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은 남동향이어서 아침에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창을 통한 직사광의 대비, 커튼을 통한 확산광의 부드러움. 이 시간은 나 같은 빛 사냥꾼에게는 축복같은 시간이다. 사방이 사냥감이니 말이다. 가만히 앉아서 퍼지는 빛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병원과 집만 왔다갔다하는 점방생활을 한다. 나는 술담배도 하지않고 일하고 쉬고 하는게 생활의 전부다. 매일의 반복 속에 숨겨진 변화들을 발견하곤 한다. 변화하는 빛과 풍경들이 보이고 발치실력의 미묘한 변화들이 느껴진다. 그래서 반복된 일상이 지겹지 만은 않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갈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느껴질 리 없다. 나에게 반복된 일상은 측복이다.


젊을 때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맥이란 이름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할 때도 있었다. 40대가 되면서 느끼는건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거다. 자신의 내면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마찬가지일거다. 기회와 인연이 된다면 지인들을 만나지만 억지를 부리려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배풀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내곁에 있는 가족과 직원들에게 더 신경쓰려 한다. 하지만 이런 인연들도 영원한 것은 아니란 것을 가끔 생각한다.

우리 병원 운영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의뢰주시는 병원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의뢰를 해달라 요청하진 않는다. 무언가에 의존하게 되면 그에 따른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의 일이란 필요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어서 내가 실력과 인성을 갖추고 있다면 언젠가 인연이 닿을거라 믿는다. 발치 환자들에게도 발치를 강요하지 않는다. 발치가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상황과 예후를 설명드리고 최선을 다해서 해드리지만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은 억지로 하지 않는다. 사랑니발치가 응급으로 해야할 일은 아니다.
빛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