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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um
2026.01.24
[2026 공동집필] 내가 돈을 잃고 배운 것들 - 퇴사하고 전업 투자자가 된 사람의 5년 기록
Neuron's Insights 2026 공동집필에 제출할 자료를 작성해봤습니다.
제가 참여할 주제는 "실전 투자 사례"이고 5년간의 투자를 하면서 경험한 기록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마인드셋: 시장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투자자의 마인드, 리스크 관리와 태도,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개인의 루틴 등 마인드셋과 관련된 챕터입니다.
투자 철학: 자신만의 고유한 투자관을 제시하는 챕터입니다.
투자 방법론: 거시경제/산업/기업/포트폴리오 관리/퀀트/옵션 등 분야를 막론하고 투자를 위한 프레임워크 성격의 챕터
실전 투자 사례: 자신만의 독특한 실제 투자 사례를 소개하는 챕터입니다.
거시경제: 2026년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챕터로, 거시경제 분석에 이어 투자 아이디어/종목 Screening까지 전개해도 좋습니다만 그 이전에 마무리해도 무방합니다.
산업분석: 2026년에 주목하는 섹터/산업을 소개하는 챕터입니다.
기업분석: 2026년 주목할 만한 기업들의 재무 분석 및 가치 평가를 진행할 챕터입니다.
10페이지가 넘어가서 🥲 원본은 여기 두고 수정해서 제출하려고 합니다.
제목: 내가 돈을 잃고 배운 것들
부제: 퇴사하고 전업 투자자가 된 사람의 5년 기록
1. 프롤로그
2026년 1월 1일,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전업 투자자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보안 책임자(CISO)로 일하면서 저는 조직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외부의 위협을 분석하고, 취약점을 파악하고, 문제가 터지기 전에 대응 체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고민하는 직업이었습니다. 이 경험이 나중에 투자에서 손실을 관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상한 연결고리들이 있었습니다. 2020년에 백테스팅에 매달리던 시절, 2021년에 코인 봇을 만들며 시스템을 설계하던 시간, 피부과에서 맞은 시술이 투자 아이디어가 된 순간까지. 당시에는 각각 별개의 일이었는데, 지금 보니 모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글은 5년간의 투자 기록입니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했던 시절, 시스템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거라 믿었던 시절, 그리고 체계적인 분석을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첫 의미 있는 수익을 낸 시절까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고, 그 실패들이 지금의 투자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Valley AI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의 중요성입니다. 왜 이 종목을 사는지, 언제 팔 것인지, 얼마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지. 이 질문들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나침반 없이 바다에 나가지 않듯, 근거 없이 시장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2. 2020년: 유사 퀀트의 시작
Valley AI를 알기 전, 저의 투자 방식은 단순했습니다. 재무 지표를 조합해서 종목을 걸러내고, 그중에서 적당히 골라 매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했던 것은 p-hacking입니다. PER이 낮고, ROE가 높고, 부채비율이 낮은 종목을 필터링하면 "좋은 종목"이 나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스크리너에서 조건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백테스팅을 돌렸습니다.
백테스팅 수익률이 높으면 그게 정답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건 어렵고, 숫자 조합은 쉬웠습니다. 적은 노력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냥 숫자 조합이 좋으면 사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이 왜 움직이는지,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면 투자가 아니라 잘못된 숫자 게임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2020년은 코스피가 1,400대에서 2,800대까지 두 배 가까이 오른 해였습니다. 코로나 폭락 이후 유동성이 넘쳐났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베타가 높은 종목을 들고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었던 시장이었습니다.
제가 고른 종목들은 대부분 변동성이 큰 종목들이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베타가 높은 수익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걸 제 분석력 덕분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만약 그때 하락장이 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리스크 관리 개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높은 베타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을 겁니다. 손절 기준도 없었고, 포지션 사이징도 몰랐고, 왜 이 종목을 사는지 남에게 설명할 수도 없었습니다. "백테스팅 결과가 좋았으니까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운이 좋았을 뿐인데, 그걸 깨닫기까지 몇 년이 더 걸렸습니다. 오히려 이 성공 경험이 독이 되었습니다. "이 방법이 통하는구나"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는 더 큰 꿈을 꾸게 됩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꿈이었습니다.
3. 2021~2022년: 시스템의 환상
2020년의 성공(이라고 착각한 것) 이후, 저는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보안 업무를 하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많이 다뤘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은 스크립트로 처리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알림이 오게 만드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 경험이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규칙만 잘 정하면 감정 없이 매매하는 봇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코인 봇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24시간 돌아가는 시장이니 봇이 일하기에 적합했고, 변동성이 크니 수익 기회도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주말에도 시장이 열려 있으니 직장인인 저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백테스팅에 몰두했습니다. 이동평균선 크로스, RSI 과매수/과매도, 볼린저 밴드 이탈 등 온갖 기술적 지표를 조합해봤습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수익률이 좋게 나오는 전략을 찾으면 그걸 봇에 심었습니다. 2020년에 했던 p-hacking의 연장선이었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감정과의 싸움
처음에는 시스템을 믿지 못했습니다.
봇에 -4%에서 자동 손절하는 규칙을 넣어뒀습니다. 그런데 막상 손절 주문이 나가려고 하니 두려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반등하지 않을까." 결국 봇을 끄고 지켜봤습니다.
반등은 오지 않았고, 손실은 -8%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시스템을 믿지 못해서 더 큰 손실을 본 것입니다.
이 경험 이후 마음을 바꿨습니다. 감정을 배제하자. 봇이 하는 대로 두자.
2021년 5월, 암호화폐 시장에 큰 폭락이 왔습니다. 소위 '부처빔'이라 불리는 하락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봇이 설정된 규칙대로 손절하고, 저는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피해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손실이 나더라도 봇을 꾸준히 돌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수익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원칙을 지키면 수익이 나는구나."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착각이었습니다. 수익이 난 건 제 전략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크립토 시장에 다시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2020년 국장에서 돈을 번 것과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대세 상승장에서는 뭘 해도 돈이 벌립니다.
시장이 바뀌면 전략도 무용지물
어느 순간부터 코인 시장이 나스닥과 상관관계가 심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독자적으로 움직이던 시장이 미국 증시와 연동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존에 잘 작동하던 전략들이 하나둘 무너졌습니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내던 전략이 횡보장에서는 계속 손절만 당했습니다. 2021년 말에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시장 국면(regime)이 바뀌면 전략도 바꿔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언제 국면이 바뀌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손실이 누적되었습니다. MDD(최대 낙폭)가 쌓여갔습니다. 결국 시스템에 설정해둔 트레일링 스탑에 걸려 모든 전략이 중단되었습니다.
봇을 끄다
2021년 말, 저는 봇을 모두 종료했습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백테스팅을 돌리고, 봇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퇴근 후, 주말마다 그리고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코드를 짰습니다.
그런데 결국 종료해야 한다니. 내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고, 지난 시간이 모두 쓸모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은 제가 선택한 자산군이 대세 상승을 하는 바람에 수익을 냈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2022년에는 그 운이 다했고, 실력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그 접근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과연 지속 가능한 전략은 뭘까? 지난 몇 년간 운이 좋아서 돈은 벌었지만, 앞으로는 돈을 벌 자신이 없었습니다.
2023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쌓아온 것들을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다시 채워 넣자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던 방법론 중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고, 제대로 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방향이 맞는 건지, 이 방법론이 실제로 작동하는 건지. 책을 읽어도, 유튜브를 봐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Valley AI라는 곳을 찾게 됩니다.
4. 2024년 국장 투자: 근거 있는 투자의 시작
Valley AI의 교육과정을 수강하면서 저는 투자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왜 이 종목을 사는가, 왜 지금 사는가, 왜 이 가격이 적정한가.
2024년 말, 저는 오랜만에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교육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실전에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2020년의 저와 지금의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1단계: 시장 센티먼트 체크
먼저 시장의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국장에 대한 조롱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장은 답이 없다"는 말이 커뮤니티마다 넘쳐났습니다.
투기의 민족이라 불리던 한국 개인투자자들조차 국장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너도나도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분위기였습니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규모는 이전 5년 평균보다 60% 증가한 9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국민연금조차 해외 자산 비중을 50%에서 60%로 늘릴 계획이었습니다.
역발상 관점에서 이것은 오히려 긍정적 신호였습니다. 모두가 팔고 떠난다는 것은 가격이 이미 많이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적정 가치 이하로 내려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2단계: 차트 체크
2022년부터의 코스피 차트를 살펴봤습니다. 2,222~2,400 구간이 과거에 여러 번 지지선 역할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분할 매수하기에 나쁘지 않은 구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단계: 펀더멘털 체크
Valley AI의 "Index DCF" 기능을 활용해서 코스피 지수 자체의 적정 가치를 평가해봤습니다.
당시 분석 결과, 코스피는 적정 가치 대비 약 11.7% 저평가되어 있었습니다. 적정 가치는 약 2,832로 산출되었습니다.
물론 이 숫자 자체가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입력값의 민감도에 따라 지수가 어느 영역에 있을 확률이 높은지 판단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4단계: 종목 선정
시장에 대한 분석이 끝난 후, 개별 종목을 선정하는 과정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과정이 전체에서 가장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먼저 Valley AI의 스크리너를 이용해서 퀄리티 필터를 적용했습니다. 코스피/코스닥 전체 종목 중에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들만 걸러냈습니다. 67개 종목이 남았습니다.
퀄리티 필터를 사용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동안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회복될 때 수혜를 받지 못하고 밸류 트랩에 갇히는 것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2020년의 저였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필터링해서 30개쯤 고르고 바로 매수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습니다. 가치평가를 배웠으니, 간단히라도 각 기업을 평가해봐야 했습니다.
67개 종목에 대해 정성적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솔직히 정말 힘들었습니다.
각 종목마다 다음 항목들을 살펴봤습니다.
기업 경쟁력 및 주력 제품의 수급 상황
최근 주가 하락 요인
밸류에이션 수준
국가별 수출 비중
최근 실적
리스크 요인
하지만 할 만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新가치투자 기본편 수업을 완강했고, 기업분석 평가 대회에 3개의 기업 분석 글을 출품하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었습니다. Starbucks, 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 Chipotle에 대한 분석을 직접 작성해보면서 기업을 보는 눈이 생긴 것입니다.
종목 선정 결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두 가지 전략으로 종목을 나눴습니다.
퀄리티 전략 (70%): 경제적 해자가 있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으며, 가격이 적당한 기업
피부미용기기: 클래시스, 파마리서치, 비올, 원텍
헬스케어: 티앤엘, 휴젤
반도체 장비: 파크시스템스, 리노공업
금융: KB금융, 신한지주
기술: SOOP
밸류 전략 (30%): 퀄리티는 좋으나 전방 산업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기업, 차입 비율이 낮아 오래 버틸 수 있는 기업
반도체 장비: 지앤비에스 에코
엔터테인먼트: JYP
헬스케어: 인바디, 덴티움, 네오팜, 바이오플러스, 휴메딕스, 제이투케이바이오, 아이패밀리에스씨
게임: 엠게임
기술: 트루엔
피부미용기기 섹터에 많은 비중을 둔 것은 개인적인 도메인 지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피부과에서 다양한 시술을 직접 받아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힐러는 정말 아픈 시술입니다. 생살에 바늘을 넣는 거니까요.
시술 받으면서 "아, 아파! 다시는 안 맞아!"를 연발하지만, 몇 달 후 피부가 좋아진 걸 보면 아픔은 잊고 다시 맞으러 가게 됩니다. 이런 무한 루프를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11월 22일, 분석을 마치고 국내 주식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일에 "국장 투자 후기"라는 글을 Valley AI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계엄: 위기를 기회로
12월 3일 밤, 푸시 알림을 보고 놀랐습니다. 계엄령이었습니다.
급하게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저조차도 이 계엄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주변 지인들 누구도 계엄에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계엄을 오래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 방향으로 과하게 쏠린 자산 가격은 되돌림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한국 ETF인 EWY는 -6.5%까지 빠졌고, 코스피 야간 선물은 -4.9%를 기록했습니다.
다음 날 시장이 열렸습니다. 코스피는 2,500에서 2,397까지 터치한 후 반등했습니다. 코스닥은 690에서 644까지 빠졌습니다. 12월 5일에는 코스닥이 장중 -4% 가까이 하락했으나, 정부와 한은의 151조 3,400억 원 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하락분을 상당 부분 되돌렸습니다.
저는 이것을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여러 가지 렌즈로 살펴본 한국의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분석 글을 작성했습니다. 대내 정치, 대외 정치, 경제 정책, 기축 통화, 성장과 물가, 자산 시장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제 결론은 이랬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할인율은 높아지고, 불확실성은 영원하지 않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하락은 펀더멘털 훼손과 다릅니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바뀐 것이 아닙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정치 상황을 잘 모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자금을 빼겠지만, 몇 번 탄핵을 경험한 국민 입장에서는 이 또한 해결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Index DCF 민감도 분석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성장률 2%, 장기 무위험수익률 4.07% 가정 시: 적정가치 2,832 → 16% 업사이드
성장률 1.5%(비관적 가정), 금리 0.5% 인하 가정 시: 적정가치 3,022 → 24% 업사이드
저평가 구간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12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Quality Strategy에 편입했던 11개 종목 중 하락폭이 큰 4개 회사를 추가 매수했습니다.
2025년 4월 28일, 전 종목을 매도하고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전체 수익률 21%, 퀄리티 전략은 23.39%, 밸류 전략은 14.38%였습니다. 모두가 "저주받은 국장"이라고 했지만, 근거를 가지고 접근한 결과 의미 있는 수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5년 4월 2일 미국의 "해방의 날" 관세 이벤트 때도 같은 논리를 적용했습니다. 불확실성의 종류는 달랐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할인율이 높아지고, 이후에는 펀더멘털이 영향을 미친다"는 원칙은 동일했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에도 미국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영원한 불확실성은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쯤이면 앞선 위기 국면들처럼 가격에 선반영되어 버려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남들이 공포에 빠져 있을 때 매수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2025년: 성공과 실패
2024년 말 시작한 국장 투자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진행한 미장 투자에서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준으로 투자했는데 왜 결과가 달랐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성공: 파마리서치와 클래시스
국장 투자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파마리서치는 확신을 갖고 투자한 종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직접 시술을 받아본 도메인 지식이 있었고, 재무 분석 결과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당시 파마리서치를 분석하면서 봤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수급 분석 외국인과 개인이 매도하고 기관이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개인이 매도하고 있다는 것은 역발상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신호였습니다.
밸류에이션 동종업계 PER을 비교해봤습니다. 파마리서치의 당시 PER은 24.5배였고, 클래시스는 33배 정도였습니다. 클래시스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었지만, 파마리서치도 성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장성 리쥬란은 3분기 매출 4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전 분기 대비 18% 증가하며 총 매출의 57%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치료와의 호환성 덕분에 클리닉에서 채택이 확대되고 있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에서 수요가 견조했습니다. 대만, UAE, 북유럽 일부에서 신규 승인도 받았습니다.
리스크 요인 국가별 수출 비중에서 중국이 46%로 높아서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출 다변화가 진행 중이었고, 2024년 4분기에는 사상 최초로 중국 외 지역 수출 비중이 4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남미 3개국과 대만에 신규 진출 예정이었습니다.
핵심 제품인 콘쥬란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축소 우려가 있었지만, 콘쥬란은 매출 비중이 적어서 기업 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자 결정 다운사이드보다 업사이드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접 분석해서 확신이 있었던 종목이라 다른 종목들보다 더 많은 비중을 실었습니다. 계엄 이후 추가 매수 기회에서도 파마리서치를 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성공이었습니다.
실패: 퀄리티의 함정
같은 시기에 미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퀄리티"라는 기준으로 국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미장에서도 비슷한 접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퀄리티는 좋지만 비싼 기업"의 위험성을 실감했습니다. 실적이 좋을 때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지만, 성장 둔화의 조짐이 보이는 순간 주가는 급락하고 회복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됩니다.
ADBE (Adobe) AI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퀄리티 기업이라는 생각에 버텼지만 손실이 커졌습니다.
DECK (Deckers) 경영진이 직접 성장 둔화를 언급했습니다. 성장주에서 성장이 멈추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불가피합니다.
LULU (Lululemon) 솔직히 고백하자면, 마음속으로는 "매수하면 안 되는 기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마 이 정도에서 더 떨어지겠어?"라는 생각에 매수했습니다. 결과는 끝없는 하락이었습니다. 스스로의 판단을 무시하고 감정에 휘둘린 전형적인 실수였습니다.
CMG (Chipotle Mexican Grill) 10년 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온 기업입니다. 퀄리티 전략에 포함시켰고, 투자 시간 지평도 길게 잡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회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비 양극화로 소비 매출이 줄어드는 매크로 상황은 피해가기 어려웠습니다. 반등의 시기 역시 쉽게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손절했습니다.
매크로가 알려준 것: 파월 의장 연설 이후의 리밸런싱
10월 29일 파월 의장 연설 이후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S&P 500 지수가 소폭 조정을 받는 동안 자금은 테크 주식 위주로 몰렸습니다.
저는 이 흐름을 관찰하면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Value 전략에서 손실 중인 소비재 종목들을 전액 손절하고, 테크 주에 자금을 리밸런싱했습니다. CMG도 이때 정리했습니다.
"썩은 꽃은 꺾어주고, 활짝 피는 꽃에 물을 주자."
이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손실을 확정하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모멘텀이 없는 종목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은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매도 규칙의 부재: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제가 기업분석 평가 대회에 처음 출품했던 기업입니다. 2024년 4월에 분석 글을 올렸고, 그때 배운 것들이 이후 투자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종목이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 투자는 한때 30%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익을 대부분 반납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매도 원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치평가 과정을 배울 때 1년간의 목표 수익률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목표 주가를 설정합니다. 저 역시 이 과정을 거쳐서 목표 주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목표 수익률에 가까워지니 더 오래 보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오르지 않을까"라는 욕심이었습니다.
둘째, Trailing Stop 주문을 걸어두지 않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너무 무심하게 대응했습니다.
소비재 주식 하락의 여파를 스타벅스라고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수익은 빠르게 녹아내렸습니다. "시장을 통해 배운다"고 위안을 삼기에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반복된 실수: 이더리움
스타벅스에서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실수를 또 저질렀습니다.
이더리움 투자에서 한때 +20%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매도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5%까지 하락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수익을 손실로 전환한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이익이 났을 때 느슨해지는 습관이 문제였습니다. 수익이 나면 "더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에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하락이 시작되면 "다시 오르겠지"라며 버티다가 결국 수익을 반납합니다.
스타벅스에서 한 번, 이더리움에서 또 한 번.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매수 규칙만큼 매도 규칙도 중요하다는 것을.
자기합리화의 함정: 미국 장기채
매도 타이밍을 놓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비합리적인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미국 장기채를 2024년 12월에 매수했습니다. 2025년 4월, 금리가 3.93%까지 하락했을 때 일부를 익절했습니다. 나머지도 정리하려던 찰나,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매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침체 대비용으로 들고 있자"라는 핑계를 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서 만들어낸 이유였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한 질문이었습니다. "지금 이 가격에 다시 사겠는가?"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그제야 정리할 수 있었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소비자 관점의 부재: 노보 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말에 공부하고 투자한 종목입니다. 당시 발생하던 하락세를 기회로 생각하고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하실에 갇혀 있었습니다. 손실이 지속되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최근에 다이어트를 하려는 직장 동료가 위고비(노보 노디스크)나 마운자로(일라이 릴리)를 맞으려고 하는데 뭘 맞을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노보 노디스크를 공부하면서 이것저것 알게 된 것이 있어서 자료 조사를 도와줬습니다.
결국 저나 그 동료나 마운자로가 더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동료가 마운자로를 맞으면서 살이 빠지는 것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제품보다 경쟁사 제품이 더 좋다고 판단하고 있구나."
이것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었습니다. 재무제표와 밸류에이션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도 고려했어야 합니다.
파마리서치 투자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직접 제품을 경험해보고, 소비자로서 "이 제품은 계속 쓰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보 노디스크에는 그런 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 않아서 놓친 것들
실패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해서 잃은 것과 하지 않아서 놓친 것.
2025년을 돌아보면 놓친 기회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한국에서는 조선, 방산, 원자력 섹터가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 65%, 스페인 55%, 이탈리아 44%를 기록했습니다. 연초에 켄 피셔가 "유럽 주식이 좋을 것"이라고 했을 때 관련 콘텐츠까지 만들어놓고, 정작 투자는 하지 않았습니다.
왜 놓쳤을까요. 저는 과거 재무제표를 너무 중시했습니다. 현재 실적이 좋은 기업, 이미 증명된 기업만 찾았습니다. 하지만 주식이 오르는 이유는 과거 매출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래 매출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새롭게 그려지는 내러티브에 올라타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모든 기회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능력 범위 밖이니까"라는 핑계로 아예 관심을 꺼버린 것은 문제였습니다. 능력 범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넓혀가는 것이니까요.
6. 경험에서 정립한 투자 철학
5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저만의 투자 원칙이 정립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체계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2020년의 p-hacking, 2021년의 코인 봇, 2024~2025년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조금씩 다듬어진 것입니다.
특히, 2025년 매매 기록을 분석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 매매 기록이 보여주는 나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장기 투자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포트폴리오 회전율은 261%였습니다. 이 간극을 인식한 것이 2025년의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매크로 레이어의 발견
2025년 투자를 복기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기업 분석 중심의 투자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퀄리티 좋은 기업을 찾아서, 적정 가치보다 싸게 사는 것이 제 투자의 핵심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매 기록을 살펴보니 다른 그림이 보였습니다.
계엄 때 추가 매수한 것 →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매크로 판단
파월 의장 연설 후 소비재를 손절하고 테크로 리밸런싱한 것 → 연준 정책과 자금 흐름이라는 매크로 판단
12월에 현금 비중을 줄이고 위험자산을 늘린 것 → 금리 인하, QT 종료 가능성이라는 매크로 판단
기업 분석은 "무엇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언제 살 것인가", "언제 팔 것인가"에는 매크로 또한 중요한 의사결정의 레이어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발견 이후로 저는 투자 의사결정에서 매크로 레이어를 명시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의 정책 방향, 유동성 환경, 섹터별 자금 흐름 같은 것들입니다. 기업 분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장의 움직임이 있고, 그것을 무시하면 좋은 기업을 사고도 돈을 잃을 수 있습니다.
3가지 전략의 공존
저는 하나의 전략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Macro Core: 추세를 믿고 따라간다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은 거시적 상승 추세가 명확한 자산에 배분합니다. 미국 지수 ETF, 금 같은 자산들입니다. 개별 주식은 넣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상품도 넣지 않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버티는 것"입니다. 단순히 가격이 하락했다고 손절하지 않습니다. 지수의 복원력을 믿고 버티거나 오히려 추가 매수합니다. 매도하는 경우는 펀더멘털이 훼손되었을 때뿐입니다. 제가 투자한 자산의 장기 상승 논리가 무너졌을 때입니다.
계엄 당시 국장을 손절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매수한 것도 이 원칙 때문이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닙니다. 2025년 4월 "해방의 날" 관세 이벤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미국 지수 ETF를 추가 매수했습니다. 불확실성은 영원하지 않고, 시장은 결국 회복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 (성공 사례)
금은 단기적으로 고평가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불확실성 하락, 안전자산 수요 감소, 수급상 고평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장기 관점에서 생각했습니다. 달러 패권의 점진적 약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추세, 그리고 무엇보다 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은 방어 자산이 필요했습니다. 단기 변동성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손실을 막아줄 역할을 기대하며 조금씩 매수했습니다. 2025년 금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Macro Satellite: 기민하게 움직인다
포트폴리오의 일부는 단기 변동성을 활용하는 데 씁니다. 채권, 환율, 원자재 같은 자산들입니다. Core 전략과 달리 여기서는 칼같은 손절이 필요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기계적으로 매도합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기회비용을 위해 청산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규칙이 매매를 결정합니다.
엔화 (실패 사례)
2024년 말 엔화 강세를 예측하고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보고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정해둔 규칙대로 손절했습니다. Satellite 전략에서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중요합니다. 틀렸을 때 빨리 인정하고 손실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 국채 (실패 사례)
미국 국채에서는 더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롱과 숏 양쪽에서 모두 털렸기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미국 장기채를 매수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2025년 4월, 10년물 금리가 3.93%까지 하락했을 때 부분 익절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나머지 물량을 정리하려던 찰나, 금리가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매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손절해야 했지만, "경기 침체 대비"라는 핑계를 대며 계속 보유했습니다. 전형적인 자기합리화였습니다.
몇 달 후, 이번에는 숏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금리가 다시 오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방 은행 이슈가 터지면서 금리가 스멀스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숏 포지션도 손절했습니다.
롱에서 한 번, 숏에서 한 번. 같은 자산군에서 방향만 바꿔가며 두 번 다 틀렸습니다.
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명확했습니다. "국채 시장 참여자는 대부분 나보다 똑똑하다." 채권 시장은 제 능력 범위 밖이었습니다. 정말 큰 안전마진이 있지 않은 이상, 당분간 채권 매매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Mean Reversion: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판다
포트폴리오의 일부는 평균 회귀 전략에 씁니다. 펀더멘털은 견고하지만 일시적 악재로 과도하게 하락한 우량주를 매수하고, 적정 가치를 회복하면 매도합니다.
국장 투자 (성공 사례)
국장 투자가 이 전략에 해당했습니다. 모두가 "국장은 답이 없다"고 말할 때 매수했고, 반등했을 때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단순히 "많이 떨어졌으니까" 산 것이 아닙니다. 센티먼트가 극도로 부정적인지 확인했고, Index DCF로 저평가 구간임을 검증했고, 차트에서 지지선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졌기에 역발상 매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실패 사례)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같은 논리로 접근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주가 하락은 매수 이유 중 하나였고,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경쟁사 제품 우위와 경영진 이슈를 간과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에 큰 확신이 있어서 종목당 제한 비율 이상으로 매수했습니다. 결과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언더퍼폼하는 종목이 되었습니다. 확신이 있는 종목에 규정 이상의 베팅을 했고,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두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첫째, 평균 회귀 전략은 펀더멘털이 견고할 때만 작동합니다. 둘째, 부실한 기업 분석 실력을 믿고 한 종목에 규정 이상의 베팅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핵심은 "아무 때나 역발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많이 떨어졌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왜 떨어졌는지,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았는지, 회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근거 없는 역발상은 그냥 도박입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10년간 보안 책임자로 일하면서 익힌 것이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보안 업무에서 해커의 공격을 100%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취약점을 줄이고, 탐지 체계를 갖추고, 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공격)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것(방어)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예측하려고 애쓰는 대신, 예측이 틀렸을 때 얼마나 잃을지를 관리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항상 먼저 생각합니다. 보안 업무에서 매일 하던 질문이 투자에서도 유효했습니다.
계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Index DCF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각 시나리오에서 업사이드와 다운사이드가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 매수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잃지 말자
워런 버핏의 유명한 규칙입니다. "첫 번째 규칙: 돈을 잃지 마라. 두 번째 규칙: 첫 번째 규칙을 잊지 마라."
단순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앞서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2020년에 운을 실력으로 착각했던 것, 2021년에 코인 봇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거라 믿었던 것, LULU를 "설마 더 떨어지겠어?"라며 매수했던 것 모두 이 규칙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매수와 동시에 손절 주문을 건다
스타벅스에서 30% 수익을 반납한 이후로 정한 규칙입니다. 내가 못 팔면 규칙이 팔게 합니다.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없앱니다.
뇌동매매를 방지한다
포지션을 전량 청산한 후에는 최소 하루 동안 해당 종목에 재진입하지 않습니다. 충동적인 결정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매매 노트를 쓴다
왜 이 종목을 샀는지, 언제 팔 것인지, 얼마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지를 기록합니다. 기록하지 못하면 매수하지 않습니다. 글로 쓰지 못하는 근거는 근거가 아닙니다.
내 포트폴리오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매주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내 계좌는 내 심리 상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FOMO에 휩쓸리면 계좌에 급하게 산 종목이 늘어납니다. 공포에 빠지면 현금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집니다. 욕심이 과하면 레버리지나 집중 투자의 흔적이 남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면 최근 내가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인 점검이 중요합니다. 감정이 아닌 원칙에 따라 리밸런싱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얻은 교훈들입니다.
금광주 FOMO
금을 매도하고 나니 자괴감(FOMO)이 밀려왔습니다. "광산주는 왜 이리 올랐지? 희토류와 우라늄은 왜 이리 올랐는가? 나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는가?" 예정에도 없던 공격적인 광산주를 매수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3번 분할 매수 계획했던 걸 풀 매수로. 원래 남들이 던질 때 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스스로의 장점을 버린 거죠. 이성보다 탐욕이 지배한 상황이었습니다. 5% 하락에 전량 손절했고, 다시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33개 종목 → 8개로 정리
보유 종목이 33개에 달했습니다. 관련 뉴스를 팔로업하는 것만으로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탐욕"으로 인해 비대해진 개별 주식 비중이 문제였습니다. 8개 종목으로 줄이고 나니 마음이 정말 편해졌습니다. 직접 분석해서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 종목이 아닌 경우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매수 근거가 그만큼 탄탄하지 않은 거죠.
포트폴리오 회전율 261%
2025년 매매 기록을 분석했더니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261%였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스스로 "장기 투자자",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적은 투자자"라고 생각했거든요. AI 피드백은 "투자 철학 문서는 워렌 버핏처럼 썼는데, 매매는 조지 소로스처럼 하고 계십니다"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달랐습니다.
7. 에필로그
2024년 Valley AI에서 교육과정을 들었습니다. 2025년에는 배운 것을 토대로 실전 투자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이 방법은 지속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2025년 12월 31일,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사했습니다. 2026년 1월 1일, 전업 투자자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긴 여정이었습니다. 2020년에 재무 지표를 조합하며 "이게 투자구나"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2021년에 코인 봇을 만들며 "시스템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거야"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모두 틀렸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보안 책임자로 일하며 익힌 리스크 관리 감각, 코인 봇을 만들며 배운 시스템 사고, 피부과에서 시술받으며 체득한 도메인 지식, Valley AI에서 배운 가치평가 프레임워크, 그리고 매크로를 보는 눈. 당시에는 각각 별개의 경험이었는데,
지금 보니 모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돈에 대한 생각
투자를 하면서 돈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돈은 행복 그 자체가 아닙니다. 돈은 편리함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도구입니다. 전업 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투자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10년
시장을 이기겠다는 조급함은 버리려고 합니다. 그보다는 시장의 흐름에 겸손하게 올라타면서, 오래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건강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을 투자만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둘째, 관계입니다. 투자는 혼자 하는 일이지만, 삶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소중히 여기려 합니다.
셋째, 지적 호기심입니다. 시장은 계속 변합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기도 합니다. 배움을 멈추면 도태됩니다. Valley AI에서 처음 가치평가를 배웠을 때의 설렘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면서 5년간의 투자 기록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부끄러운 실수들이 많았습니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했던 것, 엉터리 시스템에 의존하려 했던 것, 감정에 휘둘려 매매했던 것.
하지만 그 실수들을 기록하고 복기하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기업분석 평가 대회에서 글을 쓰면서 기업을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투자 에세이를 쓰면서 나의 투자 철학이 무엇인지를 마주 보게 되었고, 예전에는 기업 분석과 매크로를 별개로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매크로가 투자 의사결정의 중요한 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꾸준하게 쓴 글이 결국 나를 성장시켰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나만 이런 실수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실패는 끝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