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포기하고 싶은 순간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어느 마라토너가 마라톤을 하며 줄곧 되뇌는 문구라고 한다.
달리다보면 "힘들다. 이젠 더 이상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힘들다'라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더 이상 안되겠다'라는 것을 어느지점으로 결정할 지는 선택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통 자체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고통받을지는 선택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달리면서 깨달은 것은 중간에 포기하는 것 또한 다른 의미에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달리기에는 승패가 없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가 있다. 그 기준은 완주일수도 개인의 기록일수도 있다. 패배는 분한 감정을 가져오지만 실패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성실히 달려왔는가가 결과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달리기에는 승패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 추월하고 추월당하는 것이 무척이나 신경쓰인다. 사람들을 추월하다보면 꽤나 상쾌한 기분이 든다. 반대로 추월당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남들을 여럿 추월하다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다시 추월당하기 시작하면 후회와 좌절감이 몰려든다.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끝까지 뛸 수 밖에 없다.
나는 늘 후반이 약했다. 시험을 칠 때도 게임을 할 때도 늘 후반에 무너졌다. 그렇지만 달리기는 다르다. 조금만 더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들어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힘이 난다. 별다른 기술없이 그냥 손과 발을 앞뒤로 젓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운동에는 최선을 다했을때만 느낄 수 있는, 다른 운동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언제까지 달려야할까 생각하면 달리기가 지겹게 느껴진다.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달리기가 애틋하게 느껴진다.
나는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이건 피할 수 없는 문제일까, 선택 가능한 문제일까?
어찌됐든 피할 수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