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지난 편식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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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부터 기타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저 막연하게 "언젠가는..." 이라는 말만 연신 되뇌이면서 차일피일 미루어오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드디어 진한 가로선과 함께 지워버렸다. 원체 우유부단하고 걱정이 앞서는 스타일이라 뻔히 있는 흔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런 결단들이 빨라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날이 지나고 해가 거듭할수록 점점 더 명료해진다. 요즘의 나는 정말 내 인생의 한 가운데에서 인생을 진짜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내 선택 하에 이루어진 지난 일들을 뒤돌아 보면 묘한 희열감을 느낀다. 국어책 읽기보다 수학공식 푸는 것을 좋아한 결과로 공대에 진학을 했다. 전공공부에 매진하기보다 폭넓은 대외활동을 하면서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정적이지만 뻔한 삶보다는 다소 불안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동경해 세계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그런 기조를 유지한 이 연장선 위에서 난 지금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올해 연말 즈음엔 경쾌한 스트로크로 아주 멋드러지게 기타를 쳐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타가 능숙해진 만큼 내 삶 또한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나름 많이 넘어지고 또 깨지고 남모를 눈물도 훔쳤었고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다사다난한 일도 여럿 겪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지금 이 순간으로 귀결된 것이라 생각하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괜찮지 아니한가? 이건 마치 아주 잘 구성된 한 편의 극과 같이 느껴진다. 그래. 굴곡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일들이 모두 다 보상받는 느낌마저 든다. 하나하나 사소했던 그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인생은 편식의 기록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나를 뚜렷하게 구분 짓는 나만의 개성. 이 우주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는 유일한. 다른 어떤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나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 수많은 선택지 중에 굳건히 꽂아내는 나의 깃발. 나의 방향성. 나를 나로써 규정하는 모든 것. 그것이야 말로 나의 자아.
내 지난 편식이 지금의 나를 의미하듯이 나는 편식주의자다.
그리고 나는 편식주의자로서 당당하게 나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편식해 나갈 것이다.
(2)
위...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나 묘사가 너무나 감칠맛 나네요. 멋있는 글, 부러운 글입니다. 이제 그럼 기타리스트 8년차이신 건가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기타 음색, 밴드 음악에 푹 빠져서 공대생인데 기타를 메고 학교에 다니곤 했지요. 음악을 훨씬 덜 듣는 아직까지도 러닝할 땐 Dream theater 를 듣습니다. 이상과 재능의 괴리를 못견디고 기타는 한참 전에 정리했지만요. ㅎㅎ 저도 엄청 따지고 가리면서 독특하게 삽니다. 그래서 편식주의, 열렬히 응원합니다!

아 기타는 애기가 생기면서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ㅋㅋ 잠시 아버지댁에 위탁해놨는데, 초등학생 되면 다시 잡으려고 벼르고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