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시작하기에 앞서 밸리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하고자 하시는 일 모두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모두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댓글은 몇 번 작성을 했었는데 글을 쓰는 것은 오랜만이네요. 생업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어보지만 사실은 나태한 것이 아니었나 반성도 해봅니다. 밸리에서 활동한지도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드네요.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흘러흘러 이 프로젝트에 초기 멤버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여기서 활동하며 엄청난 투자 수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투자의사결정과 삶의 중요한 결정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밸리 관계자 분과 참가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글을 쓸까말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사실 대단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치과의사' 입니다.
네이쳐도 썼고 사업을 한다며? 네 모두 사실입니다. 치과대학의 교육에 염증을 느껴 생명공학으로 뛰어들어 경험한 일들을 작성했습니다. (고맙게도 인사이트에 선정되는 영광까지.......감사합니다.ㅜㅜ) 대학병원 임상교수로도 수년간 일하다가 지금은 직원 5명의 작은 1인 치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업도 깐 김에 조금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네이쳐메디신 Accept 메일. 코로나때 IF 인플레이션이 와서 I80점대라는 말도 안되는 IF가 찍혔던 저널. 2015년 당시에도 30점이 넘는 꿈의 논문이었다. 이 메일받고 연구자로 대성할줄 알았다.^^
직업을 밝히지 않은 이유
글을 작성하거나 환자를 진료할 때 수사학을 많이 신경쓰는 편입니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로고스=말의 논리, 파토스=말의 감성, 에토스=말하는 사람의 카리스마. 사실 3가지 요소 모두 상대를 설득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음주운전하지 말아라'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이 말한다면 설득력이 있을까요? 에토스(카리스마)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논리가 없어도 유명하거나 학위가 있는 사람에게 속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반대로 '에토스'는 화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특정 직업군 사람을 일반화하여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이 작용하게 됩니다. 글의 내용보다는 화자의 부정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직업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특히나 저의 주관적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치과의사는 의사에 비해 '쟁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지적부가가치보다는 눈에 보이는 재료나 기공물을 다루는 손기술쟁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재료값'에 대한 논쟁이 항상 있습니다. 골드크라운이 얼마고 레진원가가 얼마고 등등. 병원에서 통증치료 받을 때 주사값 원가가 얼마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을 겁니다.......(치과보다 마진율이 훨씬 높습니다.ㅜㅜ) 치과치료의 특성상 본인의 입만 벌리면 치료결과가 직접 눈으로 보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재료나 약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의사들의 진료가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에서도 치과에서 사기당한 이야기, 치과의사라 밝히고 안좋은 댓글들이 달리는 것들을 종종보았기에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내가 발치한 치아와 동전.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치아는 눈에 보이기에 가격과 연관시키기 너무 좋다. 치료비 추정서를 통해 치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럼에도 직업을 밝히는 이유
무슨 사업을 하느냐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셨는데(개발자 스타트업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할 때마다 뭔가 속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치과도 일종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어서 제가 엄청난 거짓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스타트업 정도의 리스크는 아니라 생각하기에(수익모델과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이지요.) '사업'이라 표현한 것은 누군가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이런 찜찜함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계속 불편했습니다. 또한, 쓸 수 있는 글에도 제한이 생겨버립니다. 치과쪽이나 의료계쪽 이슈에 대해서 그래도 조금은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을 다루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커뮤니티의 속성에 있습니다. 제가 약간 예측을 잘못한 부분 중 하나인데 ValC가 이렇게 꾸준히 작성될 줄은 몰랐습니다. 커뮤니티에 진심인 분들이 정말 많구나를 느낀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