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youtu.be/JYRhdd5BCp0?si=KSWB1V9D3cExvnXY
오늘 유튜브 구독란을 스크롤링 하던 도중 흥미로워 보이는 영상을 발견했다. 주로 원자재 시장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팟캐스트 채널인데 AI에 관한 내용이 제목부터 보였다.

(나에게는 참기 힘든 제목이었다)
무려 54분에 달하는 긴 내용이지만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들어봤다 (점심 시간에 산책하면서, 밥 먹으면서 들었더니 모든 내용이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AI 내용 요약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자세히 확인해봤다).
원자재 시장은 지난 1900년대 부터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얼굴 없는 중개자들(The World for Sale)"에 아주 자세히 다뤄져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며 좋다. 원자재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히스토리를 알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선도/선물 시장 등장 전까지만 해도 원자재 시장은 완전 현물 시장이었다. 당연한 말이다. 거래소, 선물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데 무슨 페이퍼 거래가 있었겠는가. 흔히 생각하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비즈니스를 하듯 거래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인간관계, 즉 비즈니스를 잘하는 사람들이 원자재 거래도 잘했다. 이러한 사람들이 원자재 트레이딩 하우스를 만들었고, 그 밑에 직원들도 그러한 스킬셋(skill-set)들을 열심히 배웠다. 열심히 포장해서 그렇지, 사실상 영업이다. 이런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 세계에서 원자재가 저렴한 곳을 찾는다 (예: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직접 가서 높으신 분들과 원자재 생산 업체 대표 만나서 쌰바쌰바한다 (술 사드리고 등등)
거기서 원자재를 상대적으로 싸게 조달해, 원자재가 비싼 곳(예: 유럽, 미국)에 판다.
그 마진은 원자재 트레이딩 하우스가 챙겨간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분다. 바로 거래소가 등장한 것이다. 선물/옵션 계약에 익숙하지 않고, 그 구조도 모르던 트레이더들은 금새 업계 내 퇴물이 되어 퇴출당하게 된다. 현물 트레이딩뿐만 아니라 페이퍼 트레이딩까지 공부해서 따라잡은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 원자재 트레이딩 하우스나 투자 은행들을 보면 현물 거래만 하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아마 다 하우스 내에 거시경제 분석팀, 퀀트팀 등등 다양한 분석팀들과 함께 일할 것이다 (나도 직접 일해본 것은 아니라... 잘은 모른다. 대충 듣기로는 그렇다고 한다).
시장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바로 AI가 등장한 것이다. ChatGPT의 등장을 시작으로 구글의 Gemini, Claude의 Sonnet등 여러 훌륭한 AI모델들이 시장에서 열심히 경쟁하고 있다. 사용자인 나는 덕분에 여러 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이 변화의 바람은 아마 모든 투자은행과 원자재 트레이딩 하우스에도 불고 있을 것이다.
이번 팟캐스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원자재 트레이딩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조언이라 볼 수 있다. 여러 내용들이 오고 갔지만 핵심은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펀더멘털 분석 및 이해 능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면서
AI를 적극 활용해 이것저것 도전해보라
이렇게 말한 이유는 본인이 직접 원자재 특화 AI를 개발하면서, 자신이 예전에 배웠던 원자재 트레이딩 기술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에 참 공감이 많이 갔다.
요즘은 AI가 코딩부터 PDF 요약에 이제는 o1을 통한 추론까지, 정말 인간이 하던 분야에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업무에 이를 활용해보면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AI가 아무리 많은 지식을 탑재하고 있다고 해도, 그리고 그 컨텍스트를 일부 문서를 통해 넣어준다고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인간이 직접 경험을 통해 쌓아온 지식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체 불가능이다. 분명 AI는 여러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실제로 주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발로 뛰고,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배운 경험들은 AI가 알 수가 없다. 원자재 트레이딩 하우스에서는 아무리 AI가 뛰어나다고 해도, 트레이더들이 직접 이 나라 저 나라 오고 가면서 사람들과 맺은 관계를 통해 배운 것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이익(P&L)은 적어도 아직은 AI가 해낼 수가 없다 (적어도 아직은이라는 말을 계속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AI를 그냥 쓰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AI를 적극 활용하고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라고 적극 권한다. 시계열 전망도 해보고, 문서 데이터도 넣어서 이해시키고 추론시켜보고 등등,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게 될까? 싶은 것도 막상 해보면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다.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업계에서도 AI툴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나만 봐도 뉴스 번역부터 요약까지 AI 다 시키고 있고, 코딩할 때도 AI 도움 받고 있고, 보고서를 쓰기 위한 아이디어 탐색부터 점검까지 AI와 함께 할 때가 많다. 분명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인데, 지금은 그렇게 변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나도 그런데, 다른 큰 기업들은 어떠하겠는가. 선진국 미국의 기업들은 더 적극 활용하고 있지 않을까.
결국, 기존 펀더멘털 분석과 이해 능력 (도메인 지식이라고 많이 부르죠)과 더불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최고라는 것이다. AI 시대니까 이제 펀더멘털 필요 없어라고 해도, 또는 AI는 무슨 AI, 그냥 펀더멘털이 짱이야 하는 것도 둘 다 좋지 않다. 항상 정답은 극단 사이에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AI의 발전 속에서 참 혼란스러웠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중에는 AI가 다 대체해서 의미 없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속을 맴돌아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그래 AI로 가는 거야 결심하고 AI 공부도 해보고 딥러닝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봤다. 결론은 택도 없다 ㅋㅋ 나같은 문과가 카이스트, 서울대, MIT 등등 훌륭한 대학의 공과, 이과나온 사람들과 무슨 경쟁을 하겠는가. 동시에 여러 툴들을 사용해봤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아직까지는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연역적 추론에 있어서는 AI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분야를 더욱 깊이 파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동시에 AI에 대한 이해와 툴들 활용에 대해서는 놓지 않기로 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어느정도 백그라운드 지식을 갖추고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AI 툴들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업무 효율화를 높이거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 사실 매일매일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규 모델들과 툴들 때문에라도 계속해서 ...

좋은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