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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man
2026.04.23
메모리 사이클은 어디쯤 와 있는가
먼저 ..
최근 대왕감자님이 써주신 좋은 한국 반도체에 대한 글 한 편을 읽었습니다. 결론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저의 오래된 기준에 비추어 보면 꽤 괜찮은 글이었습니다.
이 것은 반박글이 아닙니다. 그냥 제 방식대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투자자로서 한 사이클을 통째로 바라볼 때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점검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아마 뉴런 분들은 거의 다 알고 계시는 기본적인 내용일 것입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메모리 원툴(?)
2025년 코스피는 75.63% 상승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IT 버블기였던 1999년(8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고, G20 및 OECD 회원국 중 1위였습니다. 그리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2024년 말 318조 원에서 2025년 말 693조 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고, 두 회사 합산 시총이 1,200조 원을 돌파
그런데 제가 보기에 흥미로운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결 영업이익은 10.76%, 순이익은 15.64% 증가 했다는점입니다. 메모리가 너무 거대해서 가려져 있을 뿐, 나머지 시장도 10%가 넘는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섹터별로 뜯어보면 그림은 더 뚜렷해집니다. 증권 지수는 107.56% 폭등했고, 조선·방산·중공업이 포함된 기계장비 지수는 97.43% 급등, 건설 지수 50.27%, 은행 지수 56.34%, 보험 지수 41.04% 상승 했습니다. 유명한 조선 TOP3 지수는 2023년, 2024년, 2025년 3년 연속으로 각각 40%, 62%, 110% 상승했습니다.
의미는 단순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지난 2~3년 동안 일어난 일은 메모리 혼자 잘난 것이 아니라, 메모리가 유난히 빨리 달린 것에 가깝습니다. 2017년이 류현진 전성기 시절의 한화(원맨팀)였다면, 2025년은 류현진이 넘어간 뒤의 LA다저스에 가깝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메모리가 꺾인다면 코스피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메모리가 진짜 혼자 뛴 거였다면 엔진 정지 = 지수 폭락, 2500 회귀입니다. 하지만 조선과 방산과 금융과 기계가 각자의 사이클을 따라가고 있다면, 메모리가 쉬어가는 구간에 다른 엔진이 바통을 이어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이 부분은 롱이든 숏이든 계산에 넣어두셔야 하는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메모리 사이클은 어디쯤 와 있는가
메모리 시장을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 산업의 사이클을 읽는 것은 날씨를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상청이 아무리 정교해도 "정확히 며칠에 비가 옵니다"라고 단정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기압 배치와 해수면 온도와 편서풍의 흐름을 보고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반도체 사이클도 똑같습니다. 끝이 오긴 오는데, 언제 어떻게 오는지는 여러 변수의 조합으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가장 노이즈는 이것이었죠. 터보퀀트. "KV 캐시 압축 기술이 확산되면 HBM 수요가 꺾이는 것 아닌가?" Moonshot의 Kimi Linear가 캐시를 75% 줄였다, 터보퀀트가 재학습 없이 6배 압축에 성공했다, NVIDIA가 GTC에서 NAND 기반 티어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같은 뉴스요.
기술적 팩트는 전부 사실입니다. 다만 여기서 "HBM 수요 감소"라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반포의 레미안 원펜타스 위로 어느 날 갑자기 헬리콥터가 날아와서, 똑같이 생긴 아파트를 수직으로 두 배, 세 배 쌓아 올렸다고 해보겠습니다. 공급이 세 배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 원펜타스 집값이 3분의 1이 될까요. 가격 조정이야 있겠지만, 입성을 노리던 대기 수요가 새로 쌓인 층들을 빠르게 채울 것입니다. 원펜타스에 들어가고 싶었던 사람의 숫자가 원래 공급량의 수십 배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추론 시장이 정확히 이런 상태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적 발표에서 흘린 한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zure 주문 중 800억 달러어치를 전력이 부족해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돈을 주겠다는데 물리적으로 공급을 못 하는 시장입니다. 19세기에 증기기관 효율이 개선됐을 때 영국의 석탄 소비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증했습니다. 효율이 좋아지면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고, 낮아진 비용이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여서 총 소비량은 더 커집니다.
KV 캐시가 4분의 1로 줄어들면, HBM 한 장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토큰 수가 네 배로 늘어납니다. 그러면 HBM 수요가 4분의 1이 될까요. 수요가 compute-bound 상태, 즉 "계산 능력이 부족해서 매출 상한이 정해지는" 상태라면 정확히 반대 결과가 나옵니다. 그동안 경제성이 안 맞아서 포기했던 AI 애플리케이션들이 갑자기 타산이 맞기 시작합니다. 수요는 어디 간 것이 아니라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건 단순한 제 의견이 아니라 홍진채 대표님도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NVIDIA의 CMX 티어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건 알고리즘 효율이 아니라 메모리 계층 구조 자체의 재편이라 장기적으로 HBM과 NAND의 믹스 비중을 바꿀 수 있는 포텐셜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변화가 삼성과 하이닉스의 2026~2027년 영업이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물어보면 솔직히 어렵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인증 사이클은 12~24개월이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 공급계약은 2027년분까지 이미 상당 부분 락인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CMX가 실제 숫자에 반영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8년, 현실적으로는 2029년 이후입니다. 그래서 이 변수는 "장기적으로 주시해야 할 이슈"이지 "당장의 피크아웃 트리거"는 아니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엔진은 DDR5였습니다
여기가 어쩌면 정말 중요한 주가 엔진일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HBM 이야기만 넘쳐나지만, 정작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진짜 주역은 범용 DDR5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체로 원래는 HBM3e 계약가가 3사 경쟁 심화와 고객사 재고 누적으로 2026년부터 YoY 하락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DDR5 계약가는 서버 수요 강세로 2026년 상반기 내내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1분기부터 DDR5 수익성이 HBM3e 수익성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죠. 실제로는 DDR5 관련한 전망은 그대로 갔지만 HBM3e도 레거시가 중국향으로 부활하면서 주가의 레벨업을 또 만들었습니다. 2025년 Q4에서 2026년 Q1 사이 메모리 가격은 QoQ 80~90% 급등했는데, 이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범용 DDR5에서 나왔습니다.
이 구도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HBM에 생산 라인을 몰아준 결과가 역설적으로 범용 DRAM 공급 타이트를 만들어냈습니다. 삼성이 DDR4 생산을 대부분 종료하고 DDR5와 HBM 라인에 집중한 것이 원인 중 하나입니다. 공급자가 고마진 제품에 몰두하는 사이 저마진 제품의 공급이 말라버린 것입니다.
둘째, 이 구도 덕분에 HBM 마진이 일부 조정을 받아도 두 회사의 합산 이익은 의외로 잘 버틸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두가 홈런에만 주목하는 동안 2번 타자가 안타를 계속 치고 있는 셈입니다. 홈런 타자의 컨디션이 나빠져도 점수는 나는 경기입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삼성전자 전사 이익의 아직도 대부분은 DRAM입니다.
그러면 이 메모리 사이클이 진짜 꺾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가 꺾여야 합니다. DDR5든 HBM이든, 결국 이 거대한 자본 투입이 끝나야 가격 결정력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CAPEX가 꺼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2026년 Big 4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산 CAPEX는 약 6,300억 달러로 전망되며, 2025년 3,880억 달러에서 62% 증가, 3년 연속 6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별로 보면 아마존 2,000억 달러, 알파벳 1,750~1,850억 달러, 메타 1,150~1,3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200억 달러 이상, 오라클 500억 달러수준입니다. 자본 집약도로 환산하면 오라클은 매출의 86%, 메타 54%, 마소 47%, 구글 46%로,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알파벳이 100년 만기 채권까지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한 것입니다. 100년짜리 채권을 찍어서 AI 인프라를 짓는다는 건 "이 돈 쓰는 건 한 세기 안에 문제없다"는 내부 판단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상태에서 2026년 하반기 메모리 피크아웃을 논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단풍이 한창 불타오르는 10월에 "곧 봄이 오겠네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 전에 겨울이 먼저 옵니다.
비용 측면 — 유가와 임금이 반도체를 꺾을 수 있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숏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하방 논지는 유심히 살피는 편입니다. 유가와 임금을 한 번 보겠습니다. 한국의 에너지 자급률이 18%고, 원유 70%를 중동에 의존한다는 매크로 지표는 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손익 숫자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따져보면 생각보다 영향이 제한적입니다.
반도체 공장 원가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리수에 불과하고, 두 회사의 DS 부문 영업이익률은 현재 50%를 넘나듭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서 고착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제조업 마진 타격은 3~4%포인트 수준입니다. 영업이익률 50%가 46%가 된다고 해서 투자 논리가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F1 차량의 연비를 걱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변수이긴 한데, 결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유가가 메모리주를 진짜로 꺾는 시나리오는 "유가가 올라서 수익성이 나빠진다"가 아니라 "아예 한국으로 향하는 전체 원유 및 가스 수입 자체가 중단된다"는 블랙스완 시나리오여야 합니다. 이건 가능성 자체는 열어둬야 하지만, 베이스 케이스로 논할 확률은 아닙니다.
임금은 이슈 자체를 다시 봐야 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PS(Profit Sharing)로 지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구조는 수치상 임팩트가 커 보이지만 본질은 이익 연동형 변동비입니다. 이익이 꺾이면 PS도 자동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사이클 다운 국면에서 추가로 회사를 압박하는 변수는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진행 중인 노조 협상 결과에 따라 고정급 기반이 상향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 역시 "불편하지만 치명적이지 않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봅니다.
정말로 임금 이슈가 장기적으로 불편한 이유는, 결국 제조업 종사 기업인 한국 기업은 종업원 수가 많고 그 스펙트럼이 여러겹이기 때문입니다. 하이닉스는 적어도 순수 메모리 플레이어지만, 삼성 임금 협상의 가장 큰 난제는 결국 비메모리 부문 직원에 대한 수익공유입니다. 근본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같은 고숙련 엔지니어 소수로만 구성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해고가 불가능한 10만명 단위의 종업원에게, 그것도 R&D 종사자가 아닌 직군에게도 고액의 성과급을 지속하다보면 유의미하게 마진을 해칠 수 있습니다. 이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어 미리 불편한 말씀에 사과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비용 측면은 저에게는 부차적 변수입니다. 이익이 꺾이는 본질적 이유는 매출 단에서 나오지, 원가 단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반도체 사이클의 오랜 법칙입니다.
진짜 문제
지금까지는 제가 비교적 자신 있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답이 없는 부분이 이쪽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 대비 PER은 5배 내외입니다. 일반적인 투자 교과서대로라면 이건 명백한 저평가입니다. "싸니까 사라"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사이클 산업에서는 저PER에 파는게 정석입니다.
2007~2008년 포스코의 PER이 한 자리수로 내려갔을 때 그 시점이 철강 슈퍼사이클의 고점이었습니다. 이후 포스코 주가는 십년 넘게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2010~2011년 현대중공업이 PER 6~7배 구간이었을 때도 조선주 바닥이 아니라 조선주 슈퍼사이클의 종말점이었습니다. 2011년 LG화학 PER 8배, 2014년 OCI PER 6배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사이클 산업의 저PER은 두 가지 해석이 모두 성립합니다. 하나는 "시장이 구조적 성장을 못 알아본 진짜 저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이 이미 이익이 곧 꺾일 것을 알고 있는 정상 가격"입니다. 사전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사후에만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도망가면 대부분 맞는 게임이었죠.
여기에 하나 더 관찰해둘 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2026년 EPS 컨센서스는 +82~88% 상향된 상태인데, 2027년 컨센서스는 이미 횡보 또는 소폭 하락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애널리스트들이 암묵적으로 "2026년이 피크"라고 가정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PER 5배는 "싸다"가 아니라 피크에 달한 이익에 부여하는 당연한 멀티플일 수 있습니다.
즉, 사이클 산업이 맞다면, 가장 낮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점이라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보통 그 반대 사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정말 같은 것이냐는 질문도 남아 있습니다. AI 수요는 과거 중국 인프라 투자처럼 한 번 올라갔다 내려오는 성격이 아니라, 매출 잠재력의 상한선이 아직 보이지 않는 확장형 수요입니다. 공급 측면도 다릅니다. 과거 철강·조선은 중국의 신규 진입으로 공급이 쏟아졌지만, HBM과 DDR5는 신규 진입자가 사실상 없고 기존 3사의 CAPEX도 신중하게 조절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은 투자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네 마디로 꼽히는 표현이지만, 가끔은 진짜로 다를 때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PER 5배를 "무조건 저평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조건 피크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둘 다 위험한 태도라는 겁니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한 지점으로 수렴합니다
KV 캐시든 CMX든 DDR5든 유가든 임금이든 PER 수수께끼든, 한참 따라가보면 모든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환원됩니다.
"2027~2028년에 하이퍼스케일러 CAPEX 성장률이 꺾이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한국 반도체의 이익은 피크를 지나고 주가도 따라갑니다. PER이 낮아 보이든 어떻든 소용이 없습니다. 꺾이는 것 보고 팔면 됩니다. 반대로 이 질문의 답이 "아니오"라면, 지금 PER 5배는 역사적 기회가 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려면 그보다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AI의 실제 ROI가 2027~2028년에 실체화되는가?" 지금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CAPEX에 쏟아붓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자본 집약도가 이 수준에 이른 산업은 반드시 "이 돈이 매출로 돌아오는가"라는 시험대를 거쳤습니다. 1999년의 통신 인프라 투자가 그랬고, 2008년의 조선·해양 투자가 그랬습니다. 매출이 기대만큼 실체화되면 투자는 이어지고, 기대에 못 미치면 투자는 계단식으로 꺾입니다.
메모리 시장을 볼 때 가장 긴장하며 지켜볼 변수가 이것입니다. KV 캐시 압축이 아닙니다. 호르무즈 해협도 아닙니다.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와 AI사인 구글, 앤스로픽, 오픈AI , 그리고 오라클과 같은 여러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이 정말로 이 거대한 투자를 감당할 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입니다. 이 질문의 답이 나오는 시점이 아마도 2027년 중반에서 2028년 사이일 것이고, 그게 확인되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메모리 사이클의 진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결론 : 모른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AI ROI가 언제 어떻게 실체화될지, 하이퍼스케일러 CAPEX가 언제 꺾일지, 저는 모릅니다. 솔직히 말해 이 시점에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확실해 보이는 것 하나는, 지금은 블라인드 베팅은 어려운 시점이라는 점입니다. 롱은 "이익이 꺾이면 지수도 꺾인다"는 집중도 리스크를 안고 있고, 숏은 "CAPEX가 62% 증가 중인 덤프트럭에 정면으로 역베팅하는" 타이밍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양쪽 다 만만한 판돈이 아닙니다.
시장에 떠도는 강한 단정들, "무조건 간다"거나 "이제 끝났다"는 류의 이야기들은 대개 무언가를 팔기 위해 쓰인 글입니다. 진짜 심사숙고된 분석은 대부분 "여기까지는 말할 수 있고, 여기서부터는 모르겠다"는 구간을 정직하게 나눕니다.
투자를 오래 해보면 가장 어려운 판단이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모두가 확신에 차서 한쪽을 외치는 국면에서 "나는 아직 더 봐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더군요. 이 글은 그런 습관의 일부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은 언젠가 꺾입니다. 다만 "언젠가"가 언제인지에 대해 지금 제가 가진 가장 정직한 답은 '모른다'입니다. 그래서 -꺾일 때 판다- 라는 말이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밸리 정도 되는 커뮤니티에서는 사실 뻔하고 다 아는 내용이었을 것입니다. 더 좋은 생각 있으시면 공유 환영하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