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글로 선정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벨리 덕분에 참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어요!

침팬치
2026.06.08
부진아였던 내가 투자를 한다는 의미.
안녕하세요 침팬치입니다. 최근 valley insight 책을 읽고 있는데요. 김교사님의 감동적인 글을 필두로 being_me님, 몽상과 사색님, Bewizard님 등등 다양한 분들의 글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을 주기적으로 접하다보니 역시 개인적인 스토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다는 점이 느껴지더군요. 이에 떠오르는 문장도 있었는데요.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바로 봉준호 감독님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의 문장을 인용하며 유명해진 문구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흐릿하게나마 느끼며 인생을 살아 왔었는데 해당 영상으로 하여금 제 추상적인 직관이 명확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삶이란 예술에 시금석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여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봐야겠단 생각이 잠깐 스쳐갔습니다만, 좀처럼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왜냐하면 저는 온라인에 제 이야기를 기록해서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저를 공유한다는 걸 조심스럽게 여기는 사람이거든요. 글에서 잠깐 변두리로 나가보자면 그 이유는 이러합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상상에 대한 해석으로. 그것은 결국 디지털화된 동굴 속에 스스로를 기록해둔다는 의미이며, 이는 작성자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정보에 대한 권한은 작성자가 아닌 독자에 비롯됩니다. 또한 수메르인들이 기록한 쐐기문자와 차이점이 있는 이 곳. 디지털 동굴은 엄청난 속도로 자가복제가 가능하기에 이 독자의 정보 권력은 정보 그 자체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집니다. (나락을 보낸다던가, 영상 짜집기를 통해 이미지를 바꾼다던가 등.. 디지털에서의 수많은 현상들은 이러한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용기를 낸 탓이죠. 그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논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그 이유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본래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지어내는 존재지만 말이죠. 그저 제 마음 닿는 곳이 이 valley라는 곳이었기에, 이 곳은 투자를 배우는 곳이 아닌 '배움'을 공유하는 곳이라고 믿기에. 그렇기에 저는 "나를 한번 던져봐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 닿는 그 자체로 행동하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꼴리는대로 행동하는 게 우리 인간 아니겠습니까? 주식을 하는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면 더욱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비밀과 결핍, 흠을 숨긴다는 건 보수적인 관점에서 상처 받거나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한 인간관계의 덕목일 수 있지만, 반대로 그것을 드러냄으로서 보다 깊은 유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저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큰 장점이 있다고 믿어 보려 합니다.
사담이 길었네요. 다시 적어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창시절, 부진아 였던 나.
이건 제 고등학생 시절의 성적표 일부 입니다. 보시다시피 처참하죠. 사실 이것 뿐만 아니라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제외하곤 공부를 거의 하지 않다시피 했고 특히 영어는 '부진아 수업' 이란 것까지 들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사실상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었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끄러움보단 해맑게 웃으며 부진아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부를 못한다는 게 부끄러운 점이라는 걸 가족들이 강조하지 않았거든요.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란 걸 만천하에 떠들고 다니는 세상 대한민국. 그곳에 살고 있음에도 가족들이 그러지 않았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스스로를 책망하면서도 몸을 누일 가족들이 있었기에 무너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수능 성적표입니다. 그전보다 성적이 제법 오르긴 했죠? 고2 겨울방학 때 '스터디코드'의 영상을 보고 뭔가에 홀린 듯이 공부를 하게 되었던 탓 입니다. (찾아보니 제가 봤던 그때 영상은 없네요..) 사실 그냥 고개 쳐박고 하는 척만이라도 길게 해보자, 앉아 있는 시간만이라도 늘려 보자는 생각으로 공부한 무대뽀 시절이었습니다. 그나마 수학에 대해 기초 지식이 있었다는 점과 과탐의 경우 단기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단 점이 작용해 해당 성적을 받았네요. (영어는 3번으로 밀고 꿀잠을 잔 덕에 풀컨디션으로 탐구를 봤던 추억이 생각나는군요..)
공부로의 성공은 생각할 수도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전문대를 목표로 딱 2과목(수학+과학)에 집중 했었고 원리 이해보단 단순 문제 패턴을 학습하고 반복해서 성적을 올린 케이스였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실속 없는 빈 껍데기 공부를 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저는 전문대학에 진학 했고 현재는 현장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필수인 직장에 입사.
제 상상 속 현장 업무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2~3년 정도의 숙달 과정을 거쳐 그것만 반복하면 되는 업무. 그것이 전문대 정도의 학력이 수행하는 역할이겠거니 하며 지내 왔습니다. 물론 그런 직업들이 상당수 존재하긴 합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제가 마주한 현장은 배움의 연속인 공간이었습니다. 심지어 제법 학력이 높다는 소릴 듣는 대졸 사람들도 저와 함께 일을 하는 공간이었죠. 하여 제 빈 껍데기 공부법은 조금씩 알맹이를 채워가기 시작했습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을 배웠고 또 잊어먹었으며, 많은 실수를 했고 또 배웠습니다. 물론 아직 제 업무 지식의 껍데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저만의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배움'과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젠 제법 친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공부 재능 없는 내가 투자 공부?
그렇게 배움에 가까워진 시기. 월가아재님이 fellow 3기에 들어오라며 손짓 합니다. 대학시절 운 좋게 테슬라에 투자해 큰 돈(학창 시절 기준)을 벌었던 경험과 그 돈을 잘 관리 했던 경험이 있는 제게. "나 어쩌면 투자 재능이 있을지도?" 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던 제게. 스스로에 대한 확신, 오만함 등이 내재되어 있던 제게. '근거' 있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더 꾸준하면서도 큰 수익률을 낼 수도 있을 것이란 말을 해주었습니다. 과거의 저라면 공부가 죽어도 싫었기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배움에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시점과 fellow 3기 오픈 시점이 만나 저는 fellow 3기에 가입하게 됩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fellow 3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저는 일단 '입문자 멘토링'을 팟캐스트처럼 주구장창 들었습니다. 그때 월가아재님이 했던 말들 중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는 문장은
패시브 투자를 하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주식을 처음 입문하면서 해당 강의를 들었다면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몇년간 투자를 해오며 시장을 경험했던 탓에 제겐 큰 의미로 다가온 문장이었습니다. 하지만 valley에 들어온 이상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보자는 마음가짐을 지울 수가 없었고 패시브 투자보단 액티브 투자에 지향점을 찍기로 했습니다. 첫걸음을 디딜려면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하지만 매주 진행했던 Q&A 라이브가 제겐 큰 힘이 되어 진도를 꾸준히 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新가치투자 기본편'을 모두 완강하고 valC까지 작성하게 됩니다.
ValC로 알게된 내 능력 범위
진짜 아무도 보지 말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만큼 부끄러운 제 ValC. 이 글을 쓰면서, 또 쓰고나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기업 하나를 분석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과정이라는 점.
나름 기업 분석을 했다는 글 또한 너무나 허점투성이라는 점.
긴 시간동안 모니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정리하는 것이 내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
대충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물론 모니터 앞에서 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해오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겨내야 하는 점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었는데요. 하지만 어릴적부터 가만히 있는 것보단 계속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던 성향 + 한 곳에 머무르며 딥다이브하는 것보단, 이것 저것 얕게라도 세상을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호기심 가득한 성향 + 어릴 적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단 사실. 이것이 지금의 저라고 할 수 있기에 저는 결국 액티브 투자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현재는 패시브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자산배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가 되었네요.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를 비롯한 대가들과 홍진채님 등 저보다 훨씬 뛰어난 전문 투자자들이 개인에게 권하는 투자가 패시브 투자이니만큼 비교적 확률 높은 게임에 저를 던지고 복리의 힘을 믿어볼 생각입니다.
근데 왜 Valley에 글 쓰고 있지?
그럼에도 저는 valley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패시브 투자 또한 시장에 대한 상황과 지식이 필요하며 급락장에서도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거듭할 수 있는 믿음 또한 '근거'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월가아재님의 말마따나, 인간이 어둠을 두려워하는 건 무엇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란 말이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싶네요.
또 한가지는 해당 사진과 같이 valley는 '투자'에 관해 배우는 플랫폼이 아닌 '배움'에 관해 공유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제로 티모씨님의 글을 통해 AI 긍정 편향에 회초리를 들어 맹목적인 믿음을 제거하기도 했고, Ottoman님의 글을 통해 중국과 프랑스 역사에 관해서 얕게나마 배우기도 했습니다. ahinshar님의 HIIT 글에 영감을 받아 운동 루틴에 추가한 인터벌 훈련은 1년 넘게 유지하고 있으며, 노팬티님의 글을 통해 현재 조직의 업무 방식에 관하여 몇날 며칠을 골똘히 사유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소개할 양질의 글이 열갑절은 더 되지만 분량 관계상 이만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여 이곳은 제게 '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티이며 그렇기에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valley에 머무를 생각입니다.
패시브 투자로 변환된 내 행동 패턴
패시브 투자자로 전환한다는 다짐과 함께 저는 제 핸드폰에서 금융 어플을 모조리 삭제했는데요. 자꾸만 거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어플, 카카오톡을 포함한 SNS 어플까지도 삭제된 상태입니다. 결국 valley를 들어가거나 구글 검색 정도만 할 수 있는 상태죠. 불편한 점이 조금 있기도 하지만 금융 어플을 삭제하고 나서 꾀나 만족감이 좋았던터라, 환경에 주어진대로 행동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어느정도 제약을 걸어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의식적으로 들어가던 카톡과 유튜브, 인스타를 valley AI로 전환할 수 있었고 유튜브나 숏츠 대용으로 valley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동 패턴으로 바뀐 제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남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저는 이 시간에 최대한 비이성적인, 반대로 말하면 감성적인 영역에 초첨을 맞추려 합니다. 가족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거나,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다거나, 훌륭한 작품의 영화를 본다거나, 자연에 관한 다큐를 본다거나,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혼자 그림을 그린다거나... 지금 생각나는 건 대충 이정도가 되겠네요. 얕고 넓게 세상을 알아가 보고 싶은 제겐 굉장히 만족스러운 삶인 것 같습니다.
균형잡기를 반복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산관리는 필수적이며 꾸준한 관심을 필요로 하죠. 그렇기에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투자에 관한 노출과 세상을 향유한다는 가치에 관한 노출의 줄다리기가 필요합니다. 퇴근 후에도 온통 머릿 속에 '돈'만 생각하고 있는 것 또한 그리 행복한 삶은 아닐테고, 경제에 관한 무지함으로 노동소득을 갉아 먹는 것 또한 그리 행복한 삶은 아닐테니 말이죠.
그렇기에 제 능력 범위에 한해선 패시브 투자가 이 '균형잡기'를 지탱해줄 막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valley를 통해 나 자신을 투자에 꾸준히 노출시키고, 그 밖의 삶에서 세상을 향유하는 삶. 저는 앞으로 그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저와 비슷한 결을 가지신 분이 계신가면, 패시브 투자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단 점을 말씀 드리고 싶네요.
온전히 제 이야기를 담다보니 결국 제 생각만 적다가 끝나는 일기장 같군요. 뭐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이것도 제 새로운 방식의 글이 될테니 ㅎㅎ
본래 잘쓰고 싶은 글은 하루 이틀 정도는 다시 읽고 고쳐 쓰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번 글은 그냥 올려볼까 합니다. 이만 글 마칩니다.
이 글은 저의 극히 일부입니다. 독자는 이 글만으로 저를 판단해선 안되겠지만, 반대로 이 글은 제가 맞기도 하기에 이 글을 통해 저를 판단하셔도 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