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라고 합니다.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는 선진국이 후진국에 자유무역과 자본이동 등 시장 개방을 강요함으로써 후진국의 경제를 약탈한다고 말합니다. 자유로운 교역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절대우위론과 비교우위론으로 잘 설명되어 있고, 실제로도 참인 듯 합니다. 분배 문제는 뒤로하더라도, 세계화가 적어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촉진시켰으면 시켰지 둔화시키진 않았으니 말입니다.

요즘도 IMF·세계은행 등 세계 유수의 경제기관에서는 종종 시장 개방과 글로벌 스탠다드 준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내놓곤 합니다. 국제기구라는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다만 이들의 쩐주가 선진국이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들에게 악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유무역이 필요하다고 그럴듯한 논리로 세뇌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후진국·개도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로 중진국 함정이라는 이론을 내세웁니다. 여기서는 중진국의 경제 부진의 이유로 흔히 빈약한 시장경제와 산업구조, 교육, 사유재산권 미비 등을 꼽습니다.
(교육은 총요소생산성 개선을 통해 경제 장기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사유재산권 지수가 높을수록 1인당GDP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견의 여지는 있음)

그러나 중진국 함정의 원인이라고 내세우는 것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중진국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자의적으로 설정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중진국은 1인당GDP 얼마 미만, 경제성장률 얼마 이하'라는 식으로 정의해놓고 이 필터에서 걸러지는 것을 중진국으로 둡니다. 일종의 탑다운 방식이죠. 이제 중진국 함정의 원인을 고르는 방법은, 중진국으로 걸러진 나라와 그 외 나라의 경제·사회 구조 차이를 비교하면 끝입니다. 중진국이라는 정의 자체에 그 원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중진국 함정이야말로 대표적인 생존편향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중진국 함정은 선진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진정한 원인을 지적하기보다, 중진국이 중진국으로 남아있는 이유만을 데이터 마이닝·캘리브레이션 등을 통해 자의적으로 골라낸 것은 아닐까요? 전쟁·흡수 등으로 패망한 과거의 국가들은 무시하고 현재 남아있는 선진국의 도드라지는 특징만을 뽑아낸 것일 수도 있죠. 현재 남아있는 선진국과 후진국만을 대상으로 분석한다면 생존편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쉽게 표현하면 먹고 살만해지니까 학교도 다니고 참정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 학교에 다니고 참정을 했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닭과 달걀의 문제죠. 어느 쪽도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설령 중진국 함정이 참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숱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는 게 문제죠. 이것은 중진국 함정이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