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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2026.01.28
투자라는 심리 게임 속에서 헤엄치기
아래 글은 Valley AI 에서 기획한 단행본 아이디어 중 1. 마인드셋 부분에 제출할 초고입니다. 단행본을 접하지 않을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제 블로그에도 내용을 공유합니다.
제가 평소에 대회 참여를 안하고 블로그 글만 쓰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기여도가 낮다는 부채감을 은은하게 느끼는 편인데, 그 마음을 풀기 위해 참여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Valley AI 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단행본을 읽을 독자들은 투자에 대한 지식 수준이 다양할 것 같아서, 제가 늘 그렇듯 주로 초보자에 가까운 독자 분들을 생각하며 쉬운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한편으로는 Valley에서 제 글을 많이 접하신 분들이라면 지루한 내용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이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될 독자 분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 가장 효용이 클 독자는, ‘투자는 공부하고 노력하는 만큼 비례한 결과가 나온다’ 라는 사실을 믿고 행동하는 개인 투자자입니다. 이 간단한 명제를 마음 속까지 진심으로 믿는 분이라면 이 글에 공감하며 효용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반도체 산업이나 한국 증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SK 하이닉스에 투자해서 1억 벌었는데? 투자는 노력과 비례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투자를 대하는 가치관이 저와 어긋나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런 분이 있다면 저는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그 분이 엄청난 절제력까지 가지고 있어서 1억을 획득하신 후 투자의 세계를 영영 떠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분은 높은 확률로 시장에 돌아오거나 아직 남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지 않고 행운 혹은 재능에 기대어 투자한다면 시장은 결국 그 분의 장기 누적 수익률을 평균 아래로 끌어내릴 것입니다. 투자 세계에는 다른 많은 세계가 그렇듯 노력에 따라 성장하는 ‘실력’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물론 ‘운’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행운은 노력과 실력이 늘어날수록 함께 따라오는 부가 재료일 뿐이고, 운의 종류에는 행운과 함께 불운도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으로 투자를 바라보는 사람이며, 오늘은 위 내용을 밑바탕에 두고 저의 투자 마인드셋을 기록하겠습니다.
첫 번째 마인드셋: 건전한 무관심(금융 디톡스)으로 무장할 것
제가 소개할 첫 투자 마인드셋은 ‘건전한 무관심’입니다. 아마 투자를 꾸준하게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는 분이라면 이미 자신의 투자 스타일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할 거야’ 라거나 ‘나는 S&P 500 지수를 적립식으로 투자할 거야’ 라는 식으로 말이죠.
다양하게 뻗어 나가는 모든 스타일을 아우를 수는 없지만, 저는 짧은 빈도로 투자하는 단기 트레이더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무관심은 인간의 손실 편향을 제거해주는 영약의 효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를 종종 ‘금융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보통은 ‘왜 무관심이 필요해?’ 를 논해야 하겠지만, 저는 길을 조금 틀어서 ‘왜 관심이 필요해?’ 라는 문장을 다뤄보겠습니다. 저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수업을 듣기도 하고 미디어 영상을 열심히 공부하며 나름 좋은 인사이트를 얻은 우리는 공부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투자를 시작합니다. (아래의 결론들은 대중적인 종목으로 예시를 든 것 뿐이고 저의 개인적인 뷰는 아닙니다.)
- 엔비디아는 앞으로 5년 후에 지금보다 3배는 더 큰 회사가 되어있을 거야.
- S&P 500을 매달 조금씩 사면 장기적으로 견고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
만약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보다 실력이 더 우수하다면, 아래와 같은 심화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 삼성전자는 현금흐름을 분석해봤을 때 내재가치가 주당 20만원에 달해. 그러니 지금은 저평가 되어있고, 약 12개월 후에 이 가격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
이런 식의 아주 훌륭한 결론을 내린 우리는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올해 1월 1일을 시작으로 매달 1일, 엔비디아와 S&P 500 지수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하죠. 혹은 삼성전자를 1월 1일에 대량 매수한 후 12개월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1월 1일에 투자를 시작한 후, 우리는 왜 하루만에 다시 증권사 앱에 들어가서 이 종목들의 주가를 확인하는 걸까요? 엔비디아 투자는 매달 1일에 진행하기로 했으니 2월 1일에 추가로 매수하면 되고, 삼성전자는 투자 후 12개월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투자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바로 다음 날, 우리는 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종목들의 가격 변화를 지켜보는 걸까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행동, 즉 우리가 보유한 주식의 가격에 쏟아붓는 '꾸준하고 빈도 높은 관심’에는 이렇다 할 정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금융 시장은 마치 이를 관찰하고 있었다는 듯 정당성이 부재한 행동에 큰 타격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타격의 이름이 바로 ‘손실 편향’입니다. 손실 편향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심리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손실 편향이라는 독소에 노출된 투자자는 자신의 수익이 깎여 나가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1월 1일 매수 당시 주당 190달러였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1월 2일에 209달러로 10% 폭등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엔비디아의 가격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우리는 이 209달러를 ‘내 돈’이라고 인식해버립니다. 이 금액이 ‘내 마음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렇다면 이제부터 주가가 209달러보다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그것은 나에겐 ‘손실’이 됩니다. 신기하게도 인간의 마음은 거의 예외 없이 이렇게 작동하고, 이로 인해 매도의 유혹이 즉각 찾아옵니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5년 후에 지금보다 3배는 더 큰 회사가 되어있을 거야’ 라는 장기적인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209달러보다 떨어질지도 모르니 일단 지금 팔고 저점에 다시 사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5년 후에 3배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단기적인 유혹이 내 마음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목을 옥죄기 시작합니다. 이 유혹은 안타깝게도 장기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이어지는 미끄럼틀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고점에 매도하고 저점에 다시 사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성공한 광범위한 실증 데이터를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손실 편향이 낳은 이런 일관성 없는 마인드셋은 부진한 장기 수익률과 직결된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전 항상 ‘건전한 무관심’을 추천합니다. 충분한 공부를 통해 투자할 종목을 선정했고 장기적인 관점이 단기적인 트레이딩보다 적성에 맞다고 마음을 정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선택한 종목의 가격 변화에 꾸준히 무관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손실 편향이라는 독소로부터 우리의 마음을 해방시켜야 하죠. 단, 가격 변화에 대한 무관심과는 별개로 그 기업의 사업 변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이 글의 주제가 투자 방법이나 철학이 아닌 ‘마인드셋’이기 때문에 ‘좋은 기업을 고르는 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지만, 만약 우리가 열심히 공부한 끝에 좋은 기업이나 자산을 골랐다면, 그에 대한 믿음을 ‘무관심’으로 투영해보는 것은 생각보다 그 효용이 꽤 큽니다.
여기서 어떤 분은 ‘무관심했다가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면 어떡해? 손절도 중요하다며?’ 라는 말씀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충분히 우수한 자산’을 골랐다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손실 편향에 노출되어 중간에 어설픈 손절이나 추가 매수(물타기)를 하는 것보다는 그 가격 변화에 무관심했다가 나중에 그 하락을 발견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결과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그 때까지도 주가가 하락 중이라면 (기업의 유망성이 여전하다는 전제 하에) 진정한 저점이 다가왔을 가능성이 더 크고,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아주 우수한 물타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이 첫 번째 마인드셋은 ‘꾸준한 공부를 바탕으로 충분히 우수한 자산을 고른 상태에서, 그 자산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 때’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충분히 우수한 자산’이란 재무적, 사업적 측면에서 특정한 기준 하에 최소한의 검증을 완료한 자산을 의미합니다.
두번째 마인드셋: 비판적 시각 견지하기
제가 바라보는 투자 시장에서는 아래의 두 가지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정말 이뤄지는 현상
-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 이뤄지지 않는 현상
미디어와 전문가들의 입김이 매우 강한 투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이 두 가지 현상을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판단을 위해 반드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비판적 시각은 사전적으로 ‘어떤 사태에 대해 감정 또는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사고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구글 검색은 AI, LLM의 발전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라는 주장을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는 실제로 2023~2024년에 미국 시장에서 떠들썩했던 월가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이 월가 안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투자 대가의 입에서 나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보며 어떤 사고를 해야 할까요?
첫째, 우리는 그 주장의 근거가 얼마나 풍부하고 설득력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구글의 검색 관련 지표(검색 빈도, 관련 매출)가 2분기 이상 둔화되거나, 구글 검색으로 연결되는 채널이 사라지는 등의 정량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물론 지난 2년 간 검색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LLM으로 인해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은 변했고 검색의 양과 질은 모두 그 형태를 변이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구글의 검색 매출’이라는 결과를 감소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 월가의 전문가들은 부족한 정량적 근거를 메우기 위해 정성적인 근거를 대기에 이릅니다. ‘요즘 주변을 보라. 아무도 구글을 먼저 검색하지 않는다. Chat GPT를 열어서 무언가를 물어본다’ 라는 코멘트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인터뷰가 송출된 이후로도 구글의 검색 매출은 이를 비웃듯 계속해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 권위 편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구글의 검색은 무너질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투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동네 친구가 이 주장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존재감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워렌 버핏이 자신의 주장에 대해 어떤 근거를 대는지 철저하게 따지고 파고들어야 합니다. 만약 그가 ‘주변을 보라. 요즘은 아무도 구글 검색을 사용하지 않는다’ 라는 근거로 이 주장을 펼쳤다면, ‘근거가 부족하군. 무시해야겠다.’ 라고 단호한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하죠.
2011년 방영된 미국의 저널리즘을 그린 드라마 ‘Newsroom’ 에서는 ‘레드팀(Red team)’이라는 개념이 소개됩니다.
출처: RottenTomatoes
레드팀이라는 표현은 우리 몸 속의 ‘백혈구’와 ‘적혈구’의 역할에서 입각한 개념으로, 백혈구가 균 등의 침입자를 공격하고 나면 레드팀, 즉 적혈구가 이를 청소해주는 역할에서 기인합니다. 드라마 Newsroom에서 레드팀은 오보를 방지하고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한 장치로, 팀 내의 특정 인원들(레드팀)에게 일부러 사건에 대한 정보를 비밀에 부친 후 최후에 정보를 공개하여 그들이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의도합니다. 레드팀은 이 의도에 맞게 기존의 보도 근거를 새로운 시선으로 처음부터 검토하며 비판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의견을 개진합니다. 이 개념은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활발히 사용되는데, 많은 기업들은 중요한 전략을 수행할 때 레드팀을 꾸려 그들이 의도적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반대를 하게 만듦으로써 기업 전략을 탄탄하게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금융 시장은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과 우리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싶어하는 증권사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세계입니다. 이 곳에서 살아남고 우수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우리는 머릿속에 레드팀을 꾸리고, 전문가의 권위에 상관없이 그들의 근거를 검토하고 반대해보며 우리만의 올바른 시각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머릿속의 레드팀이 ‘구글의 검색은 AI의 발전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라는 주장을 철저하게 비판적으로 판단했다면, 그 시기에 부진하던 구글의 주가에 대해 ‘투자할 절호의 기회’라고 결론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구글은 당시의 비관론을 이겨내며 지금은 AI 시대의 리더로 각광받고 있으며, 검색 시장 또한 둔화의 징조 없이 준수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비판적 시각’에 집착하다가 자칫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이뤄질 때도 충분히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현명한 투자를 위해 ‘반대’와 ‘비판’의 개념을 잘 구분하여 현명하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판적인 시각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독서를 추천합니다. 우리가 살아본 적 없는 세계와 몰랐던 지식,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담긴 다양한 도서를 꾸준히 읽어 나가면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개방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반면 독서가 부족하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우리가 경험한 세계만을 기준으로 사고를 국한시킬 것이고, 이는 고집과 아집을 만들며 투자자에게 꽤 치명적인 약점을 안겨줄지도 모릅니다. 이를 예방하고 계속해서 열린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저는 독서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독서 중에서도 투자 도서 외의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꾸준히 읽는 것이 균형 잡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세번째 마인드셋: 행운과 불운을 현명하게 이용하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마인드셋은 ‘운’에 관한 마음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운’의 중요도가 높다는 점은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 시에 자신을 찾아올 ‘행운’에 대해서만 집중할 뿐 ‘불운’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운과 불운은 사람을 가려가며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이 두 가지 운 중 어느 하나에만 더 많이 노출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 감독인 우디 앨런이 연출한 영화 ‘Match Point’ (2005년 상영)에서, 주인공 크리스 윌튼은 ‘운’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독백을 남깁니다.
“사람들은 삶의 많은 부분이 운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워한다. 삶의 상당 부분이 내 통제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니스 경기를 보면 공이 네트 상단을 맞히는 순간들이 온다. 네트에 맞은 공이 수직으로 튀어 오르는 그 찰나의 순간, 공은 앞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뒤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운이 약간 따르면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승리한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 공은 떨어지고 당신은 패배한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저는 이 통찰이 투자의 세계에서도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고, 투자는 스포츠나 그 외 다양한 커리어의 세계에서 유독 심리의 활용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심리를 다잡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고없이 찾아오는 행운과 불운을 제대로 붙잡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첫째, 투자가 잘 흘러가고 시장이 불 같이 타오를 때, 행운을 적극 이용하십시오. 우리의 수익률이 온전히 실력이라고 믿으며 자만과 자신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 결과가 우리의 노력과 실력에 적당한 행운을 곁들여 얻어낸 결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기를 추천합니다.
생각해보면 실제로 행운은 우리의 계좌 도처에 존재합니다. 삼성전자를 주당 15만원에 팔기로 했는데 너무 바쁘게 회사 일을 하다 보니 그날 증권사 앱에 접속하지 못했고, 그 사이에 주가가 10% 더 폭등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는 친구와 커피 한잔하러 집 앞 카페에 나갔다가, 주식 투자에 엄청난 혜안을 가진 투자자가 옆에서 풍부한 투자 근거를 바탕으로 유망한 기업을 줄줄이 대는 것을 엿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는 어렸을 때 게임을 유독 좋아했던 게임 덕후로서, 고 사양 게임을 구동해주는 GPU에 관심을 가져서 엔비디아에 아주 이른 시기부터 투자를 시작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투자와 관련한 우리의 행동은 직/간접적으로 운에 기댈 때가 생각보다 많지만, 정작 큰 수익을 실현하며 뒤를 돌아볼 때 그런 운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건 내 실력이야. 운도 실력이지’ 라고 결론을 내버리는 많은 투자자들의 마음에는 자신의 투자 실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쌓여갑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은 투자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퀄리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믿음의 정도에는 적정한 선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 선을 지키며 우리의 성공에 기여한 행운의 역할을 함께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투자가 저조하고 모든 게 좋지 않아 보일 때, 불운을 적극 이용하십시오. 만약 우리가 좋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아오며 공부하고 노력했다면, 지금의 저조한 투자 성적은 그저 불운의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낮은 수익률이 순전히 자신의 실력 때문이라고 믿는 것은 앞으로의 투자에도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됩니다.
바로 위에서 행운 투자의 예시를 들었던 것처럼, 우리는 불운에도 생각보다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원대한 마음을 품고 투자를 시작하는 그 시기가 하필 미국의 거대한 경기 침체의 시작과 맞물린다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자산을 선택해도 주가는 아래로 곤두박질 칠지도 모릅니다. 혹은 투자금을 본격적으로 확대해보려는 시기에 갑자기 가족에게 중대한 개인사가 생겨 돈을 급하게 다시 인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불운은 우리의 계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이런 불운의 영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조한 수익률이 온전히 내 실력이다’라고 자기 탓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결코 도움이 되는 사고가 아닙니다.
투자에 있어서 행운과 불운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이 둘을 떼어놓고 일관성 없이 자신의 심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를테면 그들은 본인의 투자가 성공 가도를 달리면 ‘이건 운이야’ 라고 말합니다. 행운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실력의 기여도를 낮추면서 겸손을 표합니다. 여기까진 꽤 바람직한 전개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들은 반대로 본인의 투자가 실패하면 ‘이건 내 실력이야’ 라며 갑자기 자신의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냅니다. 일관성이 무너져버립니다. 아마도 이는 마음 속 겸손함과 겸허함을 지키기 위해 ‘실패는 내 탓이야’ 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본인의 성공에 ‘행운’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면, 본인의 실패에는 ‘불운’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믿어야 합니다. 일관성 측면에서도 이 논리가 타당하며, 앞으로 오랫동안 투자를 이어나갈 우리에겐 이렇게 행운과 불운을 이용하여 심리를 보호하고 정신승리를 할 수 있어야 어떤 상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인드셋을 갖출 수 있습니다. 성공이 여러분의 실력 덕분이 아니라면, 실패 또한 여러분의 잘못으로 인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관성 있게 행운과 불운을 다룰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안정된 심리 기반을 바탕으로 투자에 임할 수 있습니다. 투자가 잘 될 때는 행운의 기여를 인정하며 들뜨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속 노력할 수 있고, 투자가 잘 안 될 때는 불운의 기여를 인정하며 자존감을 지키고 역시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습니다. 아마 처음엔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겠지만, 반복되는 투자의 성공과 실패 속에 위의 사고방식을 되새기며 단련하다 보면 충분히 빠르고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투자 심리를 갖추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이상으로 제가 투자자로서 중요하게 여기고 스스로 늘 다짐하는 세 가지 마인드셋을 소개해보았습니다. 마인드셋은 조금은 지루하고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중요히 여겨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지만, 저는 개인 투자자가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인드 컨트롤부터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좋은 자산을 선택해도, 혹은 어떤 탁월한 예측력을 가지고 있어도, 기본적인 심리가 안정되어 있지 않다면 우수한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며,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심리만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이 거대한 투자의 세계에서 웬만한 파도와 바람에는 흔들리지도 않고 편안하게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설명한 세 가지 마인드셋을 요약하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 첫째, 건전한 무관심으로 무장하십시오. 선택한 자산에 대해 자신이 있고 미래를 진단하는 시계열이 충분히 장기적이라면, 하루 하루의 가격 변동에 스스로를 노출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 둘째, 비판적으로 사고하십시오. 그 어떤 미디어와 권위자, 전문가가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주장을 펼친다고 해도, 그 주장을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능동적으로 검토하고 결론을 내리십시오.
- 셋째, 행운과 불운을 일관성 있게 활용하십시오. 우리가 행운을 인정하는 만큼 똑같이 불운의 기여도를 인정한다면, 어떤 극단의 상황에서도 안정된 심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 글을 읽고 만약 ‘실천해보겠다’ 라는 마음까지 먹은 분이 계시다면, 아마 실천의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우리라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피 같은 돈을 투자해놓고 가격 변동에 무관심하기란 결코 쉽지 않으며, 우상으로 삼던 이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찰나의 순간을 회고하며 행운과 불운 사이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란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돈 넣고 돈 먹기'라며 가볍게 말할 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투자는 나에 대한 깊은 고찰과 더 나아지려는 의지를 갈고 닦아야 하는 진지한 수행처럼 느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