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엔진 산업의 구조적 변화(ft.한화엔진)




최근 선박 엔진 기업들이 AM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한화엔진의 경우 간접적인 숫자와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와이스트릿 주관 한화엔진 컨퍼런스 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노다지 IR노트 (https://contents.premium.naver.com/ystreet/irnote/contents/250310100202480fi)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는 2027년 AM 매출은 2024년 매출 대비 2배, 2028년 매출은 올해(2025년) 대비 2.5배 성장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약 1,400억 원 매출을 실현하고 있는 사업부가 앞으로 4년 안에 약 4,000억 원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어떤 근거로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그저 단순한 자신감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들이 영위하는 사업 환경이 매우 구체적이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해당 업계 관계자로써 이들의 자신감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기록하고자 한다.
1. 최소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당시 내가 근무하는 선사는 대체로 노후선들이 많았다. 값비싼(?) 신조선들은 당시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선사들의 전유물(?)이었고, 내가 속한 '좋소기업'에 해당되는 대다수 선사들의 경우 일본 선사들이 굴린 15년 된 선박을 중고선으로 도입, 30년까지 굴리는 시스템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한진해운은 파산했으며, 현대상선은 국가의 선택을 받아 공적자금 수혈에 성공, 현재의 HMM으로 탈바꿈하였다)
2. 당시 나는 약 6년 간의 승선 생활을 끝내고, 우연찮은 기회에 앞서 말한 '좋소기업'에 취업했다. 듣기로는 내 전임자들이 많았으나, 다들 6개월 안에 그만두는 사태가 지속됐다. 결국 회사는 눈을 낮출 수 밖에 없었으며, 내세울거라곤 승선경력이 전부인 나를 지목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 입장에선 늘어나는 선대에 맞춰 사람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어차피 기간제법에 의거하여 2년간 써먹고 버리면 그만이었기에 크게 부담될 상황은 아니었다. 나도 더 이상 배는 타기 싫었기에 2년간 도피성 취업으로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실현했다.
3. 당시 회사는 약 30여척의 선박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 중 약 5척은 자사 소유의 선박이었고, 나머지는 별도 선주들이 존재하는 '남의 배'였다. 남의 배를 직접 관리하고 운항하는 것을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불린다. 당사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에, 자사 선대를 늘리는 방향보다는 남의 배를 관리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먹는 매니지먼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었다.
4. 일반적으로 국내 선박들의 수명은 30년으로 설정한다. 정확히 선령 30년차에 폐선 절차를 진행하며, 해당 선박을 '고철(scrap)' 형태로 매각한다. 간혹 스터디 모임에서 30년 이상 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종종 받는다. 즉, 선박 상태만 괜찮다면 40년, 50년 굴려도 되지 않냐는 물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그 이유에 대해 크게 네 가지로 규정하고 싶다.
1) 비용
모든 상선은 2.5년, 5년 마다 각각 중간 및 정기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2.5년 마다 조선소로 이동해 'Dry Dock'를 실시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건조 후, 첫 번째 중간검사는 수중검사로 대체 가능) 이 시기에 각 선급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해야 운항을 지속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선령 30년이 되면 정기검사 간격이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고, 검사 난이도가 대폭 올라간다는 점이다. 또한 엔진 노후화로 인해 Overhauled 비용이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기에 선사들의 Operating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2) 보험
선박을 운항함에 있어 보험 가입은 필수다. 선박 보험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나, 어떠한 이유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선박을 이용하는 화주들도 탄탄한(?) 보험 가입이 되어 있는 선박을 선호한다. 본인들의 물건이 이동기간 중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확실히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선령 30년이 되면 보험 가입이 매우 까다로워진다. 단순 보험비 상승을 넘어, 각 규정들을 대폭 수정해 책임 소재 상당 부분을 선사에게 떠넘긴다. 사실상 가입하지 말란 이야기다.
3) PSC
모든 항구에는 PSC라는 조직이 존재한다. PSC는 Port State Control의 약자로 자국 항구에 입항한 타국 선박을 불시에 검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불시에 음주운전 검사를 하는 경찰관으로 비유할 수 있다. 앞서 막강한 권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들이 출항을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SOLAS(선박 안전 기준), MARPOL(해양오염 규제), ISPS Code(선박보안), ISM(안전관리 시스템), MLC(선원 근로조건) 등의 사안을 직접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기준에 미달하면 이에 맞는 벌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 최대한 피해야 하는 조직이다. 여기서 문제는 선령이 증가할수록 이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오래 머문다는 점이다. 특히 20년차 이상부터는 나름 집중(?)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며, 30년차부터는 이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게된다. 단순 선령을 떠나 PSC로부터 벌금 이상을 선고받으면 선박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기에, 선사 입장에서 매우 골치아픈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국내 대부분의 선사들은 비공식적으로 각 선박마다 'PSC 통과율' 수치를 별도로 관리한다.(당시 개발도상국 국가들의 PSC 검사관들은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4) 감가상각
일반적으로 국내 선박들은 약 25~30년에 걸쳐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사실상 부채 형태의 계약이 끝나는 지점으로, 이는 회계적으로 자산 가치가 제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일본 선사들의 경우 선박 신조 시, 국내와 달리 리스 형태로 진행한다. 이들의 리스 감가상각은 약 15년간 진행되며, 해당 기간이 도래하면 감가상각이 끝나 자산 가치 제로가 된다. 자산 가치가 '0'이 된다는 것은 자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각 선사들은 선박들의 자산가치가 떨어질수록 이에 맞는 행동을 취한다.(감가상가비는 현금유출을 수반하지 않으나,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법인세 등을 감소시키므로 현금흐름 추정에 반영된다)
5. 위와 같은 이유로 선령 30년 -> 폐선 수순은 하나의 공식으로 볼 수 있다. 당사가 관리하는 선박 대부분은 노후선들이기에 개인적으로 30년차에 접어든 선박들을 꽤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선박 해체 작업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진행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대부분 중국에서 진행됐다. 실제 중국 업체들도 좋은 가격을 제시했고, 무엇보다 폐선에 필요한 각종 까다로운 서류절차도 로컬에서 직접 해결했기에 우리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였다.
6. 이 지점에서 특이한 점 하나가 있었다. 당사 보유 선박들이 폐선할 때는 1) 선원들이 폐선 지점까지 선박을 인도, 2) 에스크로 계좌 입금 확인만 되면 모든 절차가 끝났다. 하지만 우리 고객인 선주사 선박을 폐선할 때는 사무실 직원이 직접 중국 조산으로 이동, 주요 절차들이 진행될 때마다 사진 등의 근거들의 취합해, 실시간으로 선주 측에게 보고해야하는 매우 귀찮은 절차를 진행하여야 했다.
7. 모든 실무진들이 해당 절차를 진행하기 꺼려했다. 이유는 선박 1척에 이해관계자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선박 특성상 매우 큰 금액이 동반되기에 이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들 모두에게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동시에 수많은 질문들에 일일이 답장해야하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8. 문제는 해당 절차를 배를 직접 탄 경험이 있는 운항팀과 내가 속한 공무팀에서 진행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일반직으로 분류되는 경영기획팀과 영업팀은 해당 업무에서 배제됐고, 우리 공무팀 부장 'J'는 이를 매우 못마땅해했다. J는 해당 업무가 선박 경험과 전혀 무관하기에 순번대로 진행하자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주장은 번번히 무시당했다.
9. 오너 입장에서 운항 및 공무팀은 회사의 자금을 사용하는 조직이고, 경영 및 영업팀은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조직이라는 것을 J는 간과하고 있었다.
10. 시간이 지나 핸디 사이즈 벌크선 1척이 선령 30년에 도달했고, 기존에 거래하던 중국 업체로부터 LOI를 수령받았다. 매우 좋은 가격이었고, 선주들도 동의했다. 해당 선박의 Final location은 중국 조산으로 확정됐다. 이제 앞서 말한 귀찮은 절차들을 밟아야 했고, 다들 눈치게임 1라운드에 진입하고 있었다.
11. 눈치게임 2라운드가 시작될 무렵, 나의 사수인 과장 'S'는 자신이 가겠다고 지원했다. 참고로 그는 지난번 폐선절차를 진행했기에, 이번 일까지 하면 두 번 연속 하는 것이었다. J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그를 치켜세웠고, 모든 부서 실무진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12. 다만 S는 혼자가 아닌 나를 데려가길 원했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OJT였고, 이번에 잘 배워두면 언젠간 돌아올 순번에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J 입장에서 나는 2년차에 내쫓을 사람이었고, 일찍이 활용할 수 없는 자원으로 분류했기에 이를 못마땅해했다. 다만 이러한 전후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고, 이러한 점을 간파한 S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내세워 나를 끌고가는데 성공했다.
13. 중국으로 떠나는 당일, 일찍이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예상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S를 한참 기다릴 줄 알았으나, 예상 외로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당연히 S가 혼자 나올 줄 알았으나,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나에게 소개했다. S가 왜 그토록 나를 끌고가려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14. 지금 생각해보면 S의 MBTI는 'ENFP'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언제나 쾌할했고, 성격자체가 굉장히 나이스했다. 무엇보다 업무능력이 매우 탁월했기에 내부에서 강한 신뢰를 받고 있었다.
15. 당시 중국 조산은 우리나라 제주도와 같은 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해공항에서 푸동공항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었고, 푸동에서 통선을 이용해 최종 목적지 조산까지 약 4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16. 총 ...

전직 해기사 출신으로서 반가워요^^ 긴글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