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부를 위한 지도
지난 글에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시장의 성장을 꾸준히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가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80%이상의 투자자들 보다 괜찮은 수익을 보면서 마음편히 지내는 것은 참 가성비가 좋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대중을 대상으로 금융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주로 패시브 투자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려고하는 바는 조금더 니치한 대상으로 하는 말일 것이다. 상위 20%의 길에 호기심이 생겼거나, 나처럼 투자라는 지적 탐험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말이다.
공부한다고 투자 실력이 늘까?
궁극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과연 투자는 공부를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일까?"
아마 오랫동안 투자 공부를 해온 사람이라면 이 질문이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강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투자 공부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주식 공부 그거 다 소용없어. 공부해서 부자가 될 수 있었다면, 경제학 교수나 증권사 직원들이 전부 부자가 됐겠지!"
왜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있을까? 아마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과거에 투자 공부에 시간을 쏟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공부는 소용없다'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둘째, 투자를 아예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질투심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일 수도 있다. 사람은 때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는 공부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수많은 투자 대가들이 그 살아있는 증거다. 물론 운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꾸준한 공부와 노력은 그 운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기회'로 잡을 수 있는 실력을 길러준다. 야구에서 안타를 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없이 스윙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연습한다고 모든 공을 안타로 만들 순 없지만, 안타를 칠 가능성 자체를 높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까지 공부해야 할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너무 적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점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월 300만 원을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가? 초중고 12년에 대학 4년, 그 이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주식 시장은 바로 그런 전문가들과 경쟁하는 치열한 전쟁터다. 내가 이제 방망이를 잡는 법을 익힌 수준에서 프로 운동선수들과 대결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이쯤 되면 이런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아니, 그렇게까지 공부할 거면 그냥 전문 투자자가 됐지, 누가 취미로 투자를 하겠어?"
정확하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에게 '가성비 좋은 공부'의 영역은 패시브투자와 생활 금융에 대한 지식에 머문다. 꾸준히 내 근로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바꿔간다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지식, 절세라는 리스크 없는 수익을 얻기 위한 금융 지식이 그것이다. 결국 시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완벽주의는 잠시 내려놓자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단 하는 게 무조건 괜찮다. 왜냐하면 투자는 정답을 겨루는 시험도 아니고 남보다 잘쳐야하는 야구 경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문제가 나왔을 때 그것만 풀어도 충분하다. 내가 칠 수 있는 공이 올 때까지 무한히 기다려도 된다. 100개의 공 중에 한 두개에만 방망이를 휘둘러도 안타를 칠 수 있다. 1루타든, 2루타든 말이다.
단지 '내가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공부해봐야 소용없다"는 막연한 회의감에서 벗어나, 건강한 긴장감을 갖고 시장에 임할 수 있다. 결국 투자 공부는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이 험난한 경기장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나만의 승리를 거두기 위한 '생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투자 지도를 만들어야할 필요
좋다, 이제 우리는 '적극적인 투자'의 세계에 한번 발을 담가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눈앞이 캄캄하다. 서점에는 수백 권의 투자 서적이 꽂혀 있고, 유튜브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기법과 추천 종목이 쏟아진다. 무엇부터 봐야 할까?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소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에게는 '투자 공부 지도'가 필요하다.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탐험가에게 지도가 없다면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투자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순서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알려주는 최소한의 안내서가 있다면, 우리는 훨씬 안정적인 첫걸음을 뗄 수 있다.
물론 이 지도가 '정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교수가 논문을 지도하는 과정을 떠올려 본다. 먼저, 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세상에 없던 자신만의 뾰족한 영역을 구축하고 그 분야의 선구자가 되는 과정이다. 생각보다 지도교수조차 그 세부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학생만큼 알지 못한다. 다만, 연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지, 어떤 논문을 참고하고 어떤 함정을 피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을 안내해줄 뿐이다. 목차를 다듬어주고, 참고할 자료를 걸러주며, 학생이 결국 자신만의 논리를 펼쳐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했기 때문에 물리든, 수학이든, 경영학이든 '철학 박사(Ph.D.)'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들은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관점(세계관)과 철학'을 완성한 사람들이다.
이제부터 제시되는 투자 로드맵은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들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탐험하고 공부하며, 최종적으로는 '나만의 투자 철학'을 완성해나가야할 것이다.
로드맵 1단계: 나를 아는 단계
수많은 공부를 하며 가장 뼈아프게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목적의식 없는 시작은 길을 잃기 쉽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공부의 성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끝에서 찾게 될 '의미'와 '가치'의 문제다. 가령,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대에 갔지만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례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여러분야에서 자격증을 따왔다. 자격증 하나로도 충분히 취직이 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중 어느 하나도 활용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나는 박사과정까지 마친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라는 깊은 고민 없이 시작했기에, 그 성과가 내 삶에 큰 의미로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봤을 땐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이 되어버렸다. 괜히 옛 어른들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고 하신 게 아닌가 보다.
결국 어떤 공부든, 시작할 때는 명확한 자기 인식이 먼저이다. '이 길이 나에게 잘 맞는가?', '나는 이걸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이 과정이 나에게 즐거움을 줄 것인가?' 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본격적인 투자 공부에 앞서, 잠시 펜을 들고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들을 던져보자.
투자 공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는 왜 투자 공부를 하려는 걸까? 어쩌면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어서 등 떠밀려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 정도의 마음이라면, 굳이 고통스럽게 파고들기보다 생활 금융과 패시브 투자 정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