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의 일은 과연 가치로운 일인가?




근래 사무실 내 옆자리의 동료는 쉬는 시간 짬짬이 쿠팡에 위탁판매 품목을 등록하는 것에 전념이다. 적당한 물건을 서칭하기 위해서 열심히 위탁배송 전문 도매쇼핑몰을 뒤진다. 동물모양의 귀여운 샤워기 거치대가 3500원, 미끄럼방지 욕실화가 2200원, 차량용 햇빛 가리개가 6500원... 그렇게 도매쇼핑몰의 품목 사진과 상세설명을 열심히 쿠팡에 옮겨 넣고 1000 ~ 2000원의 마진을 더하여 등록을 완료한다. 엑셀로 정리하고 있는 품목 리스트는 어느덧 200여개 항목이 넘어가고 있다. 어떤 고객이 쿠팡에서 해당 상품의 구매를 결정하면, 상품 등록을 한 주체인 직장동료의 손을 일절 거치지 않은채 도매쇼핑몰에서 고객에게 직배송 된다. 재고비용이 일절 들지 않는 것이다. 매 건의 수익이 작은 만큼 리스크는 없다. 언뜻 박리다매를 떠올려 보면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수 있다. 저 노동은 편하고 리스크가 없는 만큼이나 돈을 벌수가 없는 것이다. 해당 상품 이미지로 구글링을 해보면 동일 품목에 셀수 없을 만큼 많은 경쟁자가 있음을 알수 있다. 소박해보였던 1000원의 마진조차 아무것도 아니었다. 점점 경쟁이 심화되면 단 돈 100원의 마진으로 상품을 게시한 등록자도 있기 마련이다. 설령 몇 건의 구매자가 나올지 모르지만, 결과론적으로 들인 시간 대비 아무런 경제적 효용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수익구조에 대하여 복잡하게 생각할 것 까지도 없다. 저 상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쇼핑몰 등록자는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상품의 본래 가치 그 이상에 대한 효익이 없다면, 현명한 소비자는 추가적으로 돈을 지불할 용의가 없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과연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일인지 반문해 본다. 나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에서 ...

왜 이 글을 읽고 오펜하이머가 생각날까요. 사람은 각각이 하나의 우주다 라는 말도 생각나고요. ㅎㅎ 아마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성취가 나를 둘러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한 사람이었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주 쪽은 내 우주에 의미있는 일이라면 그것이 다른 우주들 내지는 우주들로 엮은 수레바퀴에까지 의미가 있을지 여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뭐랄까 운에 좌우되는 영역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인생에서 스스로 인정할만한 성취를 몇 가지, 아니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작은 필부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ㅎㅎ

사실 연차가 쌓여감에 따라 무던해진 소명의식과 관련한 두서없는 잡설이었는데, 또 진지하게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ILGO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