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문과였던 내가 1년반만에 공대생만큼 수학을 하게 되다

27살 문과였던 내가 1년반만에 공대생만큼 수학을 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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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kai Quant
2024.09.04조회수 62회



최초 작성일: 2023년 9월 5일, 개인 블로그.


1. 어그로 끌어서 죄송합니다

먼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제목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목에 대해 의문을 품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완전히 문과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대생들처럼 수학을 깊게 공부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재학 중이었기에 기초적인 미적분만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제학 커리큘럼은 1학년 때 기초 수학을 두 과목만 듣고 (그마저도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는 수학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1학년 이후 4년 넘게 수학과 전혀 접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리 잘 쳐줘도 경영학 전공자 수준의 수학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대생들도 전공에 따라 배우는 수학의 정도와 깊이가 많이 다릅니다. 보통 공대생들은 1, 2학년 동안은 기초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미적분, 상미분방정식, 선형대수학, 기초 통계와 확률), 그 이후에는 전공에 필요한 수학을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1) 편미분방정식

2) 동적 시스템과 수학적 모델링

3) 수치 해석

4) Fourier 해석

5) 복소 해석

6) 고급 통계와 확률 (선형회귀 분석, 시계열 분석)

7) 수리 계획법 / 최적화 이론

8) 이산 수학

9) ML & AI


등이 있습니다.


저는 1년 4개월 동안 미적분, 선형대수학, 기초와 고급 통계 (선형회귀 분석, 시계열 분석), 상미분방정식, 그리고 해석학을 공부했습니다.


해석학은 순수 수학의 영역이며 보통 공대생들이 배우지는 않지만, 저는 대학원에서 통계나 금융공학 프로그램으로 진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해석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에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대생만큼 수학을 한다"는 제목은 어느 정도 왜곡된 표현이며, "고급 및 응용 수학을 배우기 위해 1년 4개월 동안 기초 수학의 기반을 다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그로를 끌은 이유는, 이 글은 저와 같이 수학 배경이 거의 없거나, 나이가 들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두려운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공계 분들께서는 이 점을 양해해주시고, 본격적인 후기를 작성하겠습니다(편의상 1년 4개월을 반올림하여 1.5년으로 표기하겠습니다).



2. 수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기대감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수학을 다시 손댈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투자업에 종사하리라 결심했기에 기본적인 산수를 제외하고는 수학을 쓸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수학과 통계, 그리고 코딩을 이용해 퀀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지했으며, 오로지 워렌 버핏과 가치투자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모종의 계기로 퀀트가 되고 싶다고 결심한 후 (이유는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작성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내린 결정은 기초 수학부터 다시 다져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는 졸업을 앞두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굉장히 비현실적인 공부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2022년 여름, 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끄럽게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학생 때는 싫어서 피했지만, 이제는 확실한 동기도 생겼으니 전공 공부하듯이 하루 종일 책을 붙잡고 있으면 한 학기 진도를 2~3주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허황된 목표를 세웠는지 보여드리기 위해 실제로 2022년 5월 23일에 작성한 "1년 동안의 공부 계획표"를 참조하겠습니다.


향후 1년의 계획 (2022년 5월 23일 ~ 2023년 5월 23일)

  1. 기초 수학 (증명, 선형대수학, 미적분 (벡터 함수와 다변수 미적분 포함)): 완료. 다변수 미적분은 증명 위주 전공서로 복습 예정.

  2. 상미분방정식: 완료. 그러나 본질보다는 방정식을 푸는 알고리즘을 외워 답을 구한 느낌이라 다시 제대로 보고 싶음.

  3. 기초 해석학: 완료. 독학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애봇의 책을 사용했으며, 베이비 루딘급의 해석학은 아님.

  4. 계량 경제학 전공서 한 권 완독: 완료. 대학교에서 계량 경제 수업 3개 수강.

  5. 수리 통계학 전공서 한 권 완독: 미완료. 응용 통계 전공서를 사용했기에 증명보다는 응용 및 직관 정도만 아는 수준.

  6. 통계 학습 (머신 러닝) 전공서 한 권 완독: 미완료. 시작도 못 함.

  7. 베이시안 통계 전공서 한 권 완독: 미완료. 시작도 못 함.

  8. Python, R, Matlab, C++ 모두 상급 마스터리: 미완료. R만 working knowledge 수준. Python은 기초만, 나머지는 할 생각 없어짐.

  9. 데이터 사이언스 개인 프로젝트 1회: 미완료. 기초수학 끝내기전까진 프젝 안 하겠단 마인드다보니 지금까지 프젝을 못해봄.

  10. 1~2개의 퀀트 알고리즘 개발 후 라이브 테스트 완료: 미완료. 시작 못 함.

  11. 시장미시구조 관련 서적 5권 완독: 미완료. 0권.

  12. 퀀트 트레이딩 관련 서적 5권 완독: 미완료. 4권.

  13. 통계/수학 관련 서적 5권 완독: 미완료. 3권.


결국 13개의 목표 중 4개만 달성했고, 그마저도 만족스럽지 않으며 나머지 9개는 미달성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제가 제 자신을 과대평가했고, 수학이라는 과목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은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계산이나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증명부터 이해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마음가짐은 본인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공학도의 길을 걷는 분들은 어떤 함수가 연속 함수이지만 미분 불가능한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미분해서 수치를 얻었을 때 말이 되면 그걸로 충분하고, 말이 안 되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궁극적으로는 응용 수학을 위해 수학을 배우고 있지만, 저라는 사람의 성향은 하나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어서, 이상한 기법으로 적분의 해를 얻는 것보다 적분이라는 개념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수학을 공부하는 마음가짐은 본인의 목표와 성향에 맞춰서 결정하면 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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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kai Qu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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