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전부터 Adobe를 사용할 일이 많았었죠.
하지만 약 2년 전부터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Adobe에게는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아는 한도 내에서 콘텐츠 제작 밸류체인 전체를 조망하며, Adobe가 각 구간에서 어떤 위협에 직면해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합니다. 주로 정성적인 내용들이고, 숫자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Valley Insights를 통해 적어보겠습니다.
1. 콘텐츠 제작 밸류체인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먼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밸류체인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콘텐츠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이렇습니다.)
[기획/전략] → [컨셉/시각화] → [디자인/레이아웃] → [촬영·모션그래픽 제작] → [편집/후반] → [매체 최적화·성과 분석]
이걸 기준으로 각 구간에서 Adobe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기획/전략 단계
Before: 브랜드(광고주) → 대행사 브리핑 → 전략 수립
Now: LLM(ChatGPT, Claude)이 시장분석·컨셉 도출·카피라이팅까지 지원. 전략 수립의 진입장벽 자체가 낮아졌습니다.
Adobe 영향: 직접적이진 않으나, 기획 단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대행사 의존도가 줄어들고, 이는 대행사 경유 Adobe 라이선스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② 크리에이티브 컨셉/시각화 단계
Before: 디자이너가 Photoshop/Illustrator로 시안 제작 (수일 소요)
Now: Midjourney, DALL-E로 프롬프트 한 줄이면 컨셉 이미지 수십 장 생성 (수분 소요)
Adobe 영향: 최종 프로덕션(정밀 레이어 작업 등)은 여전히 Photoshop이 강세지만, 초기 스케치와 컨셉 단계에서의 Adobe 의존도는 명확히 하락 중입니다.
③ 디자인/레이아웃 단계
Before: Illustrator, InDesign으로 정밀 작업
Now: Figma가 UI/UX 영역의 사실상 표준 장악 중, Canva가 일반 디자인 영역에 급격하게 침투 중
Adobe 영향: Figma $200억 인수 실패(2023년 규제 철회)로 차세대 협업 디자인 시장에는 전략적 빈틈이 발생했습니다. 요즘 신규 디자이너 세대는 Figma를 기본값으로 학습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픕니다.
④ 촬영·모션그래픽 제작 단계
Before: 실사 촬영은 '프로덕션 하우스 + 현장 촬영 + 수십~수백명이 협업을 하는 형태.
모션그래픽(제품 설명 영상, 인포그래픽, UI 시연 영상, SNS 동영상 광고 등)은 After Effects·Cinema 4D 전문 인력에 외주 방식. 15~30초 모션그래픽 하나에 수백~수천만 원이 드는 것이 일반적.Now: AI 영상 생성(Runway, Pika, Kling)이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모션그래픽 수준의 영상을 생성. 제품 360도 회전, 배경 합성, 텍스트 애니메이션 같은 '중간 난이도' 작업은 AI가 이미 대체 가능한 영역에 진입. 광고 모델 촬영도 AI 생성 이미지로 빠르게 전환 중. K-뷰티 인디브랜드들은 셀럽과 프로덕션에 큰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AI 생성 모델을 글로벌 마케팅에 활발히 활용 중.
Adobe 영향: After Effects가 이 모션그래픽 시장의 사실상 표준이었습니다. 근데, 모션그래픽 외주와 촬영 물량이 감소한다는 건 곧 AE와 Premiere 전문 인력(시트 수)의 감소를 뜻합니다.
⑤ 편집/후반 단계
Before: Premiere Pro + After Effects 독점적 지위
Now: CapCut이 모바일 영상편집 MAU 3억 이상, 모바일 활성 사용자의 81% 점유(Sensor Tower). DaVinci Resolve는 무료 모델로 프로 시장 공략 중
Adobe 영향: CapCut과 Adobe는 직접 경쟁이라기보다 세그먼트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CapCut은 모바일 중심의 소셜 콘텐츠 시장이고, Adobe의 핵심 매출은 PC 기반 프로 시장이니까요.
진짜 문제는 '파이프라인 단절'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초보 → Adobe Pro"라는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 경로가 있었는데, CapCut/DaVinci에서 시작한 사용자가 굳이 Adobe로 넘어올 이유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⑥ 매체 최적화·성과 분석 단계
Before: 매체별 포맷 변환(OSMU)은 디자이너 수작업, 성과 분석은 Adobe Analytics가 강자
Now: Meta Advantage+ Creative라는 서비스는 이미지 확장·배경 생성·영상화·텍스트 최적화를 AI로 자동 처리.(Google Performance Max도 유사 기능 제공) 성과 분석도 Google Analytics 4, Meta 자체 분석 도구로 고도화.
Adobe 영향: 제작-최적화-분석이 매체 플랫폼 안에서 한 번에 끝나면서, 밸류체인 후단에서의 Adobe(Digital Experience 부문) 도구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결국, Adobe는 이 밸류체인의 거의 모든 구간에서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각 구간마다 서로 다른 특화 도구가 Adobe의 각기 다른 제품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Adobe의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형세라고 생각합니다.
2. 왜 기업들은 Adobe를 떠나 내재화를 택하는가
그렇다면 왜 이 변화가 지금 이렇게 빠르게, 밸류체인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을까요?
개인적인 관점으로 풀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