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자본론. 그 어려운 책을 읽으시다니... 저는 운좋게 대학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님의 경제학 수업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많은 코멘트를 남길 수 있을 듯합니다.
1. 먼저 자본론은 총 3권인데, 마르크스가 2권까지 원고를 작성하고 3권은 미완인 채로 사망했던지라 그의 동료인 엥겔스(마르크스의 생활비를 지원한 부르주아입니다)와 마르크스의 자식이 함께 3권을 정돈해서 출판했습니다. 즉, 자본론 1-3권까지 마르크스가 전반적으로 탈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본론 1-2권은 마르크스의 문장력이 드러나는 만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현학적이고 현란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2. 실상 자본론이 출판될 즈음에 주류 경제학은 고전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논리 말이지요. 당시 시대상(1900년대 이전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에서 경제학적으로 현대 금융에서 전제되는 화폐이론 등은 당연히 없고, 금융시장도 실물경제를 압도할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3.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자이고(단순히 유물론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사상을 과학적 공산주의(마르크스는 수많은 공상적 공산주의를 가루가 되도록 깝니다)라고 소개합니다. 그의 사상에 따라 자본론은 탑다운으로 전개됩니다. 자본론 1권에서 마르크스가 가치, 화폐의 탄생과 물신성,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경제구조를 설명하고, 2권에서 다음 논리를 전개합니다. 자본론 역서 1-3권보다도 해설서를 하나 끼고 읽으시는 게 자본론의 논지와 맥락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4. 자본론의 요지는, "변증법적으로 자본주의 다음에 도래할 경제체제는 공산주의다."입니다. 마르크스는 저 1문장을 논증하기 자본론을 집필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내포된 모순으로 인하여 자본주의가 스스로 붕괴하고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혁명이라는 거죠.
5. 물론, 주류경제학은 마르크스 경제학의 "노동가치론"을 한참 전에 논파했고(재화에 투하한 노동시간이 재화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이론: 수요와 공급 법칙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지요?), 마르크스 경제학이 이론적으로 치밀해서 경제 정책을 만들거나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괜히 소련의 경제정책이 계획경제고 꼬라박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선 경제정책을 어떻게 만드는지 적어두지 않았습니다.
6. 그러나 마르크스를 섣불리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역사를 고대-원시적 공산주의, 중세-봉건제, 근대-자본주의, 현대와 미래-공산주의라는 변증법적 구조로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시대구분이 마르스크가 자본론에서 부연된 설명에 가깝습니다. 또한, 자본론 1권에서 설명했다시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용어를 경제학에 새겨뒀지요. 화폐의 물신성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7. 대공황 시기, 많은 유럽 국가가 복지제도를 도입한 계기도 당시 소련의 경제발전은 눈부셔서 국내의 공산주의자가 날뛴 게 컸습니다(당시 소련의 경제정책이 비인간적이었다는 점에 이견이 없지만 대공황 당시의 참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본주의가 현대에서 수정자본주의로 거듭난 계기도 대공황뿐만 아니라 유럽에 붙어있는 소련이 공산주의국가라는 것도 컸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르스크의 자본론이 마냥 무의미하진 않습니다.
자본론 해설서와 함께 자본론 역서 일독을 권하면서 댓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