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원유 수요 파괴, 진실은?
원유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도 같습니다.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순간부터 호르무즈 해협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듣고 배웁니다. 하지만, 그저 동화와도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수급에 대해서 계산을 해봐도 다 엑셀 계산에 불과한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 세상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간 유조선 전쟁 발발 당시 해협 내 불안이 매우 커지긴 했었으나, 당시와 지금 해협의 중요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28일, 전 세계는 현대 사회에 들어 가장 큰 물리적, 공급 충격 중 하나를 겪고 있습니다. 여러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해협 봉쇄로 인해 유가가 150불, 200불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저 또한 유가가 그렇게 갈 수 있겠다 싶어, 원유 롱 포지션을 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보유 중에 있죠.
하지만, 업계의 예상과는 다르게 유가는 150불 이상 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금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유가는 100불 아래에 있습니다. 동화와도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왜 유가는 크게 반응이 없는 걸까요? 트럼프, 악시오스, 알 아라비야 등 각종 뉴스 매체가 알고리즘 반응을 이끌면서 가격을 억누르고 있는 걸까요? 그것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급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있습니다.
그 변화 중 지금 시장이 가장 시끄럽게 보는 게 중국입니다. 이 글은 거기에 집중합니다.
그림 설명: 중국 원유 수입량 (백만 bpd). 2026년 들어 가파르게 꺾였다(붉은 화살표). (출처: Vortexa)
이 그림을 두고 『얼굴 없는 중개자들』(The World for Sale)을 쓴 하비에르 블라스(Javier Blas)가 X에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이렇게까지 줄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뒤에 던진 비관적인 질문입니다. 그의 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질문은 내일을 향한다.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수입을 이렇게 대폭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그곳의 석유 소비 미래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가. 원유 강세론자에게 좋을 것은 없다.
지금 시장의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줄었습니다. 정제 처리량도 줄었습니다. 그러면 중국 수요가 무너진 것일까요? 그리고 그래서 중동 사태에도 유가가 생각보다 오르지 않는 것일까요?
그런데 수입이 줄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중국이 기름을 그만큼 덜 쓴다"로 읽어도 될까요?
처음에는 이 질문이 꽤 단순해 보였습니다. 수입이 줄었으면 덜 사는 것이고, 덜 사면 수요가 줄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료를 하나씩 맞춰보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가 "원유를 사들이는 수요"인지, "중국 안에서 실제로 기름과 석유화학 제품을 쓰는 최종 수요"인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그 두 수요를 갈라 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먼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수입, 처리량, 최종 수요)를 보고, 그 다음 중국이 그 사이를 어떻게 버티는지(재고, 감산, 원료 대체)를 본 뒤, 마지막으로 그 그림이 유가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로 돌아오겠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1. 수입은 줄었다, 그것도 처리량보다 더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해관총서 기준 중국의 원유 수입은 4월 하루 약 940만 배럴(전년 대비 -20%)에서, 5월에는 약 780만 배럴까지 더 내려왔습니다. 전년 대비 -29%로, 8년 만의 최저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론이 쉬워 보입니다. 중국이 원유를 덜 사고 있습니다. 그러니 중국 수요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숫자를 보면 조금 이상해집니다.
중국 원유 처리량 데이터를 보면 4월 정제 처리량은 하루 약 1,340만 배럴, 5월은 약 1,300만 배럴, 6월 초 잠정치는 1,260만 배럴 부근까지 내려왔습니다. 처리량도 줄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수입이 줄어든 폭과 처리량이 줄어든 폭이 같지 않습니다. 수입이 훨씬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프 설명: 중국 원유 수입은 2026년 5월 780만 bpd(전년 -29%, 8년 최저)까지 내려왔다. 정제 처리량도 4월 1,340만 bpd에서 6월 초 약 1,260만 bpd까지 내려오는 중이지만, 수입 감소 폭이 처리량 감소 폭보다 훨씬 크다. (출처: 중국 해관총서)
그래프 설명: 2026년 5월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약 322만 bpd 줄었고, 정제 처리량은 약 119만 bpd 줄었다. 두 숫자의 차이가 바로 재고와 보이지 않는 원유 흐름을 봐야 하는 이유다. (출처: 중국 해관총서)
여기까지만 보면 해석은 단순해 보입니다. 수입도 줄고 처리량도 줄었으니,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중국이 실제로 석유를 그만큼 덜 쓰고 있다고,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봐도 되는 건 아닐까요?
2. 그런데 최종 수요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럼 중국의 실제 최종 수요는 어떨까요?
여기서 데이터를 헷갈리면 안 됩니다. OPEC의 중국 석유 수요 데이터는 정제 처리량이 아니라 제품별 최종 수요에 가까운 지표로 봐야 합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 기준으로는 4월 추정치까지 나와 있는데, 3월까지 전년 대비 플러스를 지키다 4월 첫 추정치에서 전년 대비 약 3% 줄며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원유 수입이 29% 빠진 것과 견주면, 최종 수요의 둔화는 훨씬 완만합니다. 급격히 붕괴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그래프 설명: OPEC 중국 총 석유 수요와 전년 대비 증감. 3월까지 전년 대비 플러스를 지키다 4월 첫 추정치에서 소폭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수입 급감(-29%)만큼의 붕괴와는 거리가 있다. (출처: OPEC)
수요를 다른 각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정유 가동률을 하루 200만 배럴 넘게 줄인 게 진짜로 수요가 사라져서라면, 사람들이 그만큼 덜 움직이고 물건도 덜 실어 날라야 합니다. 그런데 이동 지표를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림 설명: 중국 교통 혼잡도, 항공편, 항만 물동량, 트럭 통행, 철도 화물, 택배 물량. 대부분 평년 계절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출처: Commodity Context, 중국 교통운수부, Baidu, BNEF)
교통 혼잡도, 트럭 통행, 항공편, 철도 화물, 택배까지 대부분 평년 범위 안에 있습니다. 전쟁 직전의 비정상적으로 높던 수준에서 조금 내려온 항목은 있어도(항공이 그렇습니다), 수요가 무너졌다고 할 만한 급락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중국은 어떻게 버티나
여기까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수입은 크게 줄었습니다. 정제 처리량도 줄긴 했지만 수입만큼은 아니어서, 정유는 여전히 수입보다 훨씬 많은 원유를 돌리고 있습니다. 최종 수요도 그보다 덜 흔들렸고요.
그러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따라옵니다. 들어오는 원유는 확 줄었는데 정유는 그만큼 줄이지 않았고 최종 수요도 버티고 있다면, 그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중국은 대체 무엇으로 메우고 있는 걸까요?
답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작년부터 쌓아둔 재고, 그리고 석유화학 원료 대체입니다. 정제 처리량을 줄인 것도 한몫했지만, 그건 앞에서 이미 봤죠.
3. 레버 하나, 작년부터 쌓아둔 재고
중국은 작년부터 원유 재고를 꽤 공격적으로 쌓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전체 육상 원유 재고는 2026년 봄 사상 최고 수준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얼마가 쌓였는지는 사실 누구도 모릅니다. 중국은 원유 재고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Kpler나 Vortexa 같은 곳이 위성 영상으로 육상 탱크를 어느 정도 추적하긴 하지만, 지하 비축기지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까지는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재고의 정확한 규모는 애초에 추정의 영역입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중국은 중동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체력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이 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4월 이후 원유 수입이 줄어도 정제 시스템이 곧바로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그 재고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위성 자료에서 드러납니다. Vortexa가 추적한 중국 육상 원유 재고는 2025년 내내 쌓여 2026년 4월 사상 최고에 이른 뒤, 5월 들어 방출로 돌아섰습니다.
그림 설명: 중국 육상 원유 재고. 2025년 내내 쌓여 2026년 4월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뒤 5월 들어 방출로 돌아섰다. 점선은 하루 100만·200만 배럴 인출 시나리오 (출처: Vortexa)
4. 레버 둘, 원료 대체로 갈아타기
중국이 버티는 두 번째 방법은 원료 대체입니다. 특히 석유화학 쪽에서 LPG, 에탄, coal-to-chemicals, PDH, MTO/CTO 같은 경로가 중요해졌습니다.
자료를 보면 미국산 LPG와 에탄 쪽 움직임은 꽤 뚜렷합니다. S&P Global CAS 기준으로 2026년 4월 미국의 LPG 수출은 330만 bpd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미국은 중국에 45.7만 bpd의 LPG를 수출했습니다. 같은 달 중국의 미국산 에탄 수입은 약 100만 톤, 하루 58.2만 배럴 수준으로 월간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림 설명: 중동 차질 이후 급감했던 글로벌 해상 LPG 수출은 5월 들어 5년 평균에 가까운 수준까지 회복했다. 회복을 주도한 쪽은 미국이었다. (출처: Vortexa)
그림 설명: 중국의 미국산 에탄 수입은 2026년 4월 약 100만 톤, 하루 58.2만 배럴 수준까지 늘며 월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Reuters, Kpler, Sublime China Information)
처음 이 숫자만 보면 "그럼 중국이 LPG와 에탄으로 원유 수요를 대체하고 있네"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Reuters/Kpler 자료는 4월 중국의 나프타와 LPG 합산 수입이 183.4만 톤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의 전체 LPG 수입이 급증했다"고 말하면 위험합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중국이 중동산 나프타·LPG 차질 이후 미국산 LPG와 에탄 조달을 크게 늘렸고, 원료 믹스를 바꾸고 있다"입니다.
5. 그 대체의 벽, 물류와 설비
원료를 갈아타는 데는 두 가지 벽이 있습니다. 하나는 물류, 다른 하나는 설비입니다.
먼저 물류입니다. 미국산 LPG와 에탄을 더 사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병목이 있습니다.
Vortexa 자료를 보면 2026년 4월 미국 걸프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LPG 항해의 약 43%가 파나마 운하 대신 희망봉을 경유했습니다. 휴스턴에서 지바까지 파나마 운하를 지나면 약 26일, 희망봉을 돌아가면 약 45일이 걸립니다. 항해 시간이 76% 늘어나는 셈입니다.
왜 멀쩡한 파나마 운하를 놔두고 아프리카를 돌까요. 파나마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입니다. 슬롯을 미리 예약하지 못한 배는 통행권을 경매로 사야 하는데, 그 가격이 연초 15만~35만 달러에서 5월 들어 200만 달러 가까이로 뛰었습니다. 예약 없이 기다리는 시간도 평소 이틀에서 11일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운하 당국이 하루 통과 슬롯을 줄이고 LNG선에 우선권을 주면서, 장기 계약이나 두둑한 경매 예산이 없는 LPG선은 차라리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게 싸게 먹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우회한 배들이 전 세계 선복을 빨아들이자, 휴스턴에서 지바로 가는 LPG 운임은 2월 말 톤당 147달러에서 5월 305달러로 두 배가 됐습니다.
그림 설명: 미국 걸프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LPG 항해 중 희망봉을 경유하는 비중이 2026년 4월 약 43%까지 상승했다. 파나마 운하 병목과 높은 운하 비용이 장거리 우회를 유도했다. (출처: Vortexa)
이건 단순히 운임이 비싸졌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선박이 더 오래 묶이면 같은 선복으로 나를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듭니다. 도착 시점도 늦어집니다. 석유화학 마진이 좋은 시점에 샀는데, 화물이 도착할 때는 마진이 꺾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설비입니다. 중국은 땅도 넓습니다. 원료가 항구에 도착했다고 해서 모든 설비가 바로 같은 조건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석탄 기반 설비는 내몽골과 서북부 지역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해안가의 나프타 크래커, PDH 설비, 항구 주변 석유화학 클러스터와는 물류 구조가 다릅니다.
바로 이 석탄 기반 설비가 중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입니다. CTO, MTO, 석탄 기반 메탄올, 석탄 기반 올레핀 설비가 있기 때문에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이 흔들릴 때 일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도 두 겹입니다.
첫 번째가 더 근본적입니다. 원료 대체가 메울 수 있는 건 석유화학 원료뿐입니다. 사람들이 매일 쓰는 디젤, 휘발유, 항공유 같은 운송연료는 LPG나 에탄, 석탄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연료들은 원유를 정제해야 나옵니다. 기술적으로 다른 경로가 아예 없지는 않아도 경제성이 맞지 않죠. 그러니 원유 수입이 줄어든 만큼 운송연료 쪽은 원료 대체로 우회할 수 없고, 결국 정제 처리량과 재고로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석유화학 안에서의 한계입니다. 석유화학은 그나마 대체가 통하지만, 여기서도 끝까지 가지는 못합니다. 석탄이나 메탄올 기반, 에탄·프로판 같은 LPG 기반 공정은 나프타 크래커와 수율 구조가 다릅니다. 같은 올레핀을 만들어도 함께 딸려 나오는 제품이 다르고, 방향족이나 C4 계열처럼 나프타 분해에서 주로 나오는 제품은 아예 충분히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PDH는 프로판이 있어야 도는데, 그 프로판은 다시 LPG 물류와 가격 문제로 돌아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석탄 기반 설비가 내륙에 몰려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원료가 항구에 도착해도 그걸 쓸 설비까지 다시 옮겨야 하는 부담이 남습니다.
이 버팀목들을 합쳐 보면 그림이 분명해집니다. 재고도, 감산도, 원료 대체도 모두 중국이 버티게 해주지만, 어느 것도 영구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그래서 유가는
6. 중국은 사라진 수요자가 아니라 시간을 사는 수요자
결국 중국은 지금 시간을 사고 있습니다. 작년에 쌓아둔 재고가 시간을 벌어줍니다. 정제 처리량 감산도, 미국산 LPG와 에탄·석탄화학·MTO/CTO도, 제품 수출 제한과 수율 조정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을 산다는 것은 시간이 무한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제 처리량을 줄이면 중국에 필요한 해상 원유 수입은 대략 800만 bpd 안팎까지 내려옵니다. 이 정도 수준에서 버틴다면 중국은 꽤 오래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Kpler가 본 5~6월 중국의 해상 원유 수입은 650만 bpd 수준입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다뤘지만, 중동산 원유는 지금 당장 매수한다고 해도, 선적까지 2개월이 걸립니다. 거기다가 중동에서 중국까지 오는 데 한 달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5~6월 해상 원유 수입량도 Kpler에서 발표하는 수치가 맞을 가능성이 꽤나 높죠.
[시리즈 연재] 2부-4 중동산 원유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
이렇게 낮은 수입이 이어지면 선택지는 좁아집니다. 재고를 더 꺼내 쓰거나, 정제 처리량을 더 깊게 줄이거나, 다시 시장에 들어와 원유를 사야 합니다.
그럼 그 재고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버티는지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방법은 앞에서 본 그 간극을 숫자로 옮기는 겁니다. 수입에 생산을 더하고 처리량을 빼면 되죠. 지난 반년을 월별로 놓고 보면 흐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테이블 설명: 중국 원유 밸런스 월별 추이, 단위 만 배럴/일. 수입+생산-처리량으로 계산, 4·5월 생산은 미발표분 하루 450만 배럴 가정 (출처: 중국 해관총서·국가통계국, 자체 계산)
그림 설명: 중국 원유 재고 증감의 월별 추이. 2025년 가을~겨울 하루 100만~250만 배럴씩 쌓이다 2026년 5월 인출로 돌아섰다 (출처: 중국 해관총서·국가통계국, 자체 계산)
작년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하루 100만~250만 배럴씩 재고가 쌓였습니다. 12월에는 하루 256만 배럴까지 쌓이며 비축이 정점을 찍었죠. 그러다 4월에 수입이 940만 배럴로 꺾이며 거의 균형으로, 5월에는 세관 총수입이 780만 배럴(전년 대비 -29%로 8년 만의 최저)까지 내려왔습니다. 해상 물량 650만에 파이프라인을 더한 값이죠. 수입이 그만큼 빠졌는데도 인출이 하루 75만 배럴에 그친 건, 정제 처리량도 1,305만 배럴로 같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재고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는 예년과 견줘보면 잡힙니다.
그래프 설명: 중국 원유 재고의 연도별 계절 흐름. 2026년(빨강)은 평년(2023~25년)과 5년 평균보다 한참 위에서 출발했다. (출처: Kpler)
그럼 이 높은 자리에서 인출이 이어지면 어디까지 내려갈까요. 5월 실측 속도를 가운데 두고, 처리량이 회복되는 완화와 수입이 더 빠지는 타이트를 양옆에 두어 세 갈래로 그려봤습니다.
테이블 설명: 4월말 사상 최고 12.40억 배럴 기준 3개월 투영, 단위 억 배럴. 바닥 부근에서는 인출이 둔화한다고 가정 (출처: 자체 계산, 연도 기준선 Kpler)
그림 설명: 5월 실측 인출 하루 75만 배럴을 기준으로 한 재고 궤적. 기본 경로는 가을에 2024년·평년 수준으로, 타이트 경로는 최저권으로 수렴한다 (출처: 자체 계산, 연도 기준선 Kpler)
11억 배럴대 중반은 2025년 수준이고, 11억 안팎은 2024년이나 5년 평균 언저리의 평년 수준입니다. 10억 배럴까지 빠져야 비로소 최근 몇 년 중 가장 낮은 구간에 닿습니다. 다시 말해, 인출이 몇 달 이어진다 해도 당장 재고가 바닥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던 재고가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국면입니다. 중국이 사고 있는 '시간'의 실체가 이겁니다. 여름 한 철, 길어야 가을까지의 여유죠.
재고가 평년으로 돌아간다는 건, 사상 최고에서 1.4억 배럴쯤을 도로 게워낸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쌓은 것 중 일부지만, 전략비축유든 상업 재고든 그 정도가 풀리면 시장에는 적지 않은 양이죠.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얹으면 그림이 또렷해집니다.
하나는 재고의 상대적 사이즈입니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그동안 계속 커졌기 때문에, 같은 배럴이라도 일수로 환산하면(재고 ÷ 하루 수요) 보유일수가 짧아집니다.
그림 설명: 같은 절대 재고라도 수요가 커지면서 보유일수는 줄었다. 평년 수준 재고의 체감 여유가 2024년보다 좁다 (출처: 자체 계산, OPEC·IEA)
그래서 재고가 평년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겉으로는 문제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수요 대비로 놓고보면 이전보다 타이트한 수준이라는 것,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충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중국이 다시 원유를 사기로 마음먹어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동에서 배를 잡아 선적하는 데 두 달, 중국까지 항해하는 데 한 달, 합쳐서 석 달이 걸립니다. 그러니 재고가 불편한 자리에 닿기 석 달 전에는 시장에 들어와야 하죠.
테이블 설명: 인출 속도별 재고 도달 시점과, 그 석 달 전인 매수 시점. 4월말 피크 기준
수입이 5월 속도(하루 75만 배럴)로만 빠져도 가을에는 평년이고, 조금만 더 빠지면 최저권을 향합니다. 리드타임 석 달을 감안하면, 중국이 다시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 시점은 빠르면 지금, 늦어도 7월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중국은 시장에서 사라진 수요자가 아니라, 재고로 시간을 사고 있는 수요자입니다. 중국은 약해진 것이 맞지만,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원유를 덜 사는 것은 맞지만, 기름을 그만큼 덜 쓰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걸 유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중국 원유 수입 감소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막는 요인입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덜 사고 있으니, 당장 현물 시장의 긴장은 완화됩니다. 중동 사태에도 유가가 생각보다 덜 오른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리를 너무 멀리 밀면 반대로 위험해집니다. 중국이 원유를 덜 사는 이유가 최종 수요 붕괴라면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유가에는 구조적인 하방 압력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재고와 대체 원료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라면, 지금의 낮은 수입은 미래의 재진입 압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본 그 재고가 지금은 시장을 누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고를 계속 쓰면 언젠가는 다시 채워야 합니다. SPR이든 상업 재고든, 재고는 가격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가격의 시간을 옮기는 장치입니다.
중국의 시장 복귀의 시점과 규모가 앞으로 몇 달 유가를 흔들 변수입니다. 이를 잘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