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 정지우




<타인의 욕망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사랑? 사랑이란 하루 30분의 관심이다. 아이랑 진심을 다해 매일 30분씩 놀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건강? 건강이란 하루 30분의 달리기다. 지혜? 지혜란 하루 30분의 책 읽기나 명상이다. 그것들이 쌓인 수백, 수천 시간의 힘이 그것들의 윤곽을 드러낸다.
당장 얻을 수 있는 무언가는 대부분 가짜라는 것, 무엇도 바로 얻을 수는 없다는 것, 반대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시간을 꾸준히 끊임없이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삶을 만든다. 이 장기적인 관점이 누락된 거의 모든 것은 도박이나 과욕에 가깝다.
방안의 이불 안에 하염없이 파고들 때보다, 세상 어디든 거닐며 세상을 내 집처럼 여기는 순례자의 마음과 용기가 시실은 더 진정한 평화에 가깝다.
언젠가부터 나는 무언가 시도하고 실패하는 일에서 일종의 리듬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거절당한다면, 그것은 길게 이어지는 리듬감 있는 파동에서 하나의 오르내림 정도로 느껴진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제안을 해보면서 이 파도 같은 상승과 하강의 리듬이 이어진다. 그렇게 제안하고 거절당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다보면, 그 전체가 일련의 거대한 흐름으로 삶의 파도가 되어감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즐거운 환희의 순간들을 만나곤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는게 어려울 뿐, 시작하고 나서는 시작이 주는 힘에 이끌려 가게 된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달리 말해, 이제 나머지 반은 '시작의 힘' 없이 스스로 이끌고 가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내심이나 끈기가 있다는 것은 사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는 말에 가깝다.
그렇게 중간을 넘기고 나면 서서히 노력의 의미를 만나게 된다.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되고, 통합되고, 응용된다.
<중간을 건널 때는 '정성'으로 건너라>
정성을 넘어서는 실력이란 거의 본 적이 없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다른 것보다 정성이 중요하다. 대단한 연애 스킬, 출중한 어떤 스펙, 육아서로 무장한 지식, 그런 것들보다는 결국 섬세하게 마음과 시간을 기울여 집중하고 조율하며 타협해가는 것이 사실상 관계의 핵심이다.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잘한다.
정성을 믿으면, 달리 말해 '진심'을 믿으면, 무언가가 반드시 되돌아온다.
흔히 어떤 일에서의 실력이나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정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일이든 기본적인 능력은 필요하겠지만, 말 그대로 '기본'을 넘어서면 대부분 정성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유연한 시스템 만들기>
그렇다면 이 꾸준한 정성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시스템'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지속시키고 지탱해줄 자기만의 시스템, 루틴,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 만들기에서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유연한' 시스템 만들기다.
원칙을 어길 때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사람들을 '손절'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잘 갖추어진 시스템의 여백 안에서 정성을 쏟을 에너지가 생성된다.
<가치를 알려면, 끈질기게 시간을 투여해야 한다>
투신하거나 헌신하지 않으면, 모른다. 모든 게 아주 단순하게만 보인다. 일이란 다 그냥 돈벌이 이상 아무것도 아니고, 글쓰기도 자기 명성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될 뿐이다. 결혼도 그저 자유를 포기한 바보 같은 일로 보이거나, 육아도 스스로 자처하는 고생과 희생 이상으로는 생각되지 않을 수 있다. 무엇이든 그 '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른다. '밖'에서 보는 시선은 진실의 100분의 1에도 닿지 못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시스템을 갖는 일>
아무런 형식도 없이 매일 되는대로 살다보면 삶이 무너지는 때가 있다. 되는대로 살지 말고 형식을 갖추어 살아햐 한다. 형식이 삶의 내용을 실제로 만들어낸다.
시스템이라는 말이 거창하다면, 이를 습관이나 루틴과 같은 말로 바꾸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