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공백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




최근, 감사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새로운 다이어리를 샀기 때문입니다.
사실,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노트를 샀다가 한두 장 쓰고 처박아 둔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돈이 아깝고, 끝까지 해내지 못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다이어리나 노트는 언젠가부터 절대로 사지 않는 물건이 되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쇼핑을 했네요.
왜 그동안 다이어리를 쓰다 자꾸 포기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패턴이 꽤 명확하더군요. 처음 며칠은 일기를 쓰다가, 별로 쓸 거리가 없거나 단순히 귀찮아서 빼먹는 날이 생기면 저는 그 공백이 참 불편했습니다. 이가 빠진 것처럼 보이는 빈 칸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죠.
이런 걸 완벽주의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쓸데없는 강박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됐든 두세 번 그런 경험이 쌓이니 일기 쓰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는 다이어리 꼴도 보기 싫어졌고, 아예 펼치지 않게 되었죠. 완벽하게 채우려고 하다가 결국 그 반대가 되어버린, 참 아이러니한 경험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이어리 쇼핑을 한 것은, 이제는 그 공백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 자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 날이, 또는 단순히 귀찮아서 쉰 그 날이, 그냥 그렇게 존재해도 괜찮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거죠.
제가 불편하고 보기 싫었던 것은 단순히 다이어리의 공백이 아니었습니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은 나 자신, 내 모습이었던 거죠. 이제는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피곤해해도, 귀찮아해도, 심지어 나약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