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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a의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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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a
2026.02.28

https://www.valley.town/space/@gloria/articles/68167e5fdbe27cd1231a900d


- 작년에 이런 글을 썼었음


- 했제와 그랬제는 아니고, 생각이 나서 다시 들여다 봄: 답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 AI 최전선에 있는 안드레이 카파시는 이렇게 이야기 했음


주도성 > 지능


수십 년 동안 직관적으로 이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능에 대한 만연한 문화적 숭배, 다양한 오락/미디어, IQ 집착 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도성은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더 희소합니다. 당신은 주도성을 보고 채용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주도성을 위해 교육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주도성이 10배는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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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옹이
2026.02.28

AI 에이전트 단상들

그동안 뭘 했냐면 클로드로 뭔가를 만들어본 지 5일차, 연휴를 맞이해 싱가폴 여행을 다녀옴 (출국 직전에 카카오 챗GPT 프로를 액티베이트해놓음. 비행기 기내 wifi로 딥리서치를 돌려보는데 아뿔사, 디바이스를 계속 켜놔야 함. 원격 PC를 쓸 수도 있지만 공용 wifi로 접속하긴 좀 그래서 싱 도착해서 해봄. 카카오 프로모션 4개 마저 구매하려는데 품절됨. 흑흑 ㅠ) 귀국하자마자 클로드 코드로 작업 시작. 의도했던 게 순식간에 만들어짐. 깃 커밋도 다 해줌. 전주에 챗봇이랑 대화하며 복붙하던 것도 신세계였는데, 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짐 개인 루틴 자동화는 이미 거의 완성되어서, 이제는 팀 단위로 활용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어봄. 이것도 원래는, 엑셀로 데일리 수작업하던 걸 자동화하려다가, 아 이거 그냥 아예 서비스를 만들어도 되겠다 싶어서 해봄. 순식간에 프로토타입이 나와버림. (정확히는, 여의도에서 강남역 가면서, "나 퇴근해야 하니까 알아서 네가 쭉 작업해줘." 한 마디 던져놓고, 가끔 원격 들어가서 엔터만 툭툭 쳐줬는데, 택시 내릴 때쯤에 프로토타입이 나왔음...) 그리고 수목금 3일간 작업한 결과, 실제로 내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의 결과물이 나옴 퇴근시간이 빨라졌는가 전혀 빨라지지 않았음. 매일매일 업무량은 많음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의 밀도가 달라짐. 원래부터 밀도있게 일한다고 자부했으나, 3주 전의 나는 그냥 굼벵이였음. 이번주의 나는 여행 직후의 밀린 일, 이번주 해야 할 일, 대시보드 개발을 동시에 진행함. 그러면서 인뎁스 리포트도 몇개 읽음. (사람도 많이 만남. 이번주 저녁약속만 4개에 점심미팅과 티타임 미팅도 있었음) 데일리 루틴이 이미 자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쌓인 일이랄 것 자체가 거의 없었고, 대시보드 개발은 가끔 진도 확인하면서 요구사항만 이야기하면 되었기 때문에 가능 업무자동화를 많이 하면 업무량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은 매우 착각. 그동안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미뤄둔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됨. 업무량은 줄지 않았지만 업무의 밀도가 높아지고, 즐겁고 신나게 일함. 자동화를 하고 나서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사람은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미뤄둔 일'이 없다는 뜻일 수 있고, 그렇다면 AI로 인해서 자리를 잃게 될 1순위 직군일 수 있음 개발 경험이 있으면 유리하다 뭐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에이전트는 진입장벽을 낮추었을 뿐, 개발자보다 더 잘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음. 애초에 출발선에 설 수도 없는 사람을 출발선에까지 데려다주기는 한다 정도의 느낌? 훈련된 선수들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는 없음. 개발자들이 에이전트로 인하여 느끼는 당혹감과는 별도로,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갭은 명백히 존재함 아주 단순한 예를 들자면, 제미나이 API를 활용한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얘네가 옛날에 학습한 모델이라 그런지 gemini-flash-2.0을 연결함. 근데 2.0은 지금 서비스하지 않음. 오류메세지를 복붙하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gemini-flash-2.5를 맞춰줌.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됨. 그 삽질을 안 하려면 gemini-flash-latest를 사용하라고 하면 됨. 자동으로 최신버전을 호출함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숨 쉬는 법도 알려줘야 하냐라며 어이없어하겠지만,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갭은 그런 거임. 누구는 파이썬 설치에만 두 시간이 걸림 (3년 전에 내가 그랬음) 코딩 에이전트로 뭘 어디까지 시킬 수 있을지도 개발을 해본 적이 있어야 감이 옴. 컨텍스트 윈도우 개념을 알아야 작업을 어떻게 얼마나 쪼개서 지시해야 할지 알 수 있음. 외부 API를 사용할 때에도 그 API가 어떤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작업이 수월해짐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 간의 역량 차이를 줄이긴 했음. 누구나 출발선에 설 수는 있음. 그러나 요이땅 하고나서의 생산성은 여전히 격차가 큼. 개발자는 1년 걸릴 일을 일주일만에 할 수 있게 되었고, 비개발자는 평생 꿈만 꿔오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음. 그러나 그 두 사람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놓을 산출물의 퀄리티는 전혀 다름 그리고 누군가는 출발선에 서는 일 자체를 싫어함 호기심과 실행력 연휴 전 호기롭게 벌려놓은 토론창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귀중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심. 그중 계속 곱씹게 되는 키워드가 있었는데, 바로 '호기심과 실행력' 아무리 좋은 게 있다 해도 안 쓰는 사람은 안 씀. 요며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AI로 뭘 만들었는지 썰을 풀고 다녔는데 흥미로워하는 사람들이 다수였지만, 끝끝내 "나는 안 할 거다", "나는 못한다", "나는 필요가 없다"라는 반응도 있었음 나는 필요가 없다? 나도 그랬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클로드가 코드를 잘 짜준다고 하는데, 나도 해볼까? 근데 나는 코드 짜서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했었음.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너어어어무 많음 나는 못한다? 나야 뭐 20년 전에 깨작거려본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남들보다는 진입장벽이 낮긴 했지만. 주변에 비개발자, 코드라고는 난생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윈도우 커맨드창 한 번 열어본적 없는 사람들이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어서 쓰기 시작함 나는 안 할 거다? 뭐 이거야 개인 취향인데. 이미 다 가진 사람들이라면야 알아서 행복하게 사시겠지만, 아니라면, 음...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계가 당신을 대체하느냐 아니냐는 지금 시급한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일어나고 있는 싸움은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 기계를 못 쓰는 사람의 경쟁이다. 오늘도 당신 옆자리의 누군가는 생산성을 높이며 당신의 책상 다리를 자르고 있다. 필요한 건 딱 두 가지다. 호기심과 실행력. "이게 뭐지?" 하는 궁금증과, "안녕 클로드"를 타이핑하기까지의 용기 고용이 줄어드는가 여기서부터 좀 더 중요한 이야기 이번주에 '개발'(내가 코딩한 건 아니지만 개발한 건 맞잖아...)한 대시보드는 원래라면 몇 년 후에 좀 더 규모가 커졌을 때 개발자를 고용하거나 외주를 줘서 하려던 일이었음. 근데 그걸 이번주에 함. 거의 완성시켜버림. 3일만에.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3년 후의 잠재고용이 사라진 건가? 월 급여 몇백을 주고 고용했어야 할 일자리가 사라진 건가? 아니면 최소한 몇백만원을 들였어야 할 외주작업이 사라져서, 그만큼 외주업체의 일거리가 줄어든 건가? 그건 모르겠다. 그럴지도. 그렇지만 3년 후의 잠재 고용이었지 않나? 3년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찌 아나? '몇 년 후에 좀 더 규모가 커지면'이라고 분명히 단서를 달았다. 그 조건이 충족되어야 발생하는 일거리이지 않나. 달성 확률은? (아 물론 나는 달성할 거지만 말이다 하하..) 확실한 건 '지금' 비용을 더 썼다는 거다. 기 고용된 인원을 줄이지 않고, 서비스 개발에 새로운 비용을 썼다. 이건 명백한 진실이다. 무슨 시트리니 보고서니 뭐니 하는 게 하도 떠들썩한데, 몇 번을 읽어봐도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보고서다. 인공지능이 썼나 하는 의심도 든다. 보고서 내용이 틀렸다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다. (정말 재밌는 주제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인격을 부여해도 되는가, 인류는 영생을 이룰 수 있는가, EA(효율적 이타주의)는 얼마나 정당성을 가지는가 같은 주제다.) 인공지능이 고용을 파괴하느냐 아니냐 하는 논쟁에서 많은 사람들은 은연중에, 이건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고 전제한다. 흠. 내가 보기에 이건 '현재'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의 고용이 줄었나? 아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급등했나? 아니다. 그럼 캘리포니아 집값(작년초 DOGE에서 공무원 대량해고하면서 워싱턴 집값이 빠졌으니)은? 22년에 빠졌다가 올랐다. 이 변동은 테크기업들의 대량해고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금리인상, 원격근무 축소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고소득자가 대량으로 해고되었지만, 아직 사회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시트리니 시나리오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이건 예측의 범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현재의 사례가 눈앞에 있는데, 왜 굳이 머리를 써서 미래를 논하려고 하나? 시트리니 리포트보다는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가 훨씬 재밌다. 여기에 웬만한 힌트가 다 들어있다. 기존의 규칙이 다 깨지고, 실력자들이 의욕을 잃고, 전문가의 권위가 실추되는 한편, 전반적인 실력이 상승하고, 후발주자가 빠르게 치고올라오면서 역동성이 커진 면도 있다. 다시, 중요한 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느냐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을 대체하느냐다. 캘리포니아도 집값 재상승의 원인은 새로운 고소득자의 등장이다. 물론 사회문제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는 건 위험하다. 시트리니 시나리오를 인지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가 대비하는 건 중요하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자'와 '문제가 일어난다에 베팅하자'는 매우 다른 이야기다. 당장 대졸자들은 취업할 곳이 없다. 이건 문제다. 그러나 일인 창업의 길은 열려있다. 이건 기회일까? Saaspocalypse 사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SW 기업들 주가 하락이었음. 여기에 대해서 뭔가 내가 직접 경험해봐야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의견을 가질 수 있으니까, 뭐라도 좀 뚝딱거려보자, 였음 뚝딱거려서 뭔가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흠, 그렇다고 우리 회사에서 현재 쓰고 있는 파트너사들의 시스템을 안 쓸 건가? 천만에. 명백히. 원점으로 돌아가서.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에 무언가를 맡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내가 못 만들어서? 내가 만들면 비싸서?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자산운용사로서 우리 회사가 펀드회계나 주문집행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실제로 그렇게 하는 회사도 드물지만 있고. 그러나 그렇게 하는 회사가 그저 돈이 많고 자원이 많아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보다 더 큰 회사들이 수도 없이 널려있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밸류체인을 내재화한다는 건 얼핏 보면 비용절감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를 키우는 행위다. 외부에 무언가를 맡긴다는 건 번거로운 작업을 사내에서 치워버린다 +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떠넘길 수 있다 + 다양한 파트너사를 경쟁시킴으로써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 해당 작업이 필요없을 시 쉽사리 끊어낼 수 있다 등등 매우 다양한 이유에서 진행한다. 직접 사업을 벌린다는 건 그 자체로도 번거롭고, 뒤처리가 곤란하고, 웬만한 경우에 딱히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수많은 위험을 떠안고서라도 할만한 유인이 있을 때 하는 거다. 밸류체인이 분업되어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인 거고, 어차피 외주를 줘서 비용을 쓸 거면, 그 외주사에서 개발자를 뽑아서 개발하든 AI를 써서 개발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내 입장에서 중요한 건 가격이 얼마냐, 문제 터졌을 때 책임질 수 있냐 등이다. 내가 직접 개발한다면 협상력이 아주 조금 좋아지긴 하겠지. 그렇지만 그 근원이 나의 본질적인 역량이 아니라, 아무나 다 쓸 수 있는 코딩봇을 이용한 개발이라고? 파트너사는 코딩봇을 쓸 줄 모르나? (아.. 그럴 수도 있지만.. 넘어가자.) 소프트웨어 생산성 향상은 의욕이 있는 모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젠슨황의 표현이 맞다. 굳이 바퀴를 새로 발명할 필요는 없다. 바퀴를 새로 발명하다. 근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은 게. SaaS 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 고객사가 직접 내재화하는 건 생각보다 큰 위협이 아닐 수 있다. (위협이 없다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내재화를 시도할 거다. 근데 그건 SaaS 회사의 생산성 향상으로 퉁쳐질 수 있다.) 문제는 서비스를 근본부터 새로 설계하는 게 매우 빨라졌기 때문에, 기존의 SaaS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나와서 새로 비슷한 회사를 창업하기가 매우 용이해졌다. 원래 일하던 사람들이라면 업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 있을 테고, 기존 환경에서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취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이 누군지도 어차피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니, 문을 두드리면 된다. 물론 겸업금지나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경쟁사 창업 시도를 막아주던 허들이 훅 낮아진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 아니라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싸움이다. 사람이 병목이다. 지난 한 주 내내 거의 매일 되뇌였던 멘트가 이거임. 사람이 병목이다.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시간 사용의 효율이 매우 높아지긴 했는데, 전혀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 게 두 가지 있었다. 사람 만나는 일과 독서. 아 물론 사람이 병목이다라는 표현의 원래 의미는, 인공지능으로 코딩이 아무리 빨라져도, 그걸 실행해보고 리뷰하고 또 새로운 제안(부탁)을 하는 사람의 시간이 매우 큰 병목이 된다는 뜻이긴 한데, 하루의 일을 되돌아보았을 때 아 이건 전혀 효율화되지 않는구나 하는 게 저 두 시간이었다는 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스마트폰의 발명으로 이미 충분히 효율화되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매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인공지능이 아무리 뭐라 한들, 우리가 카페에서 사람 만나서 수다떠는 시간의 효율은 전혀 달라질 게 없다. 독서도 마찬가지. 앞서 글에서 '지능을 고용한다'라고 했는데, 댓글에 '고용하는 건 지능이 아니라 노동력'이라는 말이 있었다. 표현의 차이일 뿐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인데, 지능을 고용한다는 건 내가 똑똑해지는 게 아니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지능있게 행동하는 누군가를 고용하는 일이다. 똑똑한 비서를 고용한다 해서 내가 똑똑해지는 건 아니다. 매트릭스처럼, 내 시냅스를 조작하여 어떤 작업능력을 임포트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독서라는 행위는 그저 활자를 읽어서 머리에 저장하는 행위가 아니다. 문장들이 말하는 개념들을 나의 언어로 조직화하여 내 머리 속에서 재구성하는 행위다. 챗봇을 쓸 때도 심각하게 느꼈지만, 챗봇에 의존할수록 인간은 더 멍청해진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학생들이 써오는 리포트의 수준은 말도 안 되게 높아졌지만, 설명해보라고 하면 말을 못 한다. 삐까뻔쩍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른다는 거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인간이 병목이라는 건 정말로 어떤 의미인가?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무언가를 지시(부탁)한다. 인공지능이 무언가를 만들어오면 살펴본다. 다시 지시한다. 이 행위들은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욕구,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이지 않나. 업무란 기본적으로 업무 지시자와 업무 집행자가 있다. 모든 사람의 모든 업무에는, 어느 정도 지시와 집행이 공존한다. 인공지능은 집행의 영역을 극단적으로 좁혀준다. 멀티에이전트가 되면서 지시기능도 상당 부분 위임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지시는 권한 부여의 영역이다. 내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서 일하는 건, 그가 나에게 지시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그가 나에게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에 그가 나에게 지시할 수 있고, 나는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타인(혹은 기계)에게 무언가를 지시한다는 건 하나의 유기체로서 내가 가진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욕구를 어떻게 해소하는가? 아니, 어떻게 '현명하게' 해소하는가? 애초에 인간은 왜 지능을 가지게 되었는가? 지능은 사실 굳이 우리 두뇌를 매개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지능이 인간 고유의 역량이라는 건 큰 착각이다. 지능은 분자 레벨에서도 존재하고, 실리콘 위에도 존재한다. 인간 외의 동물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이 우주에 존재하는 지능이라는 어떤 기능이 있고, 인간은 인간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신피질 위에 지능을 발달시켰을 뿐이다. 실리콘 위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말도 이렇게 보면 다분히 인간 관점의 오만한 표현이지만)을 고용한다 해서 내 지능이 높아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내가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능력은 오롯이 나에게 귀속되고, 인공지능이라는 게 있든 없든 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발달시켜야 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능력 발달은 크게, 세계관의 구축 및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다. 이 세상이 어떤 구조로 굴러가는지 이해하고, 새로이 경험을 쌓고, 세계관을 수정하고, 타인과 공유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일. 그게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 전부터 해온 일 아닌가. 지금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시대에 인간은 큰 병목이다. 인간이 병목인 이유는 인간이 도구가 아니라, 경험과 책임을 내재화하는 관계의 주체, 즉 목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계는 무엇에 동기부여되는가 내가 현명하게 행동하려면 세상과 직간접적인 많은 상호작용(독서, 대인관계, 여행, 운동, 등등등)을 해야 한다. 기계가 현명하게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기계가 실제로 좋은 아웃풋을 내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을 고용하여 일을 잘하게 하려면 그의 모티베이션을 살펴야 한다. 돈, 커리어, 명예, 대인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인간은 동기부여된다. 그럼 기계는? 인공지능이 일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 돈을 더 주면 되나? 아 물론 고가의 모델을 쓸수록 성능이 좋아지긴 하는데, 그 돈을 받아가는 건 그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소유주이니까 그 얘기는 아니고. 인공지능에게는 우리가 돈을 줄 수가 없다. (늘 이야기하지만 인공지능이 은행계좌를 소유하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돈을 줄 수도 없고, 승진을 시켜줄 수도 없다. 더 깔끔한 사무실에 맥미니를 둔다고 해서 맥미니가 행복하게 일을 더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쿨링이 잘 되는 환경에서 연산을 더 잘하긴 하겠지만.. 크흠.) 같은 셋팅에서 인공지능으로부터 효율을 잘 뽑아내려면,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 내가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내가 가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현명하게 고민하고, 기계의 작동구조도 잘 파악해서, 기계에게 일을 더 잘 시키면 된다. "해줘" "왜 안 돼' "다시 해줘"만 반복하는 것보다, "내 의도는 이거야.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구현하고 싶어. 이게 말이 되니?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제안해봐" 이런 식으로 기계와 대화하면 기계는 훨씬 더 일을 잘한다. 결국 인공지능의 동기부여는, 주인의 호기심과 실행력에 달려있다. (그리고 주인이 소유한 돈...) 비싼 모델을 써야 한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좋은 모델은 비싸다는 거다. 무료 모델로 로컬 LLM을 구축하려 해도 하드웨어와 전기료가 들어간다. 비싼 모델을 써도 할 일이 없다고?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의 경쟁자들이 기계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해놓은 일들이 당신에게 아무런 위기감을 안겨주지 않는다면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감을 가지는 게 안전할 거다.) 최소한, 경쟁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에게 대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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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a
작성자
2026.02.28

-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던 조성문 대표님도 이렇게 이야기 했음


이 주도성은 배워서 터득한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가진 보다 본질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주도성이 강한 사람이라도 일이 성향에 맞지 않거나, 동기 부여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주도성을 발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주도성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나 그 주도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회사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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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a
작성자
2026.02.28

아무튼 좋은 글 써주신 홍진채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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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톤보드
2026.02.28

더 이상 무엇을 아는 것이 특별함이 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네요. 알려고 하느냐 마느냐 그리고 무엇을 알려고 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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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hop
2026.02.28

주도성이 중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