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그 애잔한 경이로움에 대하여.

임신과 출산, 그 애잔한 경이로움에 대하여.

avatar
뎡의
2025.06.20조회수 75회
image (1).png

아내의 출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아기가 좀 큰 편이라 예정일 보다는 1주 정도 빠르게 제왕절개 날짜를 잡았다. 혹시나 그 전에 진통이 오면 자연분만을 시도하자 생각했지만, 말랑이는(태명) 꽤나 느긋한 딸이었다. 아마도 내일 오전과 오후의 경계 즈음, 카이사르가 태어난 방식으로 제왕처럼 세상에 나오겠지.


직업 특성 상, 그리고 그 직업 내에서도 분야 특성 상 산모들의 출산을 많이 보았다. 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산부인과 의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산모를 보고, 출산을 많이 겪는 의사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역시나 산부인과 의사 다음으로) 산모의 신체 변화에 대해 잘 아는 축에 속하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임신과 출산이란 과정은 상당히 여성에게 있어 큰 신체적 변화이자, (감히 표현하기 조심스럽지만) 큰 위험이라고 느낀다. 임신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변화가 생긴다. ‘아기를 받아들이는 변화’와 ‘아기를 내보내려는 변화’.


먼저 엄마의 몸은 ‘아기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한다. 아기는 엄밀히 말하면 엄마에게 있어 ‘이물질’이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자기-비자기(self-nonself)’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자기(self)’로 인식하는 대상은 공격하지 않고, ‘비자기(nonself)’로 인식하는 대상은 공격하게 된다. 이를 ‘면역’이라고 한다. 문제는 임신 과정에서 이러한 ‘자기-비자기’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게 되면 아기를 공격하게 되고 임신이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엄마의 면역 체계는 대폭 변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신체적 변화가 동반 되는데, 호르몬의 변화와 합쳐져 정말 별의 별 문제들이 튀어나온다. 가벼운 소양증 부터, 심한 두드러기, 돌발성 난청, 자가면역 갑상선염이 있던 산모는 심화되기도 하고 하여튼 우리끼리 우스갯 소리로 아무 증상이나 임신성을 붙이면 나타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면역 체계 변화에서 가장 무섭고 문제가 되는 합병증이 바로 ‘임신 중독증’이다. ‘자간증’과 ‘전자간증’을 통틀어 부르는 ‘임신 중독증’은 면역 관용, 즉 태아를 이물질로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기와 엄마를 연결해주는 태반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게 된다. 태아에게 혈액을 보내는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태아 혈류가 줄어들게 되고, 이 과정은 산모의 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 반응의 결과로 혈압이 상승하고, 신장은 필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변에서 단백질이 나오고, 몸이 붓고, 지혈이 잘 되지 않으며, 심하면 간, 신장, 뇌 등 장기가 손상되기도 한다.


면역체계 뿐 아니라 심혈관, 호흡기계의 변화도 생긴다. 아이에게 더 효과적으로 혈류를 ...

회원가입만 해도
이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어요.

이미 계정이 있으신가요?로그인하기
댓글 5
avatar
뎡의
구독자 26명구독중 7명
Bridging the gap between Medical Reality and AI Potent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