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쩡히 보이는 사람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장애물을 피해 복도를 걸어간다. 한 남자는 아내를 보면서도 아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자기가 이미 죽었다고 확신한다. 같은 몸 안에 사는 두 자아 — 하나는 안내견 없이 외출할 수 없고, 다른 하나는 안경만 쓰면 세상을 본다. 꾸며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그 이야기의 구체적인 기억을 만들어낸다 — 감정, 만났던 사람의 얼굴까지.
모두 실제 임상 사례다. 엘리에저 J. 스턴버그의 《무의식의 뇌과학》은 이처럼 기상천외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예일대 뉴헤이븐 병원의 신경과학자인 저자가 꿈, 습관, 환각, 다중인격, 외계인 납치 체험까지 — 인간이 경험하는 기묘한 현상들을 통해 뇌의 작동 방식을 추적한다. 내가 읽어본 뇌과학 책 중에서 가장 종합적이고, 가장 많은 사례를 동원하여 뇌의 여러 레이어에 걸친 정보 처리 방식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나라는 착각》과 비슷한 결이지만 다루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결핍된 뇌가 보여주는 것들
이 책의 접근법이 독특한 점은 '고장 난 뇌'를 통해 '정상 뇌'의 설계도를 역추적한다는 것이다. 이상함을 감지하는 영역에 손상이 생긴 환자는 현실을 꿈처럼 받아들인다 —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현실감이 없다. 시각 피질은 정상이지만 의식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