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감독자의 시대가 끝나고 운영자의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거기서 흐름이 이어지는데요.
엔지니어링이 빨라지고 나면 그 다음엔 뭐가 막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포커스
엔지니어가 풀리면, 다음은 어디가 막힐까요.
진짜 2배가 됐다
Lenny's Newsletter에 실린 Intercom 케이스 스터디가 이번 주 가장 회자된 글 중 하나였습니다.
Senior Principal Engineer인 Brian Scanlan의 인터뷰인데, 9개월 만에 R&D 머지 PR이 2배가 됐다는 증언이 나와요. AI 뚝딱 도입하니 마법같이 다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한 작업의 모음이었어요. 스킬 레포지토리로 팀 표준을 강제하고, 훅으로 엔지니어링 규칙을 자동화하고, Honeycomb 텔레메트리로 사용 패턴을 추적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디자이너와 PM까지 Claude Code로 직접 코드를 시핑한다는 대목이었어요. '감독'도 아니고 '운영'도 아니고, 그냥 자기가 필요한 걸 자기가 만드는 구조였거든요.
한편으론 생산성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어요.
Fortune이 낸 'CEO들이 AI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영향이 없다고 인정한다'는 기사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았거든요.
한쪽에선 2배가 됐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영향 없다고 합니다.
둘 다 거짓말은 아닐 거예요. 실감하는 소수의 조직과 아직 체감 못 하는 다수의 조직이 같은 시기에 공존하고 있는 셈이죠. 차이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조직에 얼마나 녹여 놓았느냐에서 온다고 봐야 할 것 같기도요.
병목이 PM과 디자이너로 옮겨간다
그럼 Intercom 같은 조직에서는 어느 부분이 지금의 병목이 되었을까요?
전 Meta, Google 프로덕트 임원 Nikhyl Singhal의 인터뷰가 그 답을 줍니다. 제목은 'PM의 절반이 위기에 처한 이유'였고, 핵심 문장이 한 줄에 모여 있었어요.
"엔지니어 5명이 이제 2-3배의 성과를 냅니다. PM과 디자이너는 사실상 훨씬 큰 엔지니어 그룹을 관리하게 된 셈이죠."
이 말은 엔지니어링이 빨라지고 나면 그 뒤를 받쳐주던 PM과 디자이너가 병목이 된다는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Singhal는 숫자까지 제시했습니다. 향후 12-24개월 내에 기업들이 3만 명을 내보내고 AI-first 인재 8천 명을 재고용하는 구조 전환이 일어날 거라고요. 현재 PM 채용은 3년 최고치를 찍었는데, 구인 조건은 전부 '빌더' 타입이라는 언급도 같이 있었구요.
'정보 전달자 PM'의 시대는 끝났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남는 건 빌더와 판단력
그렇다면 자연스레 '빌더'란 대체 뭐냐는 의문이 생기겠죠.
Google Cloud AI 디렉터 Addy Osmani가 이 주 올린 글이 힌트가 될 수 있을거에요. 시니어 개발자의 역할이 '고도로 보수가 좋은 코드 에디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그게 AI의 이해도 부채를 메워주는 시대가 요구하는 필수불가결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AI가 일의 7~80% 에는 다다르게 해주지만 나머지 2~30%를 메우는건 온전히 사람의 힘을 해내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건 판단력, 시스템 설계 능력, 그리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입니다.
이 '끝까지 끌고 간다'는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푼 영상이 같은 주에 화제가 됐던 '배럴형 인재' 개념이었습니다. 사람을 아무리 늘려도 혼자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가는 배럴 타입의 사람이 없으면 협업 세금만 늘어난다는 관찰이었어요. AI가 실행 비용을 낮출수록, 역설적으로 배럴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설명이었고요.
실행이 쉬워질수록 판단이 비싸지는 셈이죠.
OpenAI가 Codex 슈퍼앱 업데이트로 에이전트가 별도 커서를 써서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갈 수 있게 했는데요. 한 사람이 에이전트 다섯 개를 동시에 운용할 수도 있게 되는거죠. 이런 환경이 되면 병목은 더 이상 '도구의 지능'이 아니라 '사람의 검토 속도'로 옮겨갑니다.
종합하면
지난 글에서 '감독자 다음은 운영자'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엔 그 다음 계단이 '빌더'로 구체화된 셈입니다.
빌더란 결국, 자기 업무를 스스로 판단하여 설계하고 AI를 통해 끝까지 완결지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요.
재미있는 건 병목이 이 쪽으로 옮겨가자마자, AI가 새로운 병목도 풀려고 달려든다는 점이에요.
Anthropic이 이번 주에 공개한 /ultrareview는 코드 머지 전에 클라우드 에이전트 함대가 병렬로 버그를 찾아주는 기능인데, 방금 말한 '사람의 검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