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의 채팅 목록 상단에는 작은 광고 배너가 있다.
광고 배너에 뭐가 나와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으나, 오늘은 아주 눈길이 갔다.
에르메스의 광고였기 때문이다.
주주로서 그냥 지나갈 수가 있나.
해당 광고의 URL 이다.
배너를 보고서 눈을 의심했었다. '이거 사칭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에르메스는 따로 마케팅 부서가 없으며 오히려 의도적으로 디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엔 마케팅 부서가 없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더 잘 팔릴지 조사하거나, 더 많이 팔려고 홍보하지도 않는다
by 악셀 뒤마 (CEO)
백화점 외부 광고판이나 TV 광고로도 에르메스를 절대 본 적 없다.
타 브랜드들은 연예인을 앰버서더로 지정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고들 한다.

그러나 에르메스는 절대 없다. 오히려 이런 저런 정황을 보아하면 그런 류의 마케팅을 싫어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https://news.nate.com/view/20231208n09376?sect=sisa&list=rank&cate=interest
이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셀럽을 이용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 잘은 알지 못하나 위의 디올이나 버버리, 구찌, 프라다 등의 기업들이 우리나라 셀럽을 앰버서더로 지정한 것은 셀럽의 젊고 화사하고 선망의 아이콘 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 강화에 이용하고자 함은 자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셀럽이 디올의 제품을 착용했으니까 나도 그 제품을 한번 사서 착용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당연하지 않나.
그러나 명품은
1) 희소해야 하고 (남들과 다른데 남들이 다 들고다니는 제품이 희소한가?)
2) 진입 장벽이 있어야 하며 (대체로 가격)
3) 제품이나 브랜드에 얽힌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3) 번 조건부터 뜯어보자.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얽힌 스토리와 역사가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애초에 많은 명품 브랜드의 시작이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유럽의 귀족들과 사교계 명사들이 사용했다는 점에서이기 때문이다. GUCCI 는 구찌오 구찌에서, Dior 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로로피아나는 피에트로 로로피아나 등 각 브랜드는 디자이너 본인의 이름을 따와서 시작하였다.
그렇기에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명품을 만드는 가문의 헤리티지를 나도 공유한다" 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엠버서더를 선정하는 것은 젊고 신선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그 브랜드에 얽힌 스토리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브랜드와 그 스토리에 얽힌 인물은 고정되어야 하고, 영웅은 한 명으로 족하다는게 내 견해이다. 영웅, 위인들의 서사를 떠올려보자. 3.1 운동이라 하면 유관순 열사, 임진왜란이면 이순신 장군, 살수대첩 하면 을지문덕 장군처럼 서사에는 주인공이 단 한 명으로 고정된다.
브랜드로 예를 들면 나이키의 에어 조던이 딱 그렇지 않나.
주인공이 계속해서 바뀌는 서사가 매력적일 수 있는가? 브랜드들의 엠버서더는 계속해서 바뀐다. 더 새롭고 젋은 사람으로 주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브랜드의 엠버서더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그 셀럽 개인에 있어서 좋은 일이자 유명세를 부여해주는 면이 오히려 강해보인다. 그 브랜드는 일시적으로 셀럽의 젊은 이미지를 빌려오는 점에 불과하다. 이 구조에서는 매력적인 서사가 나올 수 없다.
반면에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고정된 인물(제인 버킨, 그레이스 켈리)로, 특정 제품에 주인공이 되는 인물의 사연을 녹여냄으로써 그 제품에 역사와 서사를 부여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주인공이 되는 인물의 행적이 나중에 논란이 된다거나 역사적으로 평가가 뒤바뀔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긴 있을 것이다.)

위는 에르메스 홈페이지의 About Hermes 항목이다.
대문짝만하게 1837년부터라는, 브랜드의 역사를 강조하고 있다.
조건 1) 과 2) 의 희소성과 브랜드 파워에 의한 진입장벽의 구축 관련해서는 가족경영이냐, 전문경영인 체제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 비하여 가족 경영이 명품기업에 더 유리하다고 보는 점은
(1) 해당 가문 구성원이 계속해서 가문의 유산을 이어간다는 느낌을 더 심어줄 수 있음이고
(2) 전문경영인에 비하여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원 분배를 할 수 있다는 ...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기업의 내러티브를 나열해주신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퀄리티만 보면 에르메스가 맞는데 역시나 이 밸류에이션이 맞나 싶은 생각때문에 쉽게 손이 가진 않더라구요. 저는 아직은 지켜만 보고있는 입장입니다. ㅎ

저는 퀄리티있는 실적과 그 실적을 지켜나가는 일관된 경영 원칙에 껌뻑넘어가서 투자하고 있기는 합니다. 좋은 기업은 늘 비쌌고... 결국 핵심은 각자의 투자철학이지요~

저도 에르메스 주주로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을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