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조금 자극적인 제목이긴 한데 사실이라서 더 슬프다. 치통으로 지옥 같은 밤을 보냈다. 치과의사가 치통이라니.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약간의 방심과 방치가 이런 사태를 불러왔으니 참 할 말이 없다. 부재가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듯이, 극심한 통증은 아무 일도 없는 편안한 상태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출퇴근하고 일하고 밥 먹는 모든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생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그런데 진화적으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인간이 가진 것에 계속 만족했다면 지금 같은 발전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사진에 심히 몰두하며 사진 강의를 들으러 휴일도 반납하고 서울을 왕복하다 보니 치아가 신경 쓰일 정도로 조금 욱신거리는 게 느껴지긴 했다. 통증은 기가 막히게도 일요일 밤에 시작되었다. 자다가 극심한 통증에 깨서 한숨도 잠을 못 이뤘다. 월요일에 예약된 환자들은 쌓여 있었고 진료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출근하자마자 내 잇몸에 스스로 마취를 했다. 마취를 하니 조금 살만했는데, 3시간 뒤에 다시 올라오는 통증. 또다시 마취하고 진료하고. 이렇게 하루는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저녁에 신경치료 전문의인 형님 치과에 급하게 예약을 하고 방문해서 신경치료를 시작했다. 신경치료를 시작했음에도 잔잔한 통증은 지속되었는데, 이는 진통제를 때려부어 겨우 버틸 수 있었다.
비가역성치수염의 통증강도는 VAS(Visual Analogue Scale) 척도로 9이상이다. 그래프에서 가장 높은 검은색 Bar가 비가역성 치수염의 통증 강도(91.8)이다.(여기서는 100점 만점으로 계산했다) VAS는 개인의 주관적 통증을 수치화하는 방법으로 보통은 10점이 만점이다. 10점은 표현상 '죽고싶은 통증',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최고의 통증'을 의미한다. 출산한 여성에게는 출산의 고통으로 표현을 한다. 나도 환자에게 가끔 사용하는 Scale이다. 그런데 비가역성 치수염을 겪은 사람의 평균 통증 강도가 문헌상으로도 9 이상이다.......내가 겪어본 바로도 지극히 동의하는 바이다........J. Dent. Sci., 2012.
내 진단명은 Abfraction에 의한 비가역성 치수염(Irreversible pulpitis). 내가 스스로 진단을 내리니 더 자괴감이 든다. 충치나 평소 관리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라지만, 어쨌든 치과의사가 이런 상태까지 놓친 건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은 조금은 치과의사다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 질환을 계기로 치아의 구조와 질환의 특성에 대해 짚어보면, 상식적으로 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레퍼런스까지 달린 고품격 컨텐츠…이고 싶다......
그럼, 시작해보자.
치아는 자연적으로 깨져나간다.
우리 몸에서 무기질 함량이 가장 높은 조직은 치아의 외피에 해당하는 법랑질(Enamel)이다. 무기질 함량이 96% 이상으로, 뼈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 때문에 구강은 매우 흥미로운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부드러운 조직인 ‘점막’과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씹으면서 치아로는 단단한 식감을 인지하고, 점막으로는 음식물의 섬세한 질감을 감지한다.
입안 감각의 예민함은 머리카락을 통해 잘 드러난다. 머리카락 굵기는 약 0.1mm로 매우 가는 편이지만, 이것이 치아에 씹히거나 점막에 닿았을 때도 우리는 그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만큼 구강은 정밀하고 민감하게 설계된 기관이다.

치아의 모스경도는 5정도로 웬만한 돌보다 단단하다. 물론 경도는 강도와는 다른 개념이라 경도가 낮은 돌이라고 씹었다가는 치아가 깨질 수 있다.
이런 단단한 치아조직도 사실은 '결'을 가지고 있다. 이를 Enamel Rod라고 한다.
치아외피인 법랑질에는 Enam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