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적극적인 투자 커뮤니티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개인에게는 종목 발굴보다 시간 대비 효율이 더 좋은 영역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바로, 자기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원을 적절히 배치하는 기술이지요. 내 돈이 어디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지를 고민하면서 돈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일은,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공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고통받는 일을 막아주는 데는 확실하게 작동합니다. 그리고 종목 발굴과 달리, 들인 노력에 비례해서 결과가 일관되게 돌아오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걸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입니다. 재테크라고도 하고, 개인 재무관리라고도 합니다. 저는 그중에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라는 단어를 선호합니다. J 성향이 깊어서인지 미리 계획하고 점검될 때 마음이 편한 편이라서요. 설계나 준비라는 관점이 잘 맞더라고요.
내용 자체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다루는 재무관리를 개인 단위로 옮겨온 것에 가깝습니다. 먼저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기록하고 계정을 분리하는 회계의 방법을 가져옵니다. 이걸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혹은 개인 회계라고 부릅니다. 그다음에는 재무 비율로 자기 살림을 분석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해 나갑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전망하면서 재무 계획을 짜듯이, 개인은 결혼·출산·주택·은퇴 같은 인생의 중요한 사건(life event)을 대비해서 자원을 미리 배치합니다.
이 일은 기업이 혼자 할 수도 있고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는 영역입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해볼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요. 후자가 소위 재무자문, 혹은 재무설계라 불리는 부분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제가 직업적 고민을 하면서 메모 해두었던 것을 공유해봅니다.
재무설계사는 투자 과정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피하도록 도와줍니다. 상품 수수료와 비용을 인식하게 하고, 과거 성과만으로 미래를 판단하려는 경향의 위험성을 짚어주며, 돌이키기 힘든 값비싼 실수를 미리 막아줍니다.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도움을 줍니다. 개인의 수익 욕구와 위험 감내도에 맞춰 조언합니다.
세금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저축 계획과 은퇴 소비 계획을 함께 설계합니다.
인생의 큰 지출들 (자녀 학자금, 주택 마련, 노후 의료비 등) 을 미리 떠올리게 하고 대비하도록 합니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세제 혜택 계좌처럼 복잡한 금융 제도를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투자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반면에 컨설턴트가 해서는 안 되는 일, 혹은 컨설턴트에게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습니다.
종목 추천과 그에 따른 수수료 수취입니다.
이게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투자는 결국 돈을 벌려고 하는 행위이고, 투자 조언을 받는다는 것은 돈 버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데 돈 버는 방법은 본질적으로 스스로 찾아야 하는 종류의 지식입니다. 누군가에게 성공법을 배운다고 할 때 진짜 배워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로직이지, 그 사람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결과물은 모방하는 순간 효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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