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Goldilocks)가 숲으로 놀러왔다가 한 오두막집을 발견했다. 노크를 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골디락스는 그냥 들어간다. 부엌에 간 골디락스는 죽 세 그릇이 식탁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첫 번째 죽과 두 번째 죽은 한 숟갈씩 떠먹었더니 각각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웠고 세 번째 죽은 딱 적당한 정도여서 골디락스는 세 번째 그릇을 맛있게 비웠다

서운
2025.12.17
최근 시장에 대한 생각 (25.12)
요즘 본업이 많이 바빠서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저는 투자 활동도 거의 본업과 동급의 최상급 취미 생활(?)로 대우하고 있기 때문에, 짧은 글이라도 남겨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지난 10월에 썼던 투자에 대한 25가지 뷰 (25.10) 내용 중 결과가 보이는 몇몇 항목을 복기해보고, 그 외에 최근 시장에 대해 생각나는 점을 짧게 정리해봅니다. 깊은 리서치를 하지 않은 글이라 내용의 엄밀성이 떨어질 수 있고, 꽤 두서없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코멘트에 대한 복기
-> NVO는 알츠하이머 관련으로 주당 41불까지 떨어졌을 때 시드를 많이 소모했습니다. 투입할 금액을 다 썼기 때문에 요즘은 퀄리티 님 글을 읽는 것 말고는 동향 확인을 하지 않고 있네요. 그리고 여전히 리츠와 하이일드 채권을 통해 유용하게 현금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 요즘 순환매, AI 외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아직 우주 산업과 비만 치료제 외에 매력적인 다른 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 투자의 일환으로 11월에 RKLB 추가 투자를 시작한 이유 글을 통해 RKLB에 추가 투자를 했었고, 신규 현금 흐름이 생기면 여전히 이 두 산업에 우선순위를 둘 예정입니다.
-> 이 코멘트를 쓰고 얼마 후 헬스케어가 전체적으로 조명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XLV ETF를 보니 그 후 10% 정도 올랐네요. 여전히 헬스케어 산업은 지금도 투자자들이 엣지를 발휘할 수 있는 구역 같습니다.
->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 이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위의 코멘트는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물가가 지금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아서.. 장기 국채 금리도 계속해서 상승 압력이 강할 것 같습니다.
-> 네.. 사실 이 코멘트를 쓰면서도 좀 진정되길 바랬는데, 지금 보니 코멘트 작성 당시보다 원/달러 환율은 더 상승했네요. 우리나라를 보면 솔직히 아슬아슬한 마음입니다.
AI에 대해 (거품기를 덜어낸 시장)
요즘도 누군가는 AI가 버블이라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도 AI를 버블이라고 많이 얘기했었고, 빨리 터지면 좋겠다는 심술궂은 말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며칠 간 AI, 반도체 주식들은 부진을 거듭 중입니다.
지금의 저는, 시장이 이렇게 신중하게 나아가고 우려를 많이 한다면, 이런 신중함에 '버블'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거품기가 좀 걷혔다고 해야할까요. 아마 우리는 버블에 들어가려다가 한 발을 거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금의 밸류에이션에도 '고평가'라는 꼬리표는 붙일 수 있지만, 버블은 터지면 너나 없이 다 같이 무너지는 형태인 반면 고평가는 정도에 따라 크게 무너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최근 Broadcom 하락의 이유는 여러가지인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2026 회계 가이던스를 주지 않은 것, 마진 압력, 수주 잔고 등을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합니다. 그런데 만약 시장이 명확한 버블 장세였다면, 이번 실적에 대한 가격 반응이 더 비 이성적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roadcom의 표면적 실적은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정도로 사리 분별을 하고 떨굴 기업을 떨구는 시장이라면, 우리가 이 심리에 쉽게 '버블'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AI에 거품기를 잔뜩 묻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 구글은 TPU에 대한 짧은 생각과 투자 아이디어 글에서 기재한 작은 엣지의 실현 기회가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역시 TPU를 AI 내러티브를 살리기 위한 일회성 재료로 사용했던 게 아닐까요. 물론 이 내러티브의 실행 가능성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내년 주가 예측 (점점 무게추가 무거워지는 최근 3년)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많은 금융 하우스에서 내년 주가 예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내년에도 주가 상승을 예상합니다. 주요 근거는 늘 그렇듯 기업들의 수익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에 둡니다.
제가 알기로 S&P 500 은 올해도 그렇다는 가정 하에 2023년부터 3년 연속 상승으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 속에서 4년 연속 S&P 500 지수가 상승 마감한 적이 있을까요? 최근 3년 간 우리가 누린 누적 수익률은 얼마나 높았던 것일까요?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작위적인 데이터를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3년~2025년 약 3년 동안 S&P 500 지수는 배당 수익을 포함해 누적으로 약 83% 상승했습니다.
지수 약 76% 상승 + 배당금 약 7%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3년 기간 동안 이 정도의 누적 상승을 기록한 적은 언제일까요? Gemini 에게 물어봤습니다.
Gemini 의 답변으로는 우리의 금융 역사에 S&P 500 지수가 최근 3년(83%)보다 더 큰 누적 상승을 보였던 적은 단 세 번이고, 이 세 번은 각각 닷컴 버블 기간에 두 번, 그리고 08년 금융위기 직후 회복 기간에 한 번 발생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3년 간 83% 상승은 역사 속에서도 꽤 특수한 이벤트에서 얻었던 수익률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기준을 조금만 낮추면 (70~80%) 역사 속 사례는 훨씬 많아지긴 합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그러니까 이제 상승하지 않을 거다' 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 사건이니까 상관없다' 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지수 수익률은 독립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종속성이 강하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3년 간 주가가 83%나 상방으로 내달렸다는 건(그 사이에 관세 이슈로 큰 하락을 잠시 겪었다고 해도) 그만큼 금융 시장에서 주가에 대해 평가를 후하게 주어왔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여기서 더 오르려면 무겁고 확실한 이벤트들이 계속해서 쏟아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우린 올해 시장을 휩쓴 AI 테마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미래 수익 상승에 대한 예측을 지수에 이미 끌어다 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내년에도 수익이 오를거야' 정도의 기제로는 주가를 정당화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저는 이 포스팅에서 주장하는 추세선에 의한 상승 가능성도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내년 주가를 예측할 때 하락의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예측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설령 내년에 큰 하락이 강하게 예측된다고 해도 전 제 자산을 매도하거나 비중을 조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주가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산 관리 방식이나 철학을 점검하는 것이며, 특히 부업 투자자들은 내년에 발생할 신규 현금 흐름을 어떻게 자산 시장에 투입할 지를 더 열심히 고민해야 합니다.
매크로에 대한 짧은 생각 (끊임없는 미래 지향 사고에 대한 소소한 저항)
저는 연준의 독립성이 걱정되긴 합니다. 비록 유가가 낮게 유지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물망에 올라있는 차기 의장 후보 중 누가 연준 위원장으로 선임되든 연준은 기존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내년에도 물가의 통제가 가장 까다로운 변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제를 바꿔서, 저는 요즘 매크로를 분석할 때 사이클에 대해 생각하며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왜 실업률이 더 많이 안 오르지? 이제 오를 때도 됐는데.'
'왜 물가에 방향성이 애매하지? 오를려면 오르거나, 내리려면 내리거나.'
'왜 하이일드 금리가 움직임이 아직도 둔하지? 오를 때도 됐는데. 스프레드가 벌어질 때도 됐는데.'
이런 질문은, 마치 경제는 반드시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 극단의 사이클 쪽으로 움직였다가 돌아와야 맞는 것 아니냐는 저의 '사이클 편향'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다시 이성을 찾고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경제는 이렇게 애매하게 계속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골디락스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는데요. 우리는 보통 '골디락스'라는 표현을 너무 아름답게 여기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골디락스'라는 표현을 쓰면 과민 반응을 합니다. '응? 골디락스라고? 에이 아니지. 지금 경제는 그렇게 좋지 않아. 얼마나 불안하고, 물가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데.' 라는 반응을 하죠. 그러나 '골디락스'는 그 어원만 보면 사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어우르는 넓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꼭 이상적인 경제 상황만 '골디락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죠.
금융 시장에 서 있는 우리는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무한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늘 다음, 다음만 바라보며 '불안해, 곧 안 좋아질거야' 라고 끊임없이 예측하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때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현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렇게 멈춰서 뒤를 돌아보면, 미국은 어쩌면 작년, 재작년부터 계속해서 의심되던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의 '좁은 길'을 애매하고 아슬하게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러다 결국 침체가 올 수도 있고, 역으로 과열이 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는 '그저 그런 골디락스'를 겪고 있는지도 모르죠.
끊임없이 미래 지향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움직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어찌보면 그 자체로 편향이 담긴 습관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가끔은 멈춰서 현재에 대해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이 상태 자체가 과거의 여러 정책과 상황이 '충분한 시차를 두고' 경제에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 위에서 '골디락스'라는 표현을 '그저 그런, 애매한'의 표현으로 격하시켜 사용했는데요, 이는 다시 말하면 골디락스를 조금만 뒤집어보면 금방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제 나름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투자 심리에 대한 짧은 생각 (때로는 비를 일부러 맞아보는 것)
마지막으로, AI에 대한 우려나 매크로의 이슈로 시장의 하락이 예측될 때 일부러 그 하락에 자산을 노출시키는 연습을 권해봅니다. 아래 글과 같은 맥락입니다. 모두에게 유효한 연습은 아니지만 많은 이에게 주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미로 읽는) 포트폴리오 방치의 미학
물론 그 하락이 소나기일지, 장대비일지, 장마일지는 아무도 알기가 어렵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늘 하늘을 보며 비가 올 때마다 피하고 보는 행위는, 반대로 비가 그치는 시기도 확신할 수 있을 때만 적절할 것입니다. 비가 와서 피했는데 그 후에 비가 그쳤는지, 아니면 곧 그칠 것인지 판단을 못해서 우물쭈물 우산만 쓰고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은 결국 레이스에서 더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자기 판단을 했다면, 차라리 비가 올 것 같아도 그냥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결국 마지막에 더 높은 자리에 서게 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비가 올 것 같으면 가끔씩은 기쁘게 그 비를 맞아보십시오. 이미 하늘이 마르고 해가 뜨고 있는데 피신처에서 우산만 들고 서 있는 것보단 촉촉한 몸으로 계속 달려나가는 것이 '어쩌면' 더 유쾌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