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 덕분에 국내 축구 리그를 꽤 좋은 자리에서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라운드와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자리였는데, 막상 앉고 나니 선수들보다 감독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1대0으로 앞서던 팀의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불이 난 사람 같았습니다. 벤치 앞을 쉴 새 없이 오가면서 선수들에게 고함을 질렀고,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나오면 두 팔을 크게 휘저었습니다.
수비수에게는 올라오라고 손짓하고, 미드필더에게는 위치를 바꾸라고 외쳤습니다. 코치가 작전판을 들고 달려오면 둘이 고개를 맞대고 무언가를 급하게 수정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오히려 크게 뒤지고 있는 팀의 감독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지고 있던 팀의 감독은 그냥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로 경기장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다급함도, 초조함도, 분노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미 결과를 받아들인 사람처럼요.
결과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의 모습이 서로 바뀌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이기고 있는 팀 감독은 왜 저렇게까지 다급해 보였을까.
반대로 지고 있는 팀 감독은 왜 그렇게 조용했을까.
단순히 성격 차이라고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 장면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던 건 아닐까.
나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요
돌이켜보면 저는 줄곧 공만 보고 있었습니다.
공을 가진 선수가 드리블을 잘하면 잘한다고 느끼고, 패스가 연결되면 좋다고 느끼고, 슛이 터지면 환호했습니다. 그게 축구를 보는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있고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축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종목이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22명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공격과 수비가 순식간에 뒤바뀝니다. 경기가 멈추는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 전체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결국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으로 모이게 됩니다.

생각을 던저주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