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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2026.03.04
KOSPI 하락을 보며 남기는 짧은 생각
오늘은 짧은 글을 남깁니다.
아마도 평소 한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최근 코스피의 큰 상승과 하락을 보며 최초 진입을 고려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한국 주식을 떠난지 오래 되어서 여태 한국 주식 시장을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틀 간의 코스피 하락은 저에게도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드는 몇몇 생각을 짧게 남기고 다시 본업의 세계로 떠나봅니다.
최근 코스피 상승에 대한 생각
저는 한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가 일본이나 중국, 인도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과 동일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시장을 더 잘 안다거나, 한국 기업의 내재 가치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런 논리가 설득력을 가진다면 일본인이 일본 시장에서 수익률이 더 높고, 한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수익률이 더 높다는 의견이 나와야할텐데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자국 시장에 대해 정보 우위가 있다' 라는 연구는 많지만, '그러니 자국 사람들이 초과 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다' 라는 연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연구 결과가 있다면 저도 코스피 진입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 사고를 기반으로, 저는 한국 시장에 유독 더 관심가져야 할 논리적인 이유가 마땅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제가 이 시장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는 '친숙함'을 기반으로 한 '자국 편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혹자는 세금 혜택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꽤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제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놓쳤다' 라는 건, 제가 팔란티어나 엔비디아를 놓친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놓친 것을 '금방이라도 살 수 있었는데 놓친 것'처럼 취급하며 유독 더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그럴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편, 저는 한국 시장을 디스카운트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저는, 한국 시장은 세계의 주요 선진국 중 한 나라의 주식시장일 뿐이고, 굳이 이 곳이 제 돈을 투자할 가장 안전하고 훌륭한 투자처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는 딱히 반박을 주고받을 이유가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아마 저처럼 생각하고 주로 미국 시장에 투자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코스피가 상승 가도를 달리자 이런 분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FOMO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 현상이 조금 기이했습니다.
인간의 심리는 참 특이해서, 마치 FOMO를 느끼기 위해서 온 시장을 쥐잡듯이 뒤지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평소에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금값의 상승에 아쉬워하고, 코스피의 상승은 이들에게 더 뼈아픕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평소에 갑자기 브라질 채권 가격이 급상승한 것을 보며 '아 살걸', 하고 FOMO를 느끼지는 않는 것처럼, 코스피가 상승 가도를 달린다고 '아 살걸', 하고 FOMO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FOMO는 말 그대로 '가까이 있는 자국 시장'이기 때문에 느끼는 편향일 뿐입니다.
한편, 나라를 생각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코스피의 상승은 꽤 보기 좋았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최근 코스피 하락에 대한 생각
이번 하락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를 보며 매수를 노리는 개인 투자자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번 하락을 이용해 매수 포지션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 다음 중 하나의 의미를 가질 겁니다 (물론 아닌 분도 있겠죠).
기존의 코스피 상승은 정당했다. 즉, 코스피(혹은 그 안의 기업들)의 내재 가치가 충분히 높다는 걸 나는 안다. 그러니까 지금 하락은 기회고, 나는 매수를 한다.
기존의 코스피 상승은 정당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시장은 그렇게 과열이 될 거다. 반도체 붐과 메모리의 강세는 여전할 거니까, 내재가치보다 더 높이 치솟는 시장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라는 확신.
다 모르겠고, 떨어졌으니까 사야한다. 이렇게 급락했으면, 남은 건 반등이다.
일단 위의 세가지 분류는 꽤 단순화가 많이 되어있습니다. 사실 코스피에 진입한다는 건 환의 분산, 산업의 분산,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 하락을 특히 중요시하며 진입을 고려하기 시작할 때의 심리를 생각해서 대표적인 세 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기존에는 코스피에 투자하지 않았다가 이번 하락을 기회로 한국 시장에 진입해 보려는 투자자가 있다면, 먼저 고민을 깊게 해 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여러분이 아무것도 모르는 중국이나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중국 시장이 잘 나가다가 하루 아침에 폭락을 맞아서, '아 기회다' 라고 판단하고 중국 시장에 베팅하는 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자신이 특별한 공부가 없는 상태에서, 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과 내재가치를 텐센트의 주가 움직임과 내재가치보다 더 잘 알 것이라는 감정은 과하게 말하면 '착각'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 구조와 규제 등 나라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는 일반화된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특히 투자의 시계열이 긴, 소위 말하는 '장기 투자'를 추구하는 분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 대해 장기적 확신이 있는지도 깊게 검토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장기 투자'를 외쳐놓고, 지금 코스피가 기회 같아서 매수한 후, 계속해서 가격 변동을 바라보며 고점을 찾고 있을 투자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지금을 유독 강하게 진입 기회로 강하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그 성향이 장기 투자와는 맞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제가 위에서 언급한 1~3번 시나리오 중, 장기 투자의 성격을 가지는 건 아마 1번 유형일 것입니다. 2번을 추구한다면 모멘텀이 중요하니 장기로 움직일 수 없고, 3번을 추구한다면 다시 반락을 신경쓸테니 길게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언급했듯 1~3번 외에 다른 관점도 많고, 장기투자는 그 외에도 많은 철학을 아우르기 때문에 '1번만' 장기투자는 아닙니다.
다만, 1번에 의해 '나는 장기투자자야'라고 생각하며 한국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그 투자자가 코스피 or 한국 기업에 대해 이미 철저하게 분석해서 내재 가치에 대한 감이 있고, 그 분석에 기반해 최근 코스피의 고점 가격이 충분히 정당했고 시장이 효율적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말입니다.
즉, 자국 편향에 휘둘리지 않고, 마치 아예 모르는 기업을 분석하듯 하이닉스를 처음부터 공부하면서 공시자료와 밸류에이션, 미래 가치를 철저하게 분석한 후에야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결론 하에 진입을 한다면, 아주 훌륭한 결정이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코스피에 신규로 진입해야하는 이유가 그리 논리적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번외 코멘트: 코스피에 대한 예측글은 아니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은 코스피라는 특정 시장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고, '내가 평소 분석하지 않던 자산을, 하락했다는 이유로 새로 편입하지는 않는다.' 라는 가치관에 대해 다룬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