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최적해

인생의 최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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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2026.04.06조회수 1,243회

우리는 인생을 풀어야 할 문제처럼 대한다.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마치 어딘가에 정답이 있고, 그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나보다 대단한 사람의 인생이 모범답안인 것처럼.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언젠가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이 사고방식에는 이름이 있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optimization(최적화)이라 부른다.


수학이 말하는 최적해

최적화는 수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어떤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가 있고, 그 함수의 값을 최대화하거나 최소화하는 점을 찾는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local maximum과 global maximum이다.

Local maximum은 "주변보다는 높은 봉우리"이다. 산 위에 서 있으면 사방이 다 내리막이니까, 여기가 꼭대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지도를 펼쳐보면, 저 멀리 더 높은 봉우리가 있을 수 있다. 그곳이 global maximum이다.

fig1_local_global_max.png

문제는, local maximum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gradient ascent처럼 국소적인 기울기만 따라가는 방법으로는 local maximum을 빠져나올 수 없다. 더 높은 봉우리로 가려면 일단 내려가야 한다. 잠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최적화 이론에서는 이를 위해 simulated annealing 같은 기법을 쓴다. 일부러 무작위로 점프하거나, 일정 확률로 안 좋은 방향도 수용하는 것이다.


인생에 대입하면 이런 뜻이 된다. 지금 자리가 나쁘지 않더라도,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보다 나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창업하거나, 잘 나가는 커리어를 접고 전혀 다른 분야를 시작하거나.


매력적인 비유이다. 자기계발서 한 권이 나올 법하다.


"리스크를 감수하라, 안전지대를 벗어나라, 그래야 더 높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비유를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아주 불편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인생은 어떤 종류의 함수인가

최적화가 작동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목적함수를 알아야 한다. 뭘 최대화하고 있는지를 모르면 gradient(기울기)를 계산할 수 없다. 인생에서 목적함수는 무엇인가? 돈인가, 명예인가, 행복인가, 의미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인생의 절반이다. 그리고 그 답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


둘째, 함수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걸음 내딛는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인생의 목적함수는 비정상(non-stationary)이다. 25살의 봉우리와 35살의 봉우리가 다르다. 더 심하게는, 어떤 봉우리에 올라서면 landscape 자체가 바뀌어서 전에 보이지 않던 봉우리가 새로 나타난다. 돈을 벌고 나면 돈이 목적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안정을 얻고 나면 모험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fig2_nonstationary.png


셋째, 공간이 연속이어야 한다. 국소적 기울기를 따라가는 방법은 미분 가능한 연속 공간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연속이 아니라 이산(discrete)이다.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 퇴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여기에는 gradient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을 0.7만큼 해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분 불가능한 절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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