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은 글이라
인용으로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롤라팔루자
2026.06.15
반도체 PER과 영구 마진률 (같지만 다른 PER)
TL:DR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50%+ 마진과 커스텀 개발 반도체, 그리고 LTA(장기계약)을 근거로 시클리컬(Cyclical) 산업에서 구조적 성장(Secular) 산업으로 변모했다고 주장한다. 즉, PBR→PER 전환을 기대한다.
하지만, FPER을 적용하는 건 "이 마진이 영구적"이라는 뜻이다. 핵심은 영구 마진이다.
마진 안정성을 결정하는 건 진입장벽(집중도)이 아니라 전환 비용(퇴출장벽)이다.
고마진 산업(Visa·TSMC·TI)은 해자가 안팎 모두를 향해 고객이 못 떠난다.
정상화 마진이 얼마일까? 올바른 프레임은 정상화 이익 × 구조적 PER(10~14배)이지, 피크 이익 × 시장 PER이 아니다.
단, 정상화 밸류와 당장의 주가 기대치는 별개다. 영구 마진을 아는 것과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 사이가 투자의 가장 넓은 간극이다.
반도체 PER과 영구 마진률
SK하이닉스의 가장 최근 분기 총이익률이 NVIDIA를 넘어섰다.
잠깐.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AI 칩 독점 공급자보다, 마진이 높다고?
2026년 1분기 SK하이닉스 총이익률 79%. NVIDIA 75%. 영업이익률은 72%로, TSMC 10년 평균(약 43%)은 물론 최근 분기(51%)마저 넘겼다. 2년 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였던 회사가.
시장은 이 변화를 보고 말한다. "이제 PBR이 아니라 PER로 봐야 한다." 근거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HBM, 커스텀 메모리, LTA(장기 공급 계약), 글로벌 과점 심화, 무역·제재 전쟁까지. 다섯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범용 상품에서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다.
근데 PER에는 가정이 하나 숨어 있다. Forward PER을 적용한다는 건, 올해 이익이 영구적이라는 뜻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영구 영업이익률이 정말 70%인가
PBR에서 PER로
메모리 반도체는 원래 PBR로 평가받았다. 이유가 단순하다. 이익이 사이클마다 요동쳤으니까. 어떤 해는 50%, 다음 해는 적자. PER을 적용하면 피크에서 싸 보이고 바닥에서 비싸 보인다. 의미 없는 숫자가 된다. 지금까지 시장이 자산가치(즉 PBR)를 기준으로 삼은 건 합리적이었다.
PER 전환론은 다섯 가지 구조적 변화에 근거한다.
첫째, HBM. SK하이닉스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HBM 마진은 전통 DRAM보다 구조적으로 높다. TSV 적층, 고급 패키징, 열 설계, 글로벌 메모리 TOP 3사만 할 수 있는 고난이도 제품이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NVIDIA HBM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둘째, 커스텀 메모리. 과거에는 JEDEC 표준 DDR을 찍어서 누구한테나 팔았다. 지금은 다르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AI 가속기를 설계하면서 거기에 맞는 메모리 스펙을 요구한다. LPDDR5X를 특정 SoC에 최적화하고, CXL 메모리를 고객 아키텍처에 맞춰 개발한다. 메모리가 "부품"에서 "공동 설계 솔루션"으로 바뀌는 중이다. 공동 설계를 했으면 공급자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셋째, LTA(Long-Term Agreement) 장기 공급 계약. 하이퍼스케일러와 12~24개월 장기 계약으로 물량과 가격을 묶는다. 스팟 시장 의존도가 낮아진다. 분기마다 가격이 출렁이던 시절과 다르다. 과거 메모리 산업에 없던 수요 가시성이다.
넷째, 글로벌 과점 심화. 2009년에 DRAM을 만들던 회사가 10개였다. 지금은 3개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글로벌 DRAM의 약 90%를 점유한다. 3사 외에 의미 있는 생산 능력을 가진 회사가 없다. 경쟁자가 10개에서 3개로 줄었다는 건 가격 전쟁의 강도가 구조적으로 약해진다는 뜻이다.
다섯째, 무역·제재 전쟁.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메모리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2024년 12월 HBM과 선단 DRAM에 대한 대중 수출 제한이 시행됐다. 중국 CXMT는 TSV 적층 장비와 EUV 접근이 차단돼 HBM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다. CHIPS Act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팹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지정학이 기존 3사의 기술 우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다섯 가지를 합치면 이야기가 된다. HBM이 제품 차별화를, 커스텀 메모리가 고객 종속을, LTA가 이익 가시성을, 과점 심화가 공급 규율을, 수출 통제가 진입장벽 강화를 만든다. 이 구조가 맞다면 이익 변동성이 줄어들고 PER 적용이 합리적이 된다.
모두 합리적인 논리다.
PER이 숨기는 것
Forward PER이 몇배이기 때문에 "싸다" 라를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PER 8배라는 건 현재 이익이 유지될 시 8년 동안 현재 시가총액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미래에 이익이 줄어들면, 실질 PER은 늘어난다.
지금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이 72%다. 이 숫자에 PER을 적용한다는 건 72%가 유지된다는 가정이다. "PER로 봐야 한다"는 말은 사실 "이 마진이 영구적이다"라는 말과 같다.
정말 그런가. 다른 과점 산업들은 어떤가.
과점 산업의 영구 마진
메모리 반도체는 3개 기업이 DRAM 시장의 95%를 점유하는 과점 산업이다. 팹 하나 짓는 데 $15~20B, 기술 격차 5~7년. 진입장벽이 높다.
하지만 과점이라고 다 같은 과점이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과점이 존재하고, 그 마진 구조는 극적으로 다르다.
여러 과점 산업을 나란히 놓으면 패턴이 보인다. 시장 집중도가 아니라 전환 비용이 마진의 안정성을 결정한다.
바깥을 향한 해자는 진입장벽이다. 새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벽. 팹 건설비 $15~20B, 기술 격차 5~7년, 규모의 경제, 정부 규제. 이 벽이 높으면 플레이어 수가 제한된다. 누가 이 게임을 하는지를 결정한다.
안쪽을 향한 해자는 전환 비용이다. 기존 고객이 공급자를 바꾸지 못하게 잡아두는 힘. 설계 종속, 시스템 통합, 양면 네트워크, 물리적 인프라 종속. 이게 있으면 고객은 가격이 올라도 떠나지 않는다. 게임의 규칙 자체를 결정한다.
마진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건 안쪽이다. 진입장벽은 밖에서 오는 위협을 막아준다. 근데 안쪽 해자가 없으면 기존 3사끼리의 가격 경쟁이 문제가 된다. 고객이 자유롭게 옮겨다니면 3사는 서로의 고객을 뺏기 위해 가격을 내린다. 경쟁자가 3개든 10개든, 고객이 가격만 보고 고르는 시장에서 균형 가격은 한계 비용 근처로 수렴한다. 호황에는 공급 부족이 이 힘을 눌러놓는다. 불황이 오면 이 힘이 전면에 나온다.
산업을 비교하면 이 구조가 선명해진다.
TSMC. 애플이 A시리즈 칩을 TSMC 3nm에 맞춰 설계하면 그 설계는 TSMC 공정에 종속된다. 삼성 파운드리로 옮기려면 물리적 레이아웃부터 다시 해야 한다. $수십억, 2~3년. NVIDIA, AMD, Qualcomm 전부 같은 상황이다. TSMC가 가격을 10% 올려도 고객은 받아들인다. 떠날 수 없으니까. 바깥 해자(EUV 장비, 수조 달러 투자, 수만 명 공정 엔지니어)도 높고, 안쪽 해자(설계 종속)도 높다. 10년 평균 OPM ~43%, 최근 51%까지 올라갔고 누구도 "이게 사이클 피크"라고 말하지 않는다.
철광석. BHP, Rio Tinto, Vale 3사가 해상 운송의 약 60%를 점유한다. 광산 하나 여는 데 수십억 달러, 10년+. 바깥 해자가 높다. 근데 62% Fe 철광석은 어디서 캐든 같은 철광석이다. 포항제철이 BHP 철광석을 쓰다가 Vale 철광석으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0에 가깝다. 계약서만 바꾸면 된다. 안쪽 해자가 없다. 호황에 OPM 45%, 불황에 15%. 3사 과점인데 마진이 3배 넘게 출렁인다.
패턴이 있다. 바깥 해자만 강한 과점은 호황·불황의 진폭이 크다. 안쪽 해자까지 강한 과점은 마진이 좁은 밴드 안에서 움직인다. 진입장벽의 높이가 마진의 "수준"을 결정하지 않는다. 전환 비용의 유무가 마진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어디에 있나.
바깥 해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팹 $15~20B. 기술 격차 5~7년. EUV 장비 접근 제한. 수출 통제로 후발 주자 진입이 물리적으로 차단돼 있다.
안쪽 해자는 역사적으로는 없었다. 삼성 DDR5든 SK하이닉스 DDR5든 마이크론 DDR5든 JEDEC 표준을 따르면 서버에 똑같이 꽂힌다.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제품 중 하나인데, 시장에서는 밀이나 구리처럼 거래됐다. 진입장벽은 TSMC급, 전환 비용은 철광석급. 이게 메모리 반도체의 근본적 모순이었다.
"이었다"라고 쓴 이유는, 이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산업의 변화와 전환 비용
PER 전환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결국 하나를 증명해야 한다. 낮았던(없었던) 전환비용이 확대되었는가.
HBM. NVIDIA가 GB200에 쓸 HBM3E를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한다면 삼성이나 마이크론으로의 전환은 DDR5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가격을 20% 올리면? NVIDIA는 삼성이나 마이크론으로 간다. 삼성 HBM3E 수율이 올라오고 있고 마이크론도 양산에 진입했다. HBM4 세대에서 SK하이닉스의 NVIDIA 공급 비중은 70%로 떨어질 전망이다(Wedbush, 2026.1). TSMC가 20% 올리면? 고객은 받아들인다. 대체가 없으니까. 설계를 다시 할 수 없으니까. HBM은 전환이 "어려운" 상품이지, "불가능한" 상품이 아니다. → 과거보다 높아졌다. TSMC급은 아니다.
커스텀 메모리.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전환비용" 해자다. 구글 TPU에 맞춘 HBM, MS Azure 가속기에 최적화한 LPDDR5X, 메타 MTIA에 맞춘 메모리 인터페이스. 공동 설계에 6~12개월을 투자했으면 공급자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근데 얼마나 큰가. SK하이닉스 매출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범용 DRAM과 NAND다. → 커스텀 영역에서는 의미 있다. 블렌디드로 보면 아직 낮다.
LTA. 12~24개월 계약이 이익 가시성을 높이는 건 맞다. 근데 계약이 끝나면 다른 공급자와 새 계약을 맺을 수 있다. Linde의 15~20년 파이프라인이나 Otis의 20~30년 유지보수 계약과는 다르다. → 이익 변동성 완화 장치지, 전환을 막는건 아니다.
과점 심화. 10사에서 3사로. 가격 규율이 쉬워졌다. 파괴적 가격 전쟁의 확률이 줄었다. 근데 고객은 여전히 3사 중 아무한테나 살 수 있다. 철광석도 3사 과점이다. → 사이클 저점을 높인다. 사이클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무역·제재. CXMT의 HBM/선단 DRAM 진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밖을 향한 해자가 정책으로 더 높아졌다. 근데 지정학은 양날의 검이다. 중국 시장 자체가 닫히면 3사의 TAM이 줄어든다. → 진입장벽 강화는 확실, 사업 영향은 양가적.
정리하면 이렇다. "전환 비용 (안쪽) 해자"를 만드는 건 HBM과 커스텀 메모리이다. 나머지 셋은 바깥 해자(진입장벽)나 이익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다. Visa/TSMC급 마진의 영구화는 안쪽 해자가 완성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안쪽 해자가 "생기기 시작한" 단계다.
그래서 영구 마진은 얼마인가
메모리 반도체의 역사적 영업이익률. 피크 45~72%(2017~2018, 2025~2026). 미드사이클 15~25%. 저점 마이너스~한 자릿수(2019, 2023).
다모다란의 연구가 보여주듯 영업이익률은 장기적으로 산업 중앙값으로 회귀한다. 예외는 구조적 해자가 회귀를 막는 경우뿐이다.
다섯 가지 변화를 반영하면 미드사이클 마진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25~35%로. HBM과 커스텀 메모리가 제품 믹스를 바꾸고, 과점 심화와 수출 통제가 사이클 저점을 높이고, LTA가 변동성을 줄인다. 과거의 15~25%는 이제 맞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영구마진 70%는? 72%는 파운드리(43~51%)보다 높고 아날로그(TI ~40%)보다 높고 Visa(~65%)에 육박한다. 이 산업들은 안쪽 해자가 완성된 구조다. 바깥 해자가 아무리 강해도, 고객이 3사 사이에서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는 한, 이 수준의 마진 영구화는 어렵다.
단기 게임
DRAM 계약가가 26Q1에 전분기 대비 93~98% 뛰었다(TrendForce). HBM은 2026년 내내 매진. 사이클 피크 신호(스팟 가격 반전, OEM 재고 급증, 하이퍼스케일러 Capex 삭감)는 아직 하나도 안 나왔다. 지금은 다 괜찮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단어는 모든 메모리 호황에서 등장했다. 2017년에도 2021년에도. 매번 사이클은 끝났다. 모건 스탠리가 메모리 전망을 비관에서 낙관으로 전환했다. 이런 센티먼트 반전은 역사적으로 사이클 후반부에 나타나곤 했다.
지금 실적이 좋은데 "이건 영구적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건 어렵다. 눈앞의 숫자가 좋으면 미래도 좋을 거라고 믿고 싶다. 본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투자에서 가장 어렵다.
같지만 다른 PER
다섯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PBR에서 PER로의 전환 논의는 합리적이다.
어떤 이익에 PER을 적용하느냐가 문제다. 나는 정상화 영업이익률을 25~35%로 본다. 과거 15~25%에서 다섯 가지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올린 것이다. 70%+는 모르겠다. 정상화 이익에 구조적 PER을 적용하는 게 맞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피크 이익에 시장 PER을 적용하는 건 낙관주의적 생각이다.
PER로 봐야 한다는 말은 맞을 수 있다. 어떤 이익의 PER인지가 진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