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좀 이르게 제 2025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수익률 같은 숫자들도 나올테고 누군가에겐 자랑으로, 누군가에겐 지나친 겸손으로 보일 대목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혹시 그런 부분이 느껴지신다면 치기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가 주셔도 좋습니다. 최대한 담백하게 제 한 해를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Valley AI 활동에 대해
저는 이제 서른 중반에 있습니다. 이 정도 살았으면 그래도 '처음' 이라고 할 것이 슬슬 없어지는 나이인데, Valley 에서의 활동은 그런 저에게 '처음'을 많이 남겨주었습니다. 물론 활동은 2024년부터 시작했지만, 제 글이 다수의 이웃 분들에게 읽히기 시작한 것은 25년 중간 즈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제 글의 내용과 주장들에 꾸준하게 공감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글의 기쁨'도 새롭게 다가왔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전공도 아니고 직업도 아닌 투자의 세계에서 투자에 대해 의견을 강하게 낸다는 건 저 같은 파워 내향인에겐 생각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DCF, Reverse DCF를 돌려보고 블로그에 공유하고 매크로에 대한 주장을 글로 써보는 것은 제가 본업을 위해 회사 대표님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보다도 더 긴장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여태 쓴 대부분의 글은 적어도 2~3일 전에 초안을 써 놓고 근무가 끝나는 저녁마다 읽고 또 읽으며 고치고, 내용을 추가하고, 어려운 부분을 깎아내며 '발행' 버튼을 어렵사리 누른 글들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글들이 쌓여가며 발행에 대한 긴장감이 조금씩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드라마틱하게 줄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쓰는 이 글 역시 앞으로 많은 마모를 거쳐 며칠 후에야 발행 버튼을 누르게 되겠죠.
그러면 이런 고된(?) 글쓰기 활동은 저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요. 1년여의 글쓰기로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생각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비록 온라인이지만 Valley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많은 분들과 관계가 생겼습니다. 특히 이 공간엔 열정있고 낭만도 있고 지성이 날카로운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과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저의 인생엔 아주 큰 소득입니다. 만약 제가 투자 혹은 그 외적으로라도 인생 조언을 구하면 언제든 메시지 하나쯤은 정성스럽게 써주실 분들이 있다는 건 그 마음만으로 사람을 풍족하게 만들어줄 때가 있습니다. 실제 행동을 하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해주실 거야' 라는 믿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사람을 자주 일으켜 세워줍니다.
둘째, 제 투자 활동에 근거가 탄탄해졌습니다. 1년 이상 제 공간에 매매일지와 투자 근거, 실제 투자 경험들을 쌓다 보니 심리적인 뒷받침이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결과도 좋았던 것 같네요. 저 같은 내향적 성향은 투자할 기업이나 종목에 대해 공개적인 글을 쓰려면 평소보다 리서치를 더 깊게 할 수밖에 없고, 특히 가격에 대한 판단이나 투입 금액을 정할 때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부담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적당한 압박과 부담은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셋째, 머리가 굳지 않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건 사람의 머리를 유연하게 만들어줍니다. 제 나이대에는 참 중요한 일입니다. 어렸을 때 어떤 과학 책에서 '사람의 뇌는 20대 후반부터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다' 라는 주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이상하게 인상적이었던 글인데, 과학적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서른이 넘어가며 우리는 점점 개방성을 잃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짧고 긴 글을 꾸준하게 쓰다 보니 제 생각이 틀릴 가능성을많이 열어두게 되고, 지적 겸손을 의식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예상컨대 제 글은 내년부터는 반복적인 내용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투자 철학은 한번 틀을 짜두면 큰 얼개는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다수의 기업이나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