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해서 쓰는 정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번에 '잡담' 카테고리로 올린 글이 너무 화제가 된 것 같아서 혹시라도 다른 분들의 중요한 선택에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부담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굳이 다른 분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해서 이번 글은 블로그에만 올립니다(아... 블로그 첫 글이 부동산 글이라니...)
제가 부동산에 대해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진짜 모르겠다. 다만 모르는 것에 너무 큰 베팅을 해야 하는 것이 리스크라고 생각한다'가 핵심적인 이야기였는데, 기본적으로 제가 하락 뷰를 가지고 있다보니 그게 글 여기저기에 묻어난 것 같아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조금 더 솔직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확률적 사고
제가 부동산을 '믿음의 영역'이라고 표현한 것은 글을 잘 읽어보셨다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이해하시겠지만, 혹시라도 그것이 어느 한 쪽을 두고 한 얘기라고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오른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과 내린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로 나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원래 본능적으로 확률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주식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야. 이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고 말하거나 무조건 내린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고, 우리는 확률적으로 판단해야 해'라고 하면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해서는 확률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부동산은 (짧은 조정이 있더라도) 무조건 오른다'고 생각하거나 '부동산은 (이 가격에서는) 무조건 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는데 크게 아래 세가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동산은 싸이클이 길고, 원래 일반적으로 상승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하락기는 IMF 이후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뿐입니다. 그런데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너무 대형사건이어서 IMF가 없었던 대한민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었던 세계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확률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마치 피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고 정해진 미래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형사건이 사실 있을 수도 있었고 없을 수도 있었다는 확률적 사고라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부동산 매수와 매도는 일반적으로 시행횟수가 너무 적습니다. 시행횟수가 많을수록 실제 확률에 수렴하게 되는데, 시행횟수가 한번이라면 실제 확률이 얼마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나의 성과가 행운의 영향이었는지, 실력의 영향이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뷰가 포지션을 만들고 포지션이 뷰를 만듭니다. 인간은 보유편향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투자자라면 주식을 매수하고 주식과 사랑에 빠져서 점점 포지션을 늘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배분해두고 좋게 보는 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일단 늘어나면 보유편향을 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문제는 무주택은 숏포지션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1주택은 중립포지션이 아니라 풀베팅 레버리지 포지션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상당히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30%, 주식 50% 현금(단기채/예금) 20%면 중립 포지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심지어 내가 생각했던 확률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면 주식은 바로 사거나 팔면 됩니다. 엔비디아가 내 생각보다 너무 오르는데 더 오를 것 같네 싶으면 한 주 사면 됩니다. 나이키가 너무 떨어졌는데 더 떨어질 것 같네 싶으면 손절치고 팔면 됩니다(그냥 예시입니다). 부동산은 그게 어렵습니다. 주식은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할 수 있는데 부동산은 분할매수, 분할매도도 불가능합니다. 내 과거의 선택이 꼭 맞아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부동산 역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확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국가 단위에서 장기의 미래 확률을 계산한다는 것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확률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보다 10년 후의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이 높을 것이다'에 85%를 부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이 향후 10년간 가격의 최저점이다'에 25%를 부여할 것 같습니다.
이 글 내내 계속 반복해서 강조할 것 같은데,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에 확률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위 숫자는 그냥 룰렛을 돌린 임의의 숫자라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확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부동산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주택 숏베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나라로 떠나는 대한민국에 영원히 올라타지 못하고 낙오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지금 부동산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레버리지 풀베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몸을 단단히 묶어둔 대한민국과 함께 침몰하거나 10년 내내 빚을 갚으면서 고생했는데 원금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중기적 관점
임의의 숫자로 받아들이셔야 한다고 했지만 제가 왜 그런 확률을 부여하겠다고 생각하는지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이 향후 10년간 가격의 최저점이다'에 25%를 부여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10년 안에 하락 구간이 찾아와서 지금 가격보다 내려갈 가능성을 75%를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은 우상향인데 너무 과감한 베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건 지금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제 모두가 무시하고 있는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되어 있으면서 금리하락이 곧 시작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몇 번일지는 모르지만,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장단기금리차 역전도 내년에는 해소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과거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 사례를 보면 FRED에 나오는 1980년 이후의 데이터를 보면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해소되는 구간에 100% 경기침체가 있었습니다. 사실 위 그래프에는 나오지 않지만 조금더 과거까지 보면 1970년대 두번의 경기침체는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된 구간(장단기금리 역전이 해소되기 이전)에 경기침체가 왔고, 1967년에는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있었다가 해소되었는데 경기침체가 없었던 사례가 있긴 합니다.
금리인상 사이클로 보면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구간에 높은 확률로 경기침체가 있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모든 경기침체가 금리인상의 꼭지 또는 금리인하를 시작한 직후에 있습니다. 금리인하를 시작했는데 경기침체가 없었던 구간은 1994년, 1984년, 1967년인 것 같은데 그 중 1994년과 1984년은 장단기금리역전이 없었습니다.
이제 대충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아실 것입니다. 드디어 기준금리 인하 일정이 가시화되었으니 '이번 긴축 사이클은 정말 노랜딩으로 지나가면서 경기침체 구간 없이 다시 골디락스가 시작될 것인가?'에 대한 확률 부여를 해보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경기침체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확률 테이블을 아래와 같이 나눠보겠습니다.
(1) 미국에 경기침체가 와서 우리나라 부동산 하락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
(2) 미국에 경기침체가 왔는데 우리나라 부동산은 무시하고 계속 상승할 가능성
(3) 미국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고 우리나라 부동산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
(4) 미국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았는데 우리나라 부동산은 하락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
먼저 경기침체 가능성부터 구해보겠습니다.
일단 과거 경험에서 구해지는 기본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1970년대 이후 장단기금리차 역전기간 또는 장단기금리차 역전 해소 직후 구간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거의 100% 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이번에는 진짜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이전까지는 부족한 지급준비금 체제로 금리로 경기를 조절하던 구간이었고, 지금은 풍부한 지급준비금 체제로 금리와 별개로 직접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직접 유동성 주입이 끝나는 RRP 소진 이후가 위험할 것이라고 계속 강조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장치들이 있으니 RRP가 소진되면 연준이 또 무슨 장치를 동원해서 직접 유동성을 주입할지 또 알게 뭡니까? 그래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70%로 잡겠습니다.
그럼 이제 미국 경기침체가 왔는데 우리나라 부동산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완전 옛날 사례들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세계경제의 동조화가 너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 내수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마저 지금 우리나라의 미국수출 의존도가 더욱 올라간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 경기침체가 온다면 우리나라가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매우 어려워보입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2020년 코로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