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떤 투자자인가?'
'어떤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가?'
저번 시냅스 독서 모임에서 골드브루님이 주셨던 질문입니다. 저는 제대로된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냥 홍진채 대표님 투자스타일 베끼려고 노력 중이라고만... (내가 하는 투자가 합리적 투자라는 망언까지...)
사실 투자 철학이라는 단어도 오글거립니다. 투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게는 돈을 버는 효율적인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성장과 경제 활성화 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부가적인, 행위를 합리화하는 정도지. 주된 이유는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는 재밌는 행위는 맞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세상을 바꿀 기업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는 통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자 4년차, 이제 겨우 좀 의미있는 수익을 내는 정도입니다. (올해 드디어 노동소득 < 금융소득이 됐습니다..)
밸리가 없었다면 기초적인 투자 개념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적극적인 알파 창출을 위한 리서치도 제대로 못했을 것입니다. 제 포트에 있는 기업들이 밸리 커뮤니티의 참여자 분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매수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창구들을 통해 알파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밸리에서 받았던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제가 시장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어떻게 투자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공유해볼까 합니다.
아 저 사람이 저런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미있는 기간동안 엄청난 초과수익을 내지도 못했고, 이제 스물네살 먹은 경험 없는 인간입니다. (취업을 스무살에, 투자는 스물하나에 시작했습니다)
주식의 뒤에는 기업이 있다.
뻔하디 뻔한 말입니다. 어떤 투자책을 펼쳐도 비슷한 말이 하나씩은 있을듯 합니다. 주식은 기업을 잘게 쪼개놓은 것을 의미하고, 그렇기에 주식의 가치는 기업의 가치에 비례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나아가서 저는 주식을 바라볼 때, DCF적인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DCF의 함의는 간단합니다.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벌어들일 돈을 할인해서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것. 분자에는 현금흐름이 분모에는 할인율이 있는 간단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이 공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현재와 가까울수록 현금흐름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미래로 갈수록 적어진다는 것. 영구가치가 기업가치의 5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먼 미래에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할인율을 통해 금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을 수 있고, 할인율 자체가 기대수익률과 동의어라는 것. (feat. 거인의 어깨)
기업의 가치는 매년 증가한다는 것. 그 증가분은 할인율+예상하지 못한 성장만큼이라는 것.
공식은 기업 가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내고, 우리는 그걸 통해 아이디어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와 가까운 현금흐름일수록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연도, 심지어는 가까운 분기에 성장이 확실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할증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기기 어렵다.
이것 또한 정말 많은 투자서적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요즘 들어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보는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효율적이라면 워런버핏같은 사람은 나오지 못했겠죠.
밸리의 강의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애초에 효율적 시장 가설은 불가능한 가정을 전제로 합니다. '모든 시장참여자들은 최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정보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정입니다.
특히 요즘은 패시브 투자의 증가와 개인이 의미있는 참여자로 부상하며 좀 더 비효율적이 된 것 같다는 뇌피셜...
양자역학은 이 세상의 원리가 확률에 근거함을 알렸습니다. 금융시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인간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 많은 똑똑한 인간의 집단지성조차 모든 사실을 반영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시장은 앞서 이야기했듯 똑똑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금융업에서 얻는 엄청난 보수는 똑똑한 인재를 빨아들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알파를 얻기 위해 위성데이터를 사고, AI를 학습시키고 있으며, 초고빈도매매를 위해 몇 천억을 들여 거래소와 광통신선을 깔고 있습니다.
알파가 제로섬이라고 할 때 우리는 상대를 이겨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관이 뛰어노는 곳은 정보, 자금, 절제 모두 우리가 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비효율적인 곳, 기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공략하려고 노력합니다.
1) 소형주
저는 우리나라 기업을 볼 때는 시가총액 1000억~5000억인 기업, 해외에서는 3조 아래인 기업을 선호합니다. 기관은 구조적으로 이런 시장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설사 참여한다고 해도 제약사항이 많기에 제가 비교적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가총액이 5000억인 기업에 기관이 투자를 한다고 합시다. 그럼 우선 얼마를 투자할지 정해야합니다. 5% 이상은 지분공시를 해야하니 그 밑으로 투자를 해야할 겁니다. (왜곡은 비용을 부르기 때문이죠) 그럼 4.9% 그냥 반올림해서 5% 투자한다고 치죠.
그럼 250억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근데 투자를 하려고 하니 이 기업의 일 거래액은 2억이 안되네요. 그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매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거래일동안 매수해야할까요?
그래서 어찌저찌 지분을 모두 받았다고 칩시다. 그래서 기업의 가치가 올랐습니다. 그럼 이제 매도를 해야하겠네요? 어떤식으로 매도를 해야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고 매도할 수 있을까요?
이런 구조적인 한계는 기관의 참여를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그렇게 내부자 및 개인 간의 매매만 이뤄지는 시장이 완성됩니다. 정보 비대칭성이 커지게 되고, 비효율성은 증가합니다. 그리고 그 비효율성은 알파의 원천이 됩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알파를 뜯기기도 쉬운 시장이 되는 거죠.
소형주라고 다 알파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비효율성은 양면으로 작용합니다. 너무나 저평가된 기업도 있지만 너무나 고평가된 기업도 생길 수 있습니다. 23년의 이차전지가 그런 경우겠죠. 비효율성이 강한 시장을 선택한다는 건 분포가 더 넓게 퍼져있는 시장에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알파를 얻는 종목 혹은 가격이 있는 만큼 알파를 뺏기는 종목 혹은 가격이 있습니다.
저는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내년 이익 성장률이 30%가 넘는 상황에서도 PER이 5배가 부여되는 상황이 흔한 상태였죠. 제 포트도 거의 그런 극단적인 기회들을 노렸기에 올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기회는 널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내년 이익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거죠.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다 틀립니다. 방향과 정도만 대충 알면 됩니다.)
2) 시간 지평
기관은 시간지평을 꼬이기 쉽습니다. 환매제한 등을 통해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려고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고객은 거의 항상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



내가 생각하는 투자철학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되는 너무 좋은 글입니다. 항상 좋은 투자아이디어와 글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정말 깊은 통찰입니다, 잘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스물넷에 벌써 금융소득이 노동소득을 넘어섰다니 엄청난 일을 해내셨네요. 저는 천천히님이 한 해 반짝하고 마는 투자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투자에 관한 생각을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텔레그램 구독 채널들도 궁금하네요!

Brain and body research 퀄리티기업연구소 루팡 파하의 아카이빙노트 선진짱 주식공부방 을 추천드립니다 다른 채널보다 더 좋은 내용을 담는 것 같아요!

생각공유 감사합니다 똑같은 4년차 투자인데 아직도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건 천천히 님 처럼 깊이있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렇구나 싶네요

저는 모방꾼에 불과합니다 그저 따라할 뿐이죠!

방금 유연님의 회의록을 보고 생각나서 왔습니다. 저도 국장을 주력으로 투자하면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지엔씨, 인카 등등 저도 모두 봤던 기업인데, 회사 육아 등등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소량만 매수하거나 사지 않았네요.. 한개씩이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없는 시간 쪼개가며 투자하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죠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작성해주신 글에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입니다. Q1.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금년도 10월쯤 교과서 선정 시 까지 보유하실 예정이신가요? Q2. 구독중인 네이버 블로그도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보유는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다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입니다. 손익비를 주로 따질 것으로 보이네요 2. 메르 농구천재 Values in growth 김단테 작업중이양 그 외에도 많은데, 다 담기는 어렵네요 ㅎㅎ... 관심이 가는 기업에 대해 리서치를 시작하면 그걸 열심히 파고계신 투자자분이 한 두명은 나옵니다. 그런 분들 글을 읽으려고 노력하네요 또 추가로 서울대투자동아리 등 대학생 투자 동아리의 보고서가 상당한 도움이 되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깊이 있는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읽는 량이 많으실거같은데 생각 정리의 시간을 따로 갖는지, 평소 공부 루틴도 궁금합니다!

루틴이라 할만한 건 딱히 없어서.. 생각 정리는 무의식을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멍 때린다는 뜻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