금리 변동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1달러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일반 우량주에 비해 주가의 하락폭이 훨씬 크며, 반대로 금리 인하기에는 주가 상승 탄력이 일반 우량주보다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증거는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2022년,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연준이 1년 새 기준금리를 4.25% p나 끌어올리자(25bp 인상 17번에 해당하는 속도였지요), 나스닥은 그해 32.5% 폭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캐시 우드의 ARK 혁신 ETF는 고점 대비 약 80%가 증발했고요. 캐시 우드 본인조차 "장기 듀레이션 자산이 박살났고, 그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공포 때문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국면의 금리는, 꿈을 파는 회사에게 가장 가혹합니다.
문제는 2026년 6월 지금의 바늘이 어디를 가리키느냐입니다. 아직은 '성장'이 화두처럼 보이지만, 각종 지표가 빠르게 '인플레이션' 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이하 지표는 2026년 6월 5일 기준). 첫째,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CPI)가 1년 전보다 3.8% 올라, 3월(3.3%) 보다 더 뛰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6월 10일에 발표된 5월 CPI는 무려 4.2%로, 2023년 이후 최고이자 3개월 연속 가속되고 있습니다. 연준 목표인 2%와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지요.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기름값이 튄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둘째, 미국 경제가 식기는커녕 너무 뜨겁습니다. 5월 한 달 새 일자리가 17만 2,000개 늘었는데, 시장 예상치(8만 개)의 두 배가 넘습니다. 실업률은 4.3%로 여전히 낮고, 임금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경제가 이렇게 펄펄 끓으면, 연준은 금리를 내릴 명분이 없습니다.
그 결과, 한때 두어 차례 예상되던 '인하'는 사실상 시장의 테이블에서 치워졌습니다. 지금 시장의 다수 견해는 연준이 2026년 내내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카드가 있다면 그건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2027년 초의 '인상'일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싸움의 무대가 '얼마나 내리느냐'에서 '동결이냐, 인상이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CME Group, FedWatch Tool
여기서 정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라는 특명을 주며 새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앉혔습니다. 지난 5월 13일, 상원은 54 대 45라는 아슬아슬한 표결로 그를 인준했습니다. 워시는 본래 "AI가 물가를 끌어내릴 테니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주장해 온 사람이지요. 그런데 운명이 짓궂습니다. 막상 의장석에 앉으니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가는 3%대로 튀어, 그의 첫 작품이 인하가 아니라 동결, 혹은 인상이 될 수도 있는 처지가 됐습니다.
게다가 연준은 의장 한 사람이 다 정하는 곳이 아닙니다. 금리는 12명이 투표로 정하는데, 흥미롭게도 전임 의장 제롬 파월이 의장 자리만 내려놓고 이사로 남아 2028년까지 표 하나를 그대로 쥐고 있습니다. 이는 관행을 깬 선택인데, 그만큼 파월을 비롯한 매파 혹은 신중파가 강한 견제를 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워시가 혼자 "내리자" 외쳐봤자 금리는 내려가지 않습니다. 한 분석가는 워시를 두고 "본인 잘못도 아닌데, 오랜만에 가장 영향력 없는 의장이 될 처지"라고 평했을 정도입니다.
이게 왜 스페이스X에 중요할까요. 금리와 성장주는 시소 같은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TMI에서도 설명했지만)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에 벌어들일 돈일수록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더 가혹하게 깎입니다. 그런데 스페이스X야말로 가치의 대부분이 '먼 훗날'에 걸린 회사입니다. 온 세상에 스타링크가 깔리고, 우주에서는 스타십이 날고, AI가 돈을 버는 그 미래 말입니다. 그 미래를 잡기 위해서는 계속 로켓을 개발하는데 돈을 쏟아붓고, 감가상각 아찔한 밑 빠진 AI독에 계속 물을 부어야 합니다. 금리가 동결만 돼도 앞서 본 '평균적인 기술주 공모주의 길'(첫날 급등 뒤 3년 부진)을 갈 확률이 높은데, 만에 하나 인상된다면, 먼 꿈에 값이 매겨진 고PSR 성장주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인플레이션의 불씨는 이란과의 전쟁이 끌어올린 유가입니다. 유가는 생각보다 기민하게 진정되지 않으며 오랜 기간 물가를 자극합니다 (이를 두고 sticky 하다고 합니다). 끝내 금리가 인상으로 돌아선다면, 이는 정확히 2022년의 각본, 즉 '인플레이션이 주도하는 금리 인상'의 재림이 됩니다. 그 각본에서 가장 먼저 매 맞는 존재는 바로 스페이스X 같은 고PSR 성장주이고, 나아가 나스닥 전체가 2022년의 데자뷔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해 ARK가 고점 대비 80% 빠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빨리 잊었는지도 모릅니다.
스페이스X는 지금 시장에서 약속이 가장 먼 회사 축에 듭니다. 그런데 하필 그 칼이 다시 날카로워지는 시점에 무대에 오른 겁니다. 기억합시다. 꿈도 먹고살 만해야 꿉니다. 빚내서 이자 갚기도 힘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집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말하면 신발부터 날아옵니다.
19. 그래서, 사도 됩니까
"이보시게, 덕왕이여. 그래서 사지 말란 말인가? 스페이스X가 나쁜 회사일 리는 없잖은가? 무려 우리의 아이돌, 일론 머스크의 회사 아닌가?"
여러분이 외치는 소리가 모니터 너머로 들리는 듯합니다.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신이라며, 어떻게든 해 줄 거라며 그의 사진을 모시고 기도라도 하고 싶다면 도지(Doge) 코인을 기억하십시오. 도지코인에는 밈과 인지도만 있을 뿐, 그 안에 가치를 부여하는 어떠한 장치도 없습니다. 그의 말은 무조건 맹신해야 할 절대적인 진리나 복음이 아닙니다.
물론 스페이스X는 거품만 가득 찬 회사가 아닙니다. 전 세계 발사의 절반, 화물 질량의 80%, 인공위성의 65%를 쥔 실체가 있는 진짜 독점기업이고, 스타링크라는 흑자 현금기계를 가졌으며, 스타십과 AI라는 거대한 미래 옵션을 품고 있습니다. 우주의 시대가 온다면, 그 시대의 문은 십중팔구 이 회사가 열 것입니다. 회사의 위대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가격입니다. 위대한 회사와 위대한 주가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사업부를 쪼개 동종업계 잣대로 더해도, 다모다란이 계산해도, 모닝스타가 따져도 적정가치는 9,000억에서 1조 3,000억 달러 언저리입니다. 1조 7,700억 달러라는 호가는 그 상단보다도 30에서 40%가량 비쌉니다. 그 차액은 순전히 스타십이 성공하고 28조 5,000억 달러짜리 AI 꿈이 실현된다는, 아직 매출로도 손익으로도 증명되지 않은 두 가정에 매달려 있습니다. 섣부른 가정에 덕왕은 지갑을 맡길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에 공모주 특유의 화장발과, 고PSR 공모주의 처참한 3년 통계, 니콜라처럼 아예 사라진 이름들의 그림자, 회사 전체가 한 해 버는 돈(약 28조 원) 보다 더 많은 29조 원을 집어삼키는 xAI라는 하마농장, 그리고 금리 인하가 점점 멀어지는 2026년의 거시 역풍까지 얹으면, 결론은 '훌륭한 회사, 그러나 주가의 배신'이라는 쪽으로 기울 확률이 높아집니다.
꿈이 아닌 현실적 성과가 나오는 기업이라고 해서 하락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닙니다. 데이터베이스 세계의 최강자 오라클은 2000년의 최고가를 되찾기까지 무려 15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말이지요. 최대낙폭(MDD)은 무려 80%에 달했습니다. 15년 동안 기업의 미래를 믿고 80%의 하락을 견뎌낼 수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덕왕은 존경의 도게자를 박겠습니다.
Oracle이 2000년의 최고가를 되찾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림
물론 캐시 우드나 론 배런처럼 진짜 돈을 거는 큰손들의 반론도 있고, "게걸스러운 수요" 탓에 상장 초반 주가가 보란 듯이 치솟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기 급등조차, 길게 보면 첫날의 환희 뒤에 찾아오는 긴 조정의 한 단편에 불과할 가능성이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더 높아 보입니다.
좋은 기업을 좋은 때에 사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첫날의 불꽃놀이가 가라앉고 거품이 한 번 빠진 뒤, 그 기업이 '말'이 아니라 '숫자'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계속 주시할 것입니다.
제가 지켜볼 구체적인 신호는 이런 것들입니다. 첫째,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의 증가율이 의미 있게 꺾여 올라가는가. (과거 테슬라가 죽음의 계곡을 건널 때, 시장이 믿기 시작한 첫 신호가 바로 이 현금흐름의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둘째, 적자의 주범인 한 사업부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이 추세적으로 개선되는 변곡점이 오는가. 셋째, 돈 먹는 하마였던 xAI가 구조조정을 통해 말이 아닌 실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증명하는가. 물론 이 가운데 무엇에 더 무게를 둘진 투자자의 전략과 성향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정답이 하나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신호를 택하든,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매수의 방아쇠는 '꿈'이 아니라 '검증된 숫자'여야 한다는 것. 스페이스X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그 기간 동안 저는 기업을 공부할 것이며, 마침내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그때 매수를 검토할 것입니다.
투자에서 가장 나쁜 매수는 나쁜 회사를 나쁜 가격에 사는 것이며, 그다음이 좋은 회사를 나쁜 가격에 사는 것인데,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은 가격보다 기업을 구분하는 눈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말 흔한 말이지만, 남들이 절망할 때 공부하고, 남들이 열광할 때 차분해져야 합니다. 머스크의 로켓이 위대한 것과, 그 로켓에 값을 치르는 것은, 끝까지 다른 문제임을 명심합시다.
덕왕의 당부
끝으로 한마디 보태겠습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의 소중한 계좌를 대신 책임질 수 없고, 사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다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대를 항해하는 투자 동료로서, 제가 직접 보고 따져본 것을 솔직하게 나눌 뿐입니다. 덕왕도 대차게 틀릴 때가 많고 실패가 성공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틀려도 덕왕은 만족합니다. 세상 어디나 그렇겠지만 금융시장은 다시 일어설 수 없는 파멸적 손실을 끼치곤 합니다. 그래서 당하기 전에 먼저 차가운 진실을 분명히 먼저 새겨두어야 합니다. 모든 판단과 그 결과는 오롯이 투자자 자신의 몫이며, 한번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는다 해도 시장은 결코 당신을 위로해 주지 않습니다. 시장은 당신의 돈에만 관심이 있을 뿐, 눈물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돌아오는 건 빈 깡통뿐입니다.
그래서 두려운 저는 늘 '지키는 투자'를 먼저 강조합니다. 여러 번 막아내고 끝까지 버티기만 하면 반격할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옵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무리한 베팅으로 계좌가 깡통이 나버리면, 그 반격의 기회조차 영영 사라집니다.
손자(孫子)는 군형편(軍形篇)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저 적이 나를 이길 수 없도록 만들어 두고, 그다음에 적을 이길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
투자도 똑같습니다. 이기는 것보다 잃지 않을 태세를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살아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기만 하면, 기회는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따뜻하게. 꿈은 누구보다 크게 꾸시되, 숫자를 차갑게 바라보고 지갑을 단단히 지키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에필로그. 눈은 하늘로, 발은 땅으로
군 복무 시절, 야간 경계근무를 서며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손에 닿지 않지만 환상적으로 수놓아진 별들의 바다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채, 이미 제게는 존재 자체로도 노벨 문학상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하늘에 1만 기가 넘는 인공의 별이 떠서 지구로 인터넷을 쏘고, 그 하늘에 천문학적인 가격표를 붙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류가 마침내 우주를 신화에서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것은 분명 경이로운 일이며, 이카루스마저 닿지 못했던 세계를 향한 도전 자체는 응원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투자자는 별을 보되 발은 땅을 딛고 있어야 합니다. 우주의 시대가 온다는 황홀한 사실이 비싼 입장권의 가격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격은 계산에 따라 차갑게 따져야 합니다. 꿈은 하늘만큼 크게 꾸되, 내 지갑은 철통같이 방어할 수 있도록 두 발을 굳건하게 디뎌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투자를 통해 우주의 시대를 오래 함께 걸어가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굳건한 신념 속에서 비록 예측이 틀린다 해도, 다른 기회가 있다며 피식 웃어넘기면 그만입니다. 기회를 놓친 것만큼 단단해질 것입니다.
본좌가 활약했던 삼국지 시대에서 최고의 맹장은 여포였지만, 최고의 명장은 학소였다고 생각합니다. 무릇 투자라는 전장에서는 한두 번의 전투로 얻은 전공보다는, 장기간의 수성전에서 굳건히 성을 지키며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 훨씬 값집니다.
부디 진심으로 공부하고 노력하는 공께서, 덕왕이 존경해 마지않는 학소 같은 명장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엄
저는 이제 월드컵의 열기 속으로 떠납니다
참고한 자료
본문 흐름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제4부 밸류에이션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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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공모주의 함정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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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참고
spacexstock, SpaceX 펀딩 라운드·밸류에이션 히스토리: https://spacexstock.com/spacex-funding-rounds-key-investors-by-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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