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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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작년 (2025년 3월), o3와 DeepSeek R1 등이 등장한 직후에 저는 "AGI는 철학적 질문일 뿐, 시장은 실증적으로 체감되는 성능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고, 몇가지 예측을 한 바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AI 산업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성찰해보며 어떤 예측이 맞았는지, 또 어떤 예측은 빗나갔는지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저는 "우리는 AI가 얼마나 AGI에 가까운지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가를 보고 구독한다"는 예측을 하였습니다. 인상 깊게도 지난 1년은 '에이전트(Agent)의 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실용주의적 에이전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25년 2월 Anthropic이 'Claude Code'를 출시한 이후, 오픈소스 진영의 'OpenClaw' 등이 큰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OpenAI와 Google 역시 각각 'Workspace Agents'와 'Workspace Intelligence'를 선보이며 대리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특정 태스크 중심의 AI 에이전트가 통합되는 비율은 2025년 초 5% 미만에서 2026년 말까지 40%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처: Gartner Inc.)
그 중에서도 흥미롭게 볼 것이, 최근 Anthropic의 경이로운 매출 성장세입니다.

(출처: The AI Corner)
Anthropic은 최근 ARR $30B를 달성하며 OpenAI를 추월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Ramp의 최신 인덱스를 보면 마침 해당 시점 부근 Anthropic이 유료 기업 고객 도입률 (Paid business-adoption)에서 OpenAI를 최초로 추월했다는 것입니다.

(출처: Ramp)
두 회사의 트래픽 구조를 뜯어보면 시장의 향방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OpenAI는 주간 활성 사용자(WAU) 9억 명에 달하는 ChatGPT Plus 중심의 소비자(B2C) 구독과 API 매출이 혼재되어 있으며, 이는 주로 개별 직원들의 수동적인 생산성 도구로 소비됩니다. 반면, Anthropic의 트래픽과 매출은 철저히 엔터프라이즈 API와 기업 워크플로우 툴(B2B)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현재 AI 산업에서 B2B 시장의 규모와 매출 기여도가 B2C를 압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실무 워크플로우에서는 AI의 '지능 점수'보다 시스템에 매끄럽게 붙어 독립적인 태스크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서의 실증적 유용성'이 훨씬 중요하며, 이를 잘 활용한 Anthropic이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OpenAI와 Anthropic 양사가 합쳐서 약 560억 달러 규모의 ARR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25년 초와 비교했을 때 불과 1년 만에 시장 전체 매출이 약 8배 폭발한 셈입니다. 이처럼 칩을 꽂는 대로 곧바로 매출(Cash)로 전환되는 구조가 증명되자,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데이터 센터 투자(CapEx) 계획을 바라보던 시장의 시선도 "무모한 버블"에서 "합리적인 설비 투자"로 서서히 돌아서고 있습니다. 물론 과잉 투자에 대한 거시경제적 회의론은 여전히 존재하며, 저 역시 그 비판적 시각에 동의합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시장의 내러티브를 바꾼 이 거대한 자본의 움직임이, 과연 인공지능 기업들이 그토록 외치던 'AGI(범인공지능)'를 실제로 구현해냈기 때문인가?" 역설적이게도 지난 1년은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어도 대중과 시장의 반응이 가장 미적지근했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ARC-AGI-3' 벤치마크에서 현존하는 프론티어 모델들은 인간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학술적, 철학적 정의로서의 AGI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출처: ARC Prize)
결국 내러티브의 변화는 지능의 본질적 진화 때문이 아니라, '에이전트 AI'라는 확실한 현금 창출 창구가 확립되면서 시장과 소비자가 AI라는 상품을 훨씬 더 성숙하고 실증적인 관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이처럼 에이전트 비즈니스를 통해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Anthropic, OpenAI, Google 모두의 입에서 "인류를 구원하거나 초월할 AGI가 곧 도래한다"는 식의 종교적, 철학적 내러티브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매출이 미비하던 시절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구원자로서의 지능'이라는 허황된 서사에 의존해야 했지만, 수요가 폭발하고 마진율이 검증된 에이전트 시장이 열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AI 투자는 재무제표 위에서 증명되는 합리적인 비즈니스 스케일업의 영역으로 진입했습니다.
1년 전 제 포스트의 마지막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AI 기업들은 점점 더 개인 맞춤형이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신경망 모델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진정한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을 달성할 수 있다면 AI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AI 산업은 점점 AGI보다는 개인화된 모델 개발로 방향을 선회할 것입니다. 결국 AGI는 소수의 연구자들이 철학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탐구하는 한정된 연구 분야로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전히 미래의 어떤 시점에는 산업이 제가 예상했던 개인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러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콘텍스트 윈도우의 비약적인 확장이나 하이브리드 컴퓨팅 아키텍처 같은 공학적인 발전이 뒷받침된 것도 사실입니다만, 제가 간과했던 진짜 이유는 기술 그 자체보다 비즈니스의 성공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굳이 모델의 체급을 낮추고 개별 유저에게 맞춘 비용 효율적인 경량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현재의 초거대 클라우드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에이전트 AI'라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유저와 시장을 완벽하게 설득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AI가 글이나 코드를 써주는 수동적 도구에 머물렀기에, 천문학적인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려면 가격을 낮춘 효율적인 개인화 모델로 선회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Claude Code나 Workspace Agents처럼 인간의 노동력을 직접적으로 대체하며 수십, 수백 단계의 워크플로우를 end-to-end로 완수하는 에이전트가 등장하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시장은 이제 AI를 ...

"Absolute Insight"

Indeed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적 의미의 AGI는 아니여도 모델 자체의 성능의 개발에는 여전히 힘을 쏟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사비스가 최근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AGI 달성 가능할 것 같다 발언했고 메타 역시 초지능이 존재함을 전제로 연구개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1) 적당한 수준의 모델 + 경제적 관점에서의 효율화
2) 똑똑한 모델 개발에 더 많은 자원 투입
이 두가지 노선 중 어느 노선을 따르는 AI Labs 혹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성능 개발에는 여전히 힘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AI 산업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있고, 각 플레이어마다 AGI, ASI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motivation이 상당히 다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Hassabis의 경우에는 CS 학사, Cognitive Science 박사학위를 가진 인물입니다. 학계에서도 상당히 최근까지도 활동했고, DeepMind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이전보다는 적지만) computational neuroscience에서 재밌는 논문들을 내고 있고요. 상당히 오랫동안 "지능이란 무엇인가"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반면에 Zuckerberg는 모두가 알다시피 사실 "지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오래 고민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자신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에서 그 둘은 상당히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삭제된 대댓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Zuckerberg는 그 당시에 가장 유행하는 기술이나 키워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해 과감히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경영자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로, 이후에는 AI로 기업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보면 말이죠. 좋게 말하면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철학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ASI를 외치는 것도, 어떤 명확한 근거가 과연 있어서일까? 에 대해서 저는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Meta가 가실 세간의 인식 (저만 그런걸지 모르겠지만) 보다는 상당히 AI 쪽으로 흥미롭고 좋은 연구 논문들을 많이 낸다는 것입니다. AI 연구자들 단톡방이 있는데 Meta 논문들이 많이 올라오거든요. 다만, 그 기술들이 AGI나 ASI에 도달하기에 아주 중요한 연구라기보다는 상당히 practical한 use로 보이는 논문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meta가 쓰는 논문들이 제 전문 분야는 아니라서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Hassabis의 경우에는 AGI에 대해서 신념적인 철학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Hassabis야 말로 DQN, AlphaGo, AlphaStar, AlphaFold 등등 hand craft가 최소한인, tabula rasa로 시작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AI로 많이 해온 인물이니까요. 그의 학문적 배경과 성공 경험들은 AGI에 대해서 남들이 볼 때는 집착적인 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소 산만하게 이야기했습니다만, 두 기업의 수장 모두 AGI, ASI를 외치는 이유가 현재 학계에 대해서 아주 냉철하고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의 흐름에 편승하는거거나, 개인적인 신념 때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우리가 AGI에 도달했을 때 기대하게 되는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는 것이 저는 Amodei 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모델 + 경제적 관점에서의 효율화”가 이길 것이냐, “똑똑한 모델 개발에 더 많은 자원 투입”이 이길 것이냐는 더이상 둘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닌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계산기를 잘 두들겨보고 그 사이의 밸런스를 잘 지켜나갈 수 있는 기업이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요.
물론, 모델 개발에 자원을 몰아주는 도박을 둬서 성공하는 기업이 나올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제가 생각에 이미 AI 시장은 생각보다 많이 mature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즉슨, AI 제품을 더이상 성능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상품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따라서 단순히 성능을 많이 올려서 game changer를 만들어보겠다는 아이디어는 상당한 리스크를 진 도박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사견입니다.

흥미롭네요.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