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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최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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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최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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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2026.04.06조회수 1,5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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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구독자 382명구독중 31명
Don't Panic

우리는 인생을 풀어야 할 문제처럼 대한다.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마치 어딘가에 정답이 있고, 그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나보다 대단한 사람의 인생이 모범답안인 것처럼.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언젠가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이 사고방식에는 이름이 있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optimization(최적화)이라 부른다.


수학이 말하는 최적해

최적화는 수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어떤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가 있고, 그 함수의 값을 최대화하거나 최소화하는 점을 찾는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local maximum과 global maximum이다.

Local maximum은 "주변보다는 높은 봉우리"이다. 산 위에 서 있으면 사방이 다 내리막이니까, 여기가 꼭대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지도를 펼쳐보면, 저 멀리 더 높은 봉우리가 있을 수 있다. 그곳이 global maximum이다.

fig1_local_global_max.png

문제는, local maximum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gradient ascent처럼 국소적인 기울기만 따라가는 방법으로는 local maximum을 빠져나올 수 없다. 더 높은 봉우리로 가려면 일단 내려가야 한다. 잠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최적화 이론에서는 이를 위해 simulated annealing 같은 기법을 쓴다. 일부러 무작위로 점프하거나, 일정 확률로 안 좋은 방향도 수용하는 것이다.


인생에 대입하면 이런 뜻이 된다. 지금 자리가 나쁘지 않더라도,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보다 나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창업하거나, 잘 나가는 커리어를 접고 전혀 다른 분야를 시작하거나.


매력적인 비유이다. 자기계발서 한 권이 나올 법하다.


"리스크를 감수하라, 안전지대를 벗어나라, 그래야 더 높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비유를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아주 불편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인생은 어떤 종류의 함수인가

최적화가 작동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목적함수를 알아야 한다. 뭘 최대화하고 있는지를 모르면 gradient(기울기)를 계산할 수 없다. 인생에서 목적함수는 무엇인가? 돈인가, 명예인가, 행복인가, 의미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인생의 절반이다. 그리고 그 답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


둘째, 함수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걸음 내딛는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인생의 목적함수는 비정상(non-stationary)이다. 25살의 봉우리와 35살의 봉우리가 다르다. 더 심하게는, 어떤 봉우리에 올라서면 landscape 자체가 바뀌어서 전에 보이지 않던 봉우리가 새로 나타난다. 돈을 벌고 나면 돈이 목적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안정을 얻고 나면 모험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fig2_nonstationary.png


셋째, 공간이 연속이어야 한다. 국소적 기울기를 따라가는 방법은 미분 가능한 연속 공간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연속이 아니라 이산(discrete)이다.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 퇴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여기에는 gradient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을 0.7만큼 해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분 불가능한 절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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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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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는 느리고, 조급함은 비싸다

— 느린 부와 빠른 삶 사이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가장 부자가 되기 어려운 선택을 반복한다. 이 문장은 늘 듣던 교훈처럼 들릴 수 있다. 사람들은 조급하고, 그래서 큰 실수를 저지른다는 식의 익숙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평면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빠른 부를 원하는 이유는 단지 탐욕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오히려 꽤 정확한 감각적 지식이 내재돼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다. 같은 돈이라도, 언제 손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젊을 때의 돈은 늙어서의 돈보다 훨씬 더 큰 효용을 가진다. 같은 10억이라도 스물여덟의 10억과 예순여덟의 10억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젊은 시절의 돈은 단순한 소비 여력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권이고, 시간이고, 실험할 자유다. 하기 싫은 일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힘이고, 더 나은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이며,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완충재다. 무엇보다도 젊은 시절의 돈은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감각이 된다. 원한다면 다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확신, 더 늦기 전에 내 시간을 내 뜻대로 배치할 수 있다는 감각은 늦은 나이에 얻는 부와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욕망이다. 인간은 단지 돈의 현재가치만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생의 현재가치도 계산한다. 지금의 1은 미래의 1보다 무겁다. 특히 젊을 때는 더 그렇다. 나이와 시간의 속도는 비례한다는 '자넷의 법칙'. 그것이 엄밀한 법칙이든 아니든,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느낀다는 사실 자체는 낯설지 않다. 스물다섯의 1년과 쉰다섯의 1년은 달력상으로는 같은 길이지만, 체감상으로는 결코 같은 시간이 아니다. 젊은 시절의 1년은 더 길고, 더 무겁고, 더 결정적이다. 그 안에는 방향 수정의 가능성, 관계의 확장, 실패 후 회복, 새로운 세계와 부딪칠 기회가 훨씬 더 많이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젊은 사람에게 "천천히 부자가 되라"는 말은 그저 재무 조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때로는 이렇게 들린다. 지금 가장 값비싼 시기를 참고 견디라는 말, 가장 선명한 시간들을 나중을 위해 유예하라는 말. 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정확히 느낀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조급함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조급함은 완전히 어리석은 것도, 단순히 탐욕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는 현실을 정확히 읽은 결과다. 문제는 그 정확한 감각이 자주 잘못된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젊은 부의 가치가 크다는 사실은 맞다. 그러나 그 사실이 곧 조급한 베팅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빠른 부를 원하는 욕망은 대개 시간을 건너뛰고 싶다는 욕망과 연결된다. 남들보다 빠른 정보, 더 공격적인 레버리지, 이번 한 번이면 된다는 확신, 복리의 지루한 경로를 단숨에 뛰어넘게 해줄 것 같은 기회. 사람들은 부를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부 자체보다도, 부가 상징하는 급격한 서사의 전환을 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비교의 압력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사람은 혼자 늙지 않고, 혼자 돈을 벌지 않는다. 늘 또래와 함께 간다. 누군가는 창업으로 크게 벌었고, 누군가는 스톡옵션으로 인생이 달라졌고, 누군가는 어떤 자산의 급등 위에 올라탔다. 나는 아직 천천히 쌓고 있는데, 남은 이미 도착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 사람은 쉽게 흔들린다. 그때부터 복리는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느리게 가는 길은 틀린 길이 아니라도, 패배한 길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멈추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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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2026.04.06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말씀하신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고 그렇게 저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쪽으로 갔습니다...?!ㅎㅎ 그냥 운명을 사랑하며 열심히 사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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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6

오늘도 감사합니다! 니체라니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네요 ㅎㅎ 그쪽으로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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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몬
2026.04.06

저는 실존주의가 떠오르더라구요. 인생의 정답은 결국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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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장기채
2026.04.14

엇 저는 니체의 영원회귀는 오히려 최적해를 구하는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재밌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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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아저씨
2026.04.06

너무 좋은 글이네요.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인공지능의 기초와 함께 설명해주신 감명 깊은 글입니다.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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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6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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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셋
2026.04.06

.....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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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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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화천
2026.04.06

좋은 글 감사합니다. satisficing에 많은게 담겨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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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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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세계관
2026.04.0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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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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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구드
2026.04.06

감사합니다! 요즘 인생의 Cost function 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ㅋㅋ 저에게 아주 시의적절한 글이네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거 하면서 그냥 산다!" 라는 생각이 도움이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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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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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2026.04.06

와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냥 사는 것이다. ' 너무 인상 깊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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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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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wwww
2026.04.06

그냥 물 흐르듯이...하루하루 그냥 하다보면 좋아지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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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공감합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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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치오
2026.04.06

요즘 너무 불편했는데.. 저의 불편함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셨네요.

알고나니 더 불편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살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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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너무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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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홍진채
2026.04.06

법륜스님이 말씀하셨던 고통이 없는 상태가 행복인데 왜 자꾸 고통을 찾아나서냐는 말씀이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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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작성자
2026.04.07

좋은 글귀 감사드립니다. 어느 순간에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이 풍족한 삶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