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은 페이팔과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파운더스펀드라는 벤처케피탈의 수장인 피터 틸이 2012년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Startup'이라는 수업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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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만큼 이 책은 스타트업, 특히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젊은 대학생을 주된 독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예비 창업자들을 넘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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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부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피터 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역사관, 세계관, 비즈니스와 경쟁에 대한 관점이 매우 신선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까지 당연한 현상으로 느껴졌던 글로벌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비교 우위라는 경제이론에 따라 글로벌화는 전지구적인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피터 틸은 글로벌화는 어떠한 새로운 것도 창출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저 산업의 지역이 바뀌었고, 부가 재분배되었을 뿐이라는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글로벌화는 지역, 국가 단위의 경쟁이 전 지구적인 범위로 확장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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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한 그의 관점도 흥미로운데, 보통 우리는 경쟁이 혁신을 촉발하고 이로 인해 경제는 더 발전하므로 경쟁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해왔다. 반면 틸은 경쟁은 기업의 초과이윤을 0으로 만드는 파괴적인 행위라고 규정한다.
이 관점은 언뜻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이 책이 '예비창업자'를 독자로 염두하고 쓰여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경쟁은 기업에게는 치명적이다. 가격 경쟁이든, 제품 경쟁이든 경쟁은 기업의 초과 이윤을 없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초과 이윤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은 초과 이윤을 기업에게서 소비자에게 전이하는 현상이다. 그 결과 기업의 상황은 나빠지지만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누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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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기업가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 책은 따라서 기업에게 경쟁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것이란 사람들이 아직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효용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이라도 실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면 수요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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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피터 틸은 0에서 1로의 진보와 1에서 n으로의 진보를 질적으로 다른 진보로 정의한다. 0에서 1의 진보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