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를 가진 한 문학 평론가의 글





(신형철 :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부교수겸 문학 평론가)

아침저녁으로 읽어야 할 것이 있을까?
브레히트가 작성한 시를 보면 사랑이 떠오른다. 얼마나 사랑하길래 사랑하는 애인의 "당신이 필요해요" 라는 서신에 연약하디 연약한 내리는 비에 맞아죽지 않으려고 두려워할까, 또 이것을 아침 저녁으로 읽으면서 상기하다니 사랑은 정말 대단한듯 하다.
하지만 이 시가 쓰여진 맥락을 알고 나면 달리 보이는 대목도 있을 것이다. 꽤나 섬뜩한 이야기다.
이 시는 사실 시로서 정식 출판된 작품은 아니다, 편지에 적힌 글이 훗날 시로 수습된 경우인데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브레히트, 받은 사람은 베를라우다.
이 둘은 연인 관계로, 베를라우는 "브레히트의 작품의 공동 집필자이자 연인"이다.
아니, 정확히는 브레히트라는 "이기적인 남성 문인에게 재능을 착취당한 여자"이다.
브레히트는 베를라우를 자주 보고 싶어 했고,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뭐라고 썼을까.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였다
그가 보낸 편지들로 미루어볼 때 그가 나를 필요(brauchen)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내가 보낸 편지에서 그대는
내가 필요하다고 말했죠.>
브레히트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다. 그가 편지에서 주로 사용했던 말은 그녀가 "필요하다(brauchen)"였다.
사랑하는 연인인 브레히트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건냈을때 너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은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베를라우가 쓴 것으로 알려진 다른 짧은 시 한 편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당신에게는 한 가지도 없었지만 내겐 한가지 있었지 그건 내가 사랑했다는 것 (1951.1.28)
짧은 구절에 이미 둘은 애인이지만 마치 짝사랑을 하는 듯한 베를라우의 애타는 감정이 잘 들어나 있는데, 더욱 슬퍼지는 것은 이 시의 제목은 '약점'이다.
이것을 보고 신형철 교수님은 베를라우는 끝내 브레히트와 형식상 애인 관계일 수 있을지언정 진정으로 그를 가지진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상호 의존적인 약점이 있을 때 사랑은 성립된다.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과 상대가 필요한 사람은 대등하게 약하지 않다. 전자는 내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지만 후자는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이제 시를 다시 읽어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이 시의 저자는 브레히트다. 자신의 애인인 베를라우를 필요하다고만 집요하게 이야기했던 남자다.
말하자면 이 시에서 '나'는 브레히트가 아니라, 베를라우다. 다시 이야기하면 브레히트가 베를라우의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당신'은 ...

나를 사랑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동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가 38개월인데 힘든 상황에서 깨달음을 주는 너무 멋진 글이네요. 제가 저를 사랑해야 함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갑니다. 좋은 한주 보내시길..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