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이타주의와 FTX - <고잉 인피니트>

효율적 이타주의와 FTX - <고잉 인피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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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a
2024.12.26조회수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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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잉 인피니트> - 마이클 루이스


<빅 쇼트>, <라이어스 포커>를 통해 월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FTX 파산의 전말에 관해 정리한 글이다.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취재가 이루어졌을 텐데, 무엇보다 읽다보면 도체 기록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문스러운 상황에서도 전후사정을 잘 조합해서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책을 펴냈다.


요즘 좀 읽기 뻑뻑한 글을 많이 읽었었는데, 등장인물이 좀 많고 재미 외에 마땅히 얻어갈 것이 있는가 하는 의심을 제외하고는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책은 언제나 무언가 생각할 거리랑 감상을 남기기 마련이니 나름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이야기는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로 시작한다. 공리주의에 기반한 사상인데, 내가 책 전반에서 느끼는 효율적 이타주의에 대한 감상은 인류의 공리 극대화를 위한 철저한 수리적 판단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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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께름직하게 느낀 지점은 ‘뛰어난 우리가 인류의 공리 극대화를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헌신한다’라는 부분에서 많은 가치를 느끼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문이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공동체 내에서는 이에 대한 최소한의 자각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무수한 가치판단이 수반되는 영역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공동 선과 efficient frontier를 찾아내서 온 인생을 바쳐서 헌신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가져갈만한 부분은 묘하게도 선민의식과 닿아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이 사건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똑똑한 천재가 타인의 조언을 깡그리 무시하고, 사회에 영향력이 매우 큰 의사결정을 반복적으로 내리면서 벌어진 사건에 가깝다고 본다.


유난히 선민의식과 닿아있는 효율적 이타주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무언가 빈 자리를 채워줬고, 무수한 가치판단이 수반되는 영역에서 타인의 행복을 일방적으로 재단했다. 그렇게 사고가 터졌다.


(더 풀어 써야 하는 감상이지만, 이 글에서 주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판단 기준’ 중에 하나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 구태여 말을 얹고 싶지 않기도 하다)


Q. 모든 상황을 종합하여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의 대출을 상환하는데 쓰기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A. 샘이 제게 그렇게 하라고 말했고, 알라메다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당장 파산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객 자금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어떻게든 상황을 바로잡을기회가 있고 샘이 대출금을 갚을 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Q. 당시에 본인이 하려는 일이 그릇된 것인지에 대해 어떤 생각이들었습니까?

A.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피고와 일하는 중에 그가 거짓과 절도에 관한 윤리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까?

A. 네. 샘은 자신이 공리주의자라고 했는데, 공리주의에서 거짓말하지 않고 훔치지 않는다는 등의 규칙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효용을 극대화하여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유일하게 중요한 도덕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피고와 일하는 동안 피고가 위험 부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설명한 적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했습니까?

A. 자신은 진정으로 위험 중립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 회피적이어서 위험을 질 필요가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거나 위험을 피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은 EV가 양으로 판단되는 한 기꺼이 위험을 진다고 말했습니다.

Q 양의 EV가 무엇입니까?

A. EV는 기댓값 (expected value)을 의미하며 매매할 때 자주 쓰는 용어입니다. 양의 EV는 투자액을 전부 날리거나 상당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꽤 존재하더라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 피고가 위험 부담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을 예를 들어 설명한 적이 있습니까?

A. 네. 그는 뒷면이 나오면 1000만 달러를 잃지만 앞면이 나오면 1000만 달러보다 약간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 동전 던지기처럼 큰 위험을 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Q. 동전 던지기에 관한 다른 예도 들었습니까?

A. 네. 세계를 위한 선에 대해 고민하는 맥락에서 동전 던지기를 언급했습니다. 뒷면이 나오면 세계가 멸망하지만 앞면이 나오면 선이 두 배로 증가한다면 동전을 기꺼이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담으로 피터 싱어는 다른 의미로 내가 알고 있던 철학자였는데…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생활과 윤리에서 문제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는데, ‘그거 그런 뜻 아닌데’를 시전한 사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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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기존의 관념 전체를 거부하고 완전히 재설계하는 습관을 가졌다. 이 가치에 기초해서 FTX가 세워졌고, 마침 사업 영역은 탈중앙화로 인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암호화폐였다. 덕분에 수많은 시행착오로 만들어진 많은 금융산업의 무수한 안전장치가 작동은 커녕 존재하지도 않았다.


많은 암호화폐 사건사고는 두 분류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1. 철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거나

  2. 역사의 교훈으로 인해 금융업계에서는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아 벌어진 사고


FTX 파산 사건은 2번의 사건임에는 당연하고, 1번의 관점에서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기존의 사기꾼과는 전혀 다른 가치체계가 작동했다는 점에서 참 특이하다. 샘은 돈을 진짜 많이 벌려고 했는데, (대부분의 사기꾼의 목적인) 개인의 부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세상을 위해서 내가 이 정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해서 움직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재판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사실에 대해 이미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가령 양측은 알라메다 리서치가 일일 매매 활동에서 꾸준히 이익을 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FTX가 2019년 약 2000만 달러에서 2021년에 약 10억 달러로 영업수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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