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개골이라는 캄캄한 동굴 속에 갇혀 있고, 우리가 보는 세상은 뇌가 시신경의 전기 신호를 해석해 만든 편집된 영상이다.
네오가 빨간 약을 먹고 깨어나도, 그가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 역시 그의 뇌가 처리한 정보일 뿐.
이 관점에서 보면, 파란 약(안락한 환상)과 빨간 약(고통스러운 현실)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차피 둘 다 뇌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이니까.
하지만 이 고찰이 무절제한 허무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네오가 빨간 약을 먹어도 또 다른 매트릭스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매트릭스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상태와 자각하지 못하고 휩쓸리는 상태는 다르다.
나의 감정, 욕망, 신념이 뇌의 작용임을 알고, 그 프로그램에 맹목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상태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