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정신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직업적 지식 중 투자와 연관된 부분을 가능한 가볍고 편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전부터 계속 관련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각 잡고 쓰려 했더니 자꾸 교과서나 학회 투고하던 버릇대로 쓰게 되서 '굳이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쓴다고 해서 퀄리티가 엄청날까? 하면 또 아니더라구요.
제 글 실력을 생각해볼 때 대충 끄적이는 지금과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일단 올려봅니다.
습관은 무엇인가?
습관은 습관화된 행동을 말합니다. 어떠한 일련의 행동들이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에 저장되는 과정을 습관화라 할 수 있고 저장된 행동은 습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절차적 기억은 우리가 흔히 기억의 장소라고 여기는 해마를 통하는 회로를 따르지 않고 선조체(corpus striatum)를 거치는 회로를 통해 저장이 됩니다. 우리의 의식적 기억(명시적 기억 declarative memory)을 관장하는 해마와 편도체, 고위 인지를 담당하는 전두엽을 거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별다른 의식적 사고 없이 커피를 끓여 마실 수 있다면 이 행동은 습관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습관을 만드는 가?
뇌는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기관입니다. 기껏해야 1.5kg 밖에 나가지 않는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 450kcal를 소모합니다. 체중의 2% 밖에 차지하지 않는 뇌가 기초대사량의 25%를 소모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결정하고 추론하는 것을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두엽에서 행해지는 고차원적인 기능인데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뇌는 더더욱 높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일설에 따르면 대국중인 프로 체스 선수는 하루 6000kcal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의식적으로 행동을 하려면 뇌는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칩니다. 시신경(Optic nerve) -> 시상(thalamus) -> 시각 피질(Visual cortex, 뇌의 후두부에 존재) -> 전두엽(Frontal lobe, 뇌의 앞에 존재) -> 전운동피질(Premotor area) -> 운동피질(motor area). 뇌의 앞뒤 위아래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 데다 전두엽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거치는 신경회로가 늘어짐에 따라 심지어 느리기까지 합니다.
습관화된 행동은 빠릅니다. 경우에 따라서 시상에서 바로 뇌의 가운데에 있는 선조체로 가기도 하고, 전두엽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공이 날아올 때 눈으로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이 이러한 본능적이고 습과화된 행동입니다.
즉 무언가를 습관화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와 행동의 신속함에 있어 이득을 줄 수 있고, 이는 생존에 유리합니다. 자연스럽게 습관화를 익숙하게 하는 우리의 조상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습관화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어디까지 습관일 수 있는가?
습관하하려는 행동의 복잡도에 따라 습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복잡한 것까지 습관화가 가능합니다.
육체적 행동 뿐만 아니라 사고의 프로세스도 습관화가 가능합니다. 사실상 우리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하는 거의 모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