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Valley 시리즈 #1] 개발자라는 본업,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나만의 Valley 시리즈 #1] 개발자라는 본업,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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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
2025.12.29조회수 168회

지난 이야기


본 시리즈는 격주 일요일에 한편씩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다음 이야기 : 2026/01/11 예정)


1. 하루 14시간의 노동.

새벽 2시. 거실 불은 꺼졌지만 모니터 빛만은 여전히 내 눈을 찌르고 있다. 이번 주는 유독 길다. 지난주 내내 매일 14시간씩 일했고, 이번 주도 역시 주말을 반납한 채 하루 14시간 꼬박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멍하고 몸은 이미 파김치가 되었다.

이제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이지만,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터진 댐의 구멍을 몸으로 간신히 막아냈다는 안도감과 찝찝함만 남았다.


문득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지속 가능한가? 5년 뒤, 10년 뒤에도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답은 명확했다.


아니오.


지금 나는 시간을 갈아 넣어서 부족한 실력을 메우고 있다. 5년차 개발자라면 갖췄어야 할 문제 해결능력 대신, 단순한 체력과 근성으로 버티고 있다. 이건 지속 불가능한 방식이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내 체력은 언젠가 꺾일 테니까.


2. 도피처였던 준비들: 나는 왜 본업에 몰입하지 못했나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본업에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했다. 단순히 일을 하기 싫다거나, 복잡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게 싫어서 도망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문제는 'Why 의 부재'였다. 내 눈에 비친 개발자라는 직업, 특히 회사에 소속된 개발자는 너무나 회사에 의존적이고 수명이 짧아 보였다. 결국 회사의 비즈니스와 시스템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고, 나중에 회사를 나오면 스스로 돈을 벌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10배 성장이 불가능한 구조, 독립적이지 않고 종속적인 구조, 내 시간이 아닌 회사의 시간을 사는 삶.


"본업에 몰입해도 결국 나는 회사에 종속될 뿐이야."


이 생각은 나를 자꾸만 밖으로 돌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독립적인 힘을 기르겠다며 4년 차 때는 개인 앱을 만들어보았고, 5년 차인 올해는 Valley 에서 강의를 듣고 글과 ValC 보고서를 썼다. 투자는 필연적이고, 앱은 온전한 내 것이니까. 나는 본업을 소홀히 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에 한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혼자 맡아서 진행하며, 내 생각이 철저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3. 생각의 전환: 실력이 곧 독립이다

"본업에서 독립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나가서 무엇을 해도 결국 무너진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가 일하는 방식, 지금 내 상태는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 Gemini 에게 나의 현 상황과 앞으로에 대한 상담을 했다. Gemini 의 답변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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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필요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뼈를 세게 때리더라.

뼈는 아프지만 여전히 '본업에서의 역량이 회사에 종속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역량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렇게 본업에 몰입하면 1년 뒤에는 더 독립적이게 되나? 그게 안티프래질하고 스케일업(10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길이야?"


Gemini 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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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는 '회사 안'과 '회사 밖'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본질은 장소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그 자체였다. 회사에서 주어진, 정해진 사업 내에서의 문제도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데, 나가서 맨땅에 내 사업을 한다고 잘 될까?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시간만 갈아넣는 방식의 실력으로 회사 밖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잘 될까?


본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자 관점이 달라졌다. 내가 1년 동안 미친 듯이 몰입해서 압도적인 실력, 탁월함을 갖춘다면? 그래서 12시간 걸릴 일을 4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면? 그때 생겨나는 여유 시간, 그렇게 갖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원하던 독립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본업을 잘하는 것이 회사에 종속되는 길이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길, 독립을 향해 나아가는 길처럼 느껴진다.


4. 본업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는 다짐만으로 해결되는건 없다. 하지만 적어도 'Why(본업을 왜 잘하려 하는가)'는 찾았다. 이유를 찾으니 더 이상 핑계는 없어졌다.


그런데 본업을 '잘' 한다는건 구체적으로 어떤걸까?

개발을 잘 하는 것일수도 있고,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일수도 있고, 글을 잘 쓰는 것일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을 다 잘해야 본업을 '잘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나는 개발 역량에서 문제를 느꼈으니, 개발을 잘하려는 방향으로 가면 되나? 그럼 '개발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사용하는 기술인 스프링, 카프카 등을 잘 다루면 개발을 잘 하는건가?


그런데 또 AI의 폭풍으로 인해 '개발을 잘한다'의 정의도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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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y1.mag (Instagram)


'잘한다'의 방향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정할텐데 참 모호하다.

AI 를 공부해야하는건가? AI 를 공부한다는건 또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정리가 안될 때,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단어는 무엇인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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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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