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 상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25.12.15]
원유 균형가는 어떻게 구할까? 데이터 기반 밸류에이션 방법론 ['25.12.05]
지난 글에서는 OECD 재고를 통해 원유 균형가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해당 글 시사점에서 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또 이런 툴이 있으면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시나리오 분석 또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번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 상태에 대해, 그리고 만약 두 국가 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어떠할지, 이 밸류에이션 툴을 활용해 추정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을 통해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군사적 충돌 혹은 전면전 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 (균형가 방법론을 통해), 그리고 충돌에 대한 가능성을 평가해 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국제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근데 둘은 도대체 왜 사이가 안 좋을까요?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 악화는 1999년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대통령 집권 이후 본격화되었습니다. 차베스는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석유 산업 국유화를 추진했고, 쿠바·러시아·중국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반미 진영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했죠.
이후 2013년 차베스 사망 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은 이러한 노선을 계승했습니다. 즉, 미국이 싫어하는 사회주의 이념을 추진했기에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해상 타격 작전 'Operation Southern Spear'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이후 꾸준히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언급하며 이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도 20% 팬타놀 관세를 부과했었고요.
이런 가운데 2025년 9월 초, 트럼프 행정부는 카리브해에서 해상 타격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공식 명칭은 'Operation Southern Spear(남부 작살)'. 명목상으로는 마약 밀수 선박을 차단하는 작전입니다.
작전 개시 후 3개월 동안 총 22척의 선박이 파괴되었고, 82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첫 공습에서 11명 전원이 사망했고,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모두 죽이라(Kill them all)"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쟁범죄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프 설명: Operation Southern Spear 작전으로 인한 주별 사망자 수 추이 (2025년 9월 2일~11월 17일, 카리브해 및 동태평양 지역) (출처: CSIS)
베네수엘라 영공 폐쇄 선포
2025년 11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베네수엘라 상공과 주변 영공이 폐쇄됐다고 간주하라"고 선포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영공 폐쇄는 본격 공습이나 군사작전 이전 취해지는 첫 조치"라고 경고했죠.
현재 카리브해에는 엄청난 군사력이 집결해 있습니다:
USS Gerald Ford 항공모함 (배수량 10만톤)
호위 구축함 3척
약 15,000명의 병력
F-35B 스텔스 전투기 10대
약 170발의 Tomahawk 순항미사일 발사 가능
CSIS의 라이언 버그는 "항모는 마약 단속에는 부적합하지만 베네수엘라 타격에는 최적화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항모를 카리브해에 오래 묶어둘수록 다른 지역 사령관들의 요청이 강해진다"며 "연말 전에 베네수엘라 내 육상에 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죠.
그래프 설명: 카리브해에 배치된 미군 병력 규모 추이 (2025년 2월~11월, 증강 병력 중심으로 11월 약 13,000명 수준) (출처: CSIS)
그래프 설명: 카리브해 배치 가능 토마호크 미사일 수량과 과거 주요 군사 작전 발사량 비교 (걸프전, 이라크/유고슬라비아 폭격 등) (출처: CSIS)
진짜 목표는 자원 확보?
표면적으로는 마약 단속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목표는 자원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특사를 임명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광물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거든요.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확인매장량(약 3,000억 배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의 핵심 광물인 콜탄(Coltan)도 대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 현황
생산 및 수출 규모
베네수엘라는 OPEC 회원국으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일평균 2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제재와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경영 부실이 겹치면서 2020년에는 하루 40만 배럴 미만으로 급락했죠. 현재는 Chevron사가 미국 정부의 라이센스 허가를 받아 약 90만 배럴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은 PdVSA(국영 기업, NOC)와 국제 석유 기업(IOCs) 간 합작법인(JV)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체 생산의 약 절반이 JV를 통해 생산되며, 그 중에서도 Chevron의 5개 JV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죠. Chevron의 지분율은 프로젝트에 따라 25.2%에서 60%까지 다양합니다.
그래프 설명: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량 추이 (출처: Kpler)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입니다. 일평균 40만 배럴 이상을 수입하고 있죠. 미국도 15만 배럴 정도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는 Chevron이 제재 면제를 받아 생산한 물량입니다.
구조적 취약점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은 몇 가지 치명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희석제 의존: 초중질유는 점도가 너무 높아서 그 자체로는 수송이 불가능합니다 (초중질유가 무엇인지는 조금 있다가 살펴보겠습니다). 나프타와 같은 경질 유분을 섞어야 하는데, 이걸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죠. 만약 군사 개입으로 희석제 조달이 6주 이상 차단되면 생산 자체가 중단됩니다.
Jose Terminal 의존: 전체 생산의 80%가 Orinoco Belt에서 나오고, 이 물량은 모두 Jose Terminal을 통해 수출됩니다. 지도를 보면, 해당 터미널은 미국의 공격 예상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미 해군이 영토로 진입하되면 해당 터미널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죠. 이 터미널이 가동 중단되면 배에 실을 방법이 없어집니다.
Upgrader 시설: 2025년 11월에 Jose Complex의 Upgrader가 가동 중단되면서 실제 생산량이 65만 배럴까지 급락한 상태입니다. 전면 회복은 2026년 2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도 설명: 베네수엘라 주요 석유 생산 지역 및 수출 터미널 위치 (출처: Kpler)
알아야 될 개념: Heavy Sour 원유
또한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Heavy Sour(중질고유황) 원유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유종 대부분이 중질고유황유이기 때문인데요.
원유는 무게와 유황 함량에 따라 분류됩니다. 가벼우면 Light, 무거우면 Heavy. 유황이 적으면 Sweet, 많으면 Sour라고 하죠. 베네수엘라의 주력 유종인 Merey는 API Gravity가 16도에 불과한 매우 무거운 중질유입니다. 중동의 Arab Heavy(API 28도)보다도 훨씬 무거운 수준입니다.
그래프 설명: 베네수엘라 원유 유종 타입 및 주요 원유 API 비교 (출처: S&P Global)
이런 초중질유는 정제하기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Coker 같은 고도화 설비를 갖춘 정제소에서는 디젤과 중간류(Middle Distillates)의 수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또한 미국 걸프만 정제소들은 애초에 이런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셰일 오일 혁명 이전 원래 남미, 중동에서 오는 중질유를 주로 수입하여 처리하였기 때문).
문제는 뭐냐면, 최근 몇 년간 중질유 공급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베네수엘라산: 2018년 46만bpd → 2025년 15만bpd (제재로 인해)
멕시코산: 2023년 74만bpd → 2025년 40만bpd (자체 정유소 가동 개시로 인해)
러시아산: 2021년 30만bpd → 완전 중단 (제재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국 걸프만 정제소는 구조적인 중질유 부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념적으로는 반대편에 있지만, 정제소 가동을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이죠.
만약 베네수엘라산 공급이 끊겨 경질유로 대체한다면 디젤 생산 수율이 하락하고 정제 마진이 악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S&P Global은 이를 두고 "Shot Clock이 돌아가고 있다"며 중질유 공급 차질이 임박했음을 경고한 바 있죠.
그래프 설명: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량 추이 (출처: Kpler)
군사 충돌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
그렇다면 실제로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원유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두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해 봤습니다.
시나리오 1: 제한적 타격
마약 시설과 군사 목표물에 대한 단기간 공습이 이루어지지만, 주요 석유 인프라는 직접 타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생산 감소: 약 10% (9만 배럴/일)
영향 기간: 약 3개월
일평균 9만 배럴의 공급 감소가 90일간 지속되면,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는 누적 180만 배럴의 재고가 추가로 인출됩니다. 이는 OECD 상업용 재고를 2026년 1분기 예상치인 29억 7,800만 배럴에서 29억 7,600만 배럴로 소폭 감소시키죠.
180만 배럴 감소는 배럴당 약 0.97달러의 상방 압력을 발생시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가격 영향은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시나리오 2: 전면전
석유 인프라 자체를 전면적으로 타격하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Jose Terminal, Baja Grande 같은 주요 수출 터미널이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되거나 가동 불능 상태에 빠지고, Chevron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인력을 전면 철수시키며, 해운과 금융 채널도 완전히 차단되는 시나리오다.
생산 감소: 전량 (90만 배럴/일)
영향 기간: 4분기 이상
균형가 모델로 이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면 시나리오에 맞춰 조금 더 극적인 결과값이 출력됩니다.
일평균 90만 배럴의 공급이 90일간 완전히 사라지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누적 8,280만 배럴의 재고가 인출됩니다. 이는 2026년 1분기 예상 재고를 29억 7,800만 배럴에서 28억 9,500만 배럴로 급격히 떨어뜨리죠.
8,280만 배럴 감소는 배럴당 약 8달러의 상방 압력을 발생시킵니다.
배럴당 8달러가 넘는 상방 압력은 상당히 큰 충격입니다. 현재 WTI가 58~59달러 수준인데, 66~6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게다가 미국 걸프만 정제소는 구조적으로 필요한 중질유 공급을 잃게 되어, Heavy-Light Spread(중경질유 가격차)가 축소되고 디젤 크랙 스프레드(정제 마진)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재고 감소가 누적되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 압력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 설명: 2026년 1분기 시나리오별 WTI유 예상 균형가 (데이터 출처: EIA)
그래서, 실제로 공격할 가능성은?
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협상을 통한 타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봅니다. 제한적 타격 가능성도 낮고, 전면전 가능성은 더욱 낮습니다.
첫째, 미 의회의 초당적 반발
첫 공격에서 생존자 2명을 후속 미사일로 사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전직 미군 법무관 그룹은 "상상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이 없다"며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조사에 나섰습니다. 랜드 폴과 팀 케인 상원의원은 베네수엘라 군사력 사용을 차단하는 결의안까지 추진하고 있죠. 이처럼 여야 합의로 군사 작전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추가 공격을 강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트럼프의 고유가 기피
트럼프 자신이 고유가를 원하지 않습니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고물가를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로 공격하며 당선됐거든요. 자신이 고유가를 초래한다면 정치적으로 치명적입니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WTI가 60달러를 상회하게 됩니다. 이는 미국 소비자의 유류비 부담을 급증시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중산층과 서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죠.
셋째, 양측의 협상 시그널
실제로 양측은 적극적으로 협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마두로와 최근 통화했다"고 밝혔고, 마두로도 "직접 대화에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해상으로 들어오는 마약이 91% 감소했다"며 작전의 효과를 과시한 것도, 추가 공격 없이 "미션 완수"를 선언하고 정치적 승리를 취한 뒤 종료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정리하면
저는 협상을 통한 타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봅니다. 미 의회의 초당적 반발과 트럼프의 고유가 기피라는 두 가지 강력한 제약 요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제한적 타격 가능성이 더 높고, 해당 시나리오에서 원유 균형가는 배럴당 1달러도 상승하지 못합니다.
전면전의 경우 최대 배럴당 약 8달러 상승할 수 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호재와 악재가 번갈아 나오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협상 진전 소식은 가격 하방 압력으로, 군사적 긴장 고조 소식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지금 유가는 어느정도 수준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저는 협상을 통한 평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는 보고 있으나,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시장의 일정 수준 리스크 프리미엄은 정당화된다고 봅니다.
앞으로 관련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