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1월은 단호하다. 12월은 바뀐 계절을 소개하기가 민망한 듯 이따금씩 온기를 베풀고, 2월은 봄의 유예 기간을 주기 위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만, 1월은 호령하듯 예외 없는 추위를 뿌린다.
이 단호함은 달리 보면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함이며, 누군가에겐 좌절감까지 안기는 단단한 벽이다.
1월의 날씨만 그런 것은 아니다.
숨막히는 완벽주의로 돈을 벌거나 성공을 정의하고 이를 종교처럼 숭배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글을 짓는 사람들, 컴퓨터와 대화하는 사람들, 법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들까지.
지금도 이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성공을 위해 달리고 있다. ‘
한 달만 참으면 돼’ 라며 시한부 추위를 몰고오는 1월의 아량에 비한다면, 완벽에 대한 인간들의 집념은 점점 더 진한 자극을 원하는 마약 중독자처럼 한 번 빠지면 평생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중앙역 3번 출구 바로 옆 골목길을 15분 정도 쉴 새 없이 걷다 보면, 지어진 지 20년도 넘은 주택과 빌라들이 나란히 줄을 서는 구간이 시작된다. 지민의 집은 그중 비교적 밝은 톤의 헤진 벽돌로 지어져, 낮이면 행인들의 눈에 한 번씩은 더 띄곤 했다. 지민은 아침 출근 길에 가끔씩 뒤를 돌아 자신의 집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특별히 진지한 감상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낮은 보호벽과 눈에 띄는 벽돌 색을 바라보며 '6년이 지났는데 도둑이 여길 한번 안 왔다는 게 기적이다’ 라고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곤 '가져갈 것도 없지만'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얕게 쉰 뒤 다시 뒤를 돌아 시계를 봤다. 전속력으로 뛰어야 늦지 않을 것 같다. 늘 엄청난 무게로 몸을 짓누르는 이불을 탓할 뿐, 자신은 죄가 없다. 그런데 활짝 웃으며 긴 머리를 휘날리는 지민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은, 최근 몇 달 동안 그 집은 지민이 떠나는 순간 밝은 기운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웃으며 지민을 배웅한 영희는 집에 다시 들어온 순간부터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며 서둘러 모든 불을 끄기 시작했다. 빛을 차단하려고 애쓰는 그녀의 얇은 손목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커튼으로 미처 가려지지 않는 작은 빛에도 심한 불안을 느낀 듯 눈빛은 시종일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원했던 어둠이 완성되면 영희는 깡마른 몸을 최대한 말아 거실 소파에 기대앉은 후 한동안 자신의 진짜 기분을 마주했다. 한 시간 후 그녀는 달에 한 번 방문하는 '구리 행복 요양원'에서의 복지 활동을 위해 집을 떠나야 했다. 가슴에 담아둔 세상 모든 불안을 숨긴 채, 20년 가까이 활동한 사회 복지사의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처럼 그 직업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컸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하루를 견딜 생각에 괴로워하며 떨리는 손으로 소파 밑 깊숙이 넣어둔 알약통을 꺼냈다.
지민은 한동안 꺼내 입지 않았던 흰 셔츠와 어두운 계열의 면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에 맞게 평소엔 대부분 품이 넓은 스웨트 셔츠 아래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