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은 얼마인가. 이건 질문이 되지 않는다. 네이버에 치면 나온다.
그런데 이런 상품을 생각해보자.
"앞으로 3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한 번도 최초가의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8% 이자를 주고,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원금 손실."
설명을 위해 단순화한 ELS 예시다. 이런 상품에도 가격이 붙는다. 표면적으로는 원금 10,000원짜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발행 시점에 이미 공정가치는 따로 계산된다. 그 값은 9,847원일 수도 있고, 10,152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주가 경로에 따라 현금흐름이 바뀌는 상품의 “현재 가격”이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개념일까. 누가 그 가격을 계산하고, 무슨 논리로 그 숫자를 정하는 걸까.
이 시리즈는 그 구조를 따라가 보려는 기록이다.
시장가가 없는 가격
주식은 거래소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물론 그 가격이 비싼지 싼지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얼마에 거래되는지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파생상품은 다르다. 옵션, ELS, 전환사채에 내재된 옵션, 금리연계 구조화 상품처럼 미래 조건에 따라 현금흐름이 달라지는 상품은 단순히 시세 한 줄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은 장내에서 활발히 거래되지 않고, 어떤 상품은 장외에서 개별 조건으로 설계되며, 어떤 상품은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비슷해 보여도 실제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도 이런 상품의 “지금 가격”은 매일 필요하다. 회계 장부를 작성할 때도, 담보 가치를 계산할 때도, 중도환매 가격을 정할 때도, 헤지 손익을 측정할 때도 숫자가 있어야 한다. 시장이 항상 친절하게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에는 채권·파생상품의 공정가치를 산출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평가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격을 반복 가능하게 계산하는 체계가 바로 평가엔진이다.
쉽게 말하면 평가엔진은 복잡한 금융상품의 가격을 계산하는 기계다. 다만 단순 계산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품 구조를 읽고, 시장 데이터를 입력받고, 적절한 모형과 수치적 방법을 적용해 가격을 산출하고, 결과가 일관적인지 확인하는 절차 전체가 평가엔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금융공학이 수식의 언어라면, 평가엔진은 그 수식을 실제 시장과 업무 위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구현의 언어에 가깝다.
예측이 아니라 무차익
파생상품 평가를 처음 접하면 흔히 "앞으로 주가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