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중인데 감사합니다! 에필로그에서 다시 링크해서... 부디 제 시리즈가 무니기린님 글 이해하는데 도움 됐으면 하네요! 얼른 연재해서 레이저 설명드려야지!

무니기린
2026.01.14
'과학'과 '미용 의학'의 접점, LASER (1)
안녕하세요. 무니기린입니다. 오늘은 재미있을 수도..있는 '레이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과학'같은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좀 재미있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의사들은 기계에 대한 자세한 과학이나 공학 원리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적당히 제조사에서 쥐어주는 카달로그 내용 정도만 숙지하고 임상에서 부딪히면서 노하우를 쌓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얕게나마 관련 원리나 이론을 살펴보면 좀 더 치료되는 과정이 이해되기도 하고, 일단 (저는) 재미있더라구요. 오늘은 의학에서 사용되는 레이저의 바탕이 되는 원리들을 좀 살펴보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여러 편이 될 것 같습니다.)
<루트로닉사의 클라리티2. 제모레이저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미용레이저 기계는 흔히 이렇게 생겼습니다.>
1. 레이저(LASER)의 정의와 물리적 특성
레이저(LASER)는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라는 영어 약자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광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을 가집니다. 이름 안에 그 생성원리가 그대로 들어 있는데 유도 방출에 의해서 생성되어 단일파장의 빛이 증폭된(=높은 에너지 밀도가 가능)레이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유도 방출도 설명드리면 좋은데 공학적으로 깊게 들어가니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의료용 레이저가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특성에 기인합니다.
단색성(Monochromaticity)입니다. 여러 파장이 섞인 백색광(태양광, 형광등)과 달리, 레이저는 단일한 파장을 가집니다. 이는 특정 피부 조직(타겟)에 주로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직진성(Collimation)입니다. 빛이 퍼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므로, 높은 에너지를 손실 없이 환부까지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간섭성(Coherence)입니다. 빛의 위상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일치하여 강력한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2. 파장(Wavelength)과 발색단(Chromophore)의 상호작용
레이저 치료의 핵심은 피부 내에 존재하는 특정 발색단(Chromophore)이 특정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피부의 주요 발색단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멜라닌(Melanin): 기미, 잡티 등 색소 병변의 주요 타겟입니다. 주로 짧은 파장 대역에서 높은 흡수율을 보입니다.
헤모글로빈(Hemoglobin): 혈관 병변, 안면홍조 치료의 타겟입니다. 산화 헤모글로빈과 환원 헤모글로빈의 흡광 특성에 맞는 파장을 사용합니다.
수분(Water): 피부 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프락셔널 레이저 혹은 조직을 기화시키거나 응고시키고 제거하는 경우(ablative)에 타겟이 됩니다. (흡수율을 조정해 non-ablative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파장에 따라서 흡수가 상대적으로 잘되는 발색단이 존재합니다. 출처:데일리벳 '레이저의 종류와 적용'>
<파장별 피부 침투 깊이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파장이 길어질 수록 깊이 침투가 되지만, 발색단이 물이 되는 지점부터는 오히려 표피부터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얕아지게 됩니다.
출처:https://blog.naver.com/leenkei/90114572089>
... 슬슬 복잡해지긴 합니다. 위와 같은 흡광 계수(Absorption Coefficient) 그래프와 파장의 침투 깊이를 분석하여, 치료하고자 하는 병변(타겟)에는 흡수가 잘 되면서 정상 조직(표피 등)의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파장을 선택하게 됩니다. 사실 어려울 건 별로 없는게, 쓰이는 레이저 종류가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1064nm 파장은 여기저기 다 잘먹습니다. 1064를 반 뚝 자른 532nm는 멜라닌에 아주 잘 먹습니다. 혈관레이저의 대명사인 585, 595nm는 헤모글로빈에 잘먹는 편입니다. 755nm은 멜라닌에 좀 더 선택적이면서 532에 비해 파장이 깁니다.(그래서 제모에 효과적입니다!) 이런 특성들을 통해 각자 가장 잘하는 치료파트가 생기게 됩니다. 그 외에 물에 잘먹는 친구들인 Er:YAG는 박피에, CO2도 조직을 날릴 때 좋은 선택이 됩니다.
3. 선택적 광열분해 (Selective Photothermolysis)
레이저의 의학적 사용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오가던 시절, 기념비적인 논문이 등장합니다. 1983년 하버드 의대 피부과 록스 앤더슨(R. Rox Anderson)과 존 패리시(John A. Parrish) 박사가 <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한 ‘선택적 광열분해(Selective Photothermolysis)’ 이론입니다.
<하버드가 역시 좋습니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5천번 이상 인용되었다고 합니다. 대단쓰..>
이 이론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할 때, 주변 정상 조직의 열 손상 없이 타겟 조직만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장의 선택: 타겟 발색단에 선택적으로 잘 흡수되는 파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펄스 폭(Pulse Duration)의 조절: 레이저 조사 시간(Pulse Duration)이 타겟 조직의 ‘열완화시간(TRT, Thermal Relaxation Time)’보다 짧아야 합니다.
열완화시간(TRT)이란 레이저 에너지를 흡수한 조직의 온도가 최고 온도에서 50%로 냉각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레이저를 TRT보다 길게 조사하면 열이 주변 정상 조직으로 전도되어 화상이나 색소 침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타겟의 열이 식기 전에 짧고 강력하게 에너지를 전달하여 파괴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이게 저는 아직도 어려운데.. 쉽게 생각해보면, 커피 한잔의 물은 금방 끓지만 욕조 크기의 물은 덥히려면 한참 걸리니 거꾸로 식는데도 작은 것은 금방 식고 큰 것은 천천히 시간이 오래 걸려 식는다고 이해할 수 있고, 뭔가 타겟마다 TRT가 다를 수 있다(특히 크기에 어느정도 비례하면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 의문이 남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그 '식는 시간'보다 짧게 쏴야하는 거야?
상황 A (조사시간 > TRT): 레이저를 쏘고 있는데, 그 시간 동안 이미 타겟(예: 색소)이 식기 시작합니다. 식는다는 건 열이 주변 정상 조직으로 흘러나간다는 뜻이죠. 결과적으로 타겟은 충분히 뜨거워지지 않고, 대신 주변 피부가 데워져서 화상을 입게 됩니다. (비효율적 + 위험)
상황 B (조사시간 < TRT): 타겟이 열을 주변으로 내뿜기 전에(식기 전에) 레이저 에너지를 다 쏟아붓습니다. 열이 타겟 안에 '고립(Confinement)'됩니다. 타겟만 순식간에 온도가 치솟아 파괴되고, 주변 조직은 열이 전달될 틈이 없어 안전합니다.
<작은건 TRT도 짧고, 큰건 TRT도 깁니다. 물론 물질 자체의 특성도 영향을 줍니다. 출처 : Thermal relaxation times of important laser targets. Inja Bogdan Allemann, Joely Kaufman>
결론적으로 조사시간을 TRT보다 짧게 잡는 이유는 열이 주변으로 번지기 전에 타겟을 박살 내기 위함입니다. 물론 그 시간 안에 그 조직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충분한 에너지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임상에서는 '플루언스'라는 단위로 조절합니다. 즉, 조절하는 파라미터는 레이저의 파장(몇nm), 조사시간(피코초부터 밀리초까지 다양, 후술), 그리고 세기(단위 면적당 J)와 스팟 크기(몇mm)가 됩니다.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이 나온지 30여년이 지나면서 더 좋은 기계와 후속 연구 및 임상 결과들이 많이 도출되어 추가적인 개념과 이론이 더 등장했습니다. (확장된 선택적 광열분해, LIOB, 광음향효과 등을 후술하겠습니다.)그러나 이 이론이 레이저 치료의 가장 핵심이 되는 밑바탕인 점은 현재에도 유효합니다.
4. 펄스 폭의 진화: 롱펄스에서 피코초 레이저까지
그리하여 펄스 폭(Pulse Duration, 레이저가 나가는 조사시간)을 얼마나 미세하게 타겟에 따라 조절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중에서는 이 조사시간에 따라 크게 3종류로 레이저 기계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제미니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롱펄스(Long Pulse) 레이저 : 밀리초(ms) 단위
열완화시간이 비교적 긴 타겟을 치료할 때 사용합니다. 큼직큼직한 친구들입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열을 가하여 제모(모낭 파괴), 혈관 응고, 혹은 진피층의 콜라겐 재생(리프팅)을 유도하는 광열 효과(Photothermal Effect)를 주된 기전으로 합니다.
큐스위치(Q-switched) 나노초(ns) 레이저 : 10억 분의 1초 단위
전통적인 토닝 레이저입니다. 가장 널리 쓰입니다. 멜라닌 소체의 열완화시간을 고려하여 짧은 시간 동안 고출력을 조사합니다. 광열 효과와 함께 물리적 충격을 주어 색소를 파괴합니다. 적당한 광열효과도 있으면서 광기계효과(Photomechanical Effect)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기계 효과..?)
피코초(Picosecond) 레이저 : 1조 분의 1초 단위
나노초 레이저보다 1,000배 더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조사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열이 발생하기 전에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하는 광음향 효과(Photoacoustic Effect)가 극대화됩니다. 이로 인해 주변 조직에 열 손상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색소 입자를 바위가 아닌 모래알 수준으로 미세하게 분쇄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식세포(Macrophage)에 의한 색소 탐식 작용이 용이해져 치료 속도가 빠르고 부작용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광음향 효과..?)
산넘어 산이라더니, 이번에는 기계와 음향이 등장했습니다. 이건 또 뭘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