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이 왜 일어나나요?
왜 그런 것일까? 보통 이런 답을 들을 수 있다. "학비가 올라서, 경쟁이 심해서, 양육비가 올라서" . 그러나 그럼 학비는 왜 오르고 경쟁은 왜 심해졌는가, 꼬리 질문의 꼬리 질문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비슷한 경쟁 수준과 비용을 요하는 타국에 비해 왜 한국에서 유난히 급한 저출산이 일어난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질문을 해야한다. 그래서 꼬리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더욱 일반적인 원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나름의 사고 실험을 해보았다.
일단 농경 사회부터 빌드업이 필요하다. 농경사회나 지금이나 생산량을 늘리는 주요 전략은 인구이다. 특히 단위 인구 당 생산량이 비슷한 농경 사회에선 인구 수가 총 생산량을 가장 잘 설명한다. 이때엔 국가의 주요 정책이 아이를 많이 낳게 하고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집단의 총 생산량은 아래와 같은 팩터들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생산 요소란 토지나 물 등을 말한다. 생산 효율성은 투입한 자원인 노동력과 생산 요소 대비 생산량의 비율이 된다.
비슷한 지역에선 환경 요소가 비슷하고 농경사회의 기술은 균일한 편이라 변수가 아닌 상수로 취급하여도 되기에 생산 효율성이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엔 사람을 더 잘 모으고 유지하기 위한 도덕, 종교, 언어, 권위 등이 발명되고 이렇게 더 사람을 많이 모으는 쪽이 생산성과 군사력이 높아 다른 집단을 약탈하고 흡수할 수 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이 발생하면 기술이 더 이상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된다. 기술은 총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만 생산 효율성의 분모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초창기에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가진 집단은 훨씬 빠르게 다른 집단의 생산성을 능가할 수 있게 되어 약탈과 흡수가 가능해진다.
기술이 평준화되면 인구 수가 중요한 경쟁지점이 되다가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런 사이클이 반복될 때 조금씩 생산성의 체질 변해간다. 그 이유는 생산량의 이론적 한계 때문이다.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주어진 기술 수준과 환경 조건에서 이론상 최대 생산량이 존재한다. 가령 원유 매장량 100억 배럴의 환경적 제약과 매일 최대 10만 배럴 생산이 기술적 한계라 할 때 석화산업이 아무리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공장을 늘려도 매일 20만 배럴에 해당하는 석화 제품을 만들거나 총 생산량이 100억 배럴 수준을 넘을 수는 없다.

이처럼 기술 수준의 발달과 인구 증가로 점차 실제 생산량이 이론적 한계에 도달하면 인구나 생산요소를 더 투입하여도 생산량이 늘지 못하거나 증가가 크게 더뎌진다. 한계 생산량 체감과 유사한데, 인구 뿐 아니라 생산요소 또한 변수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생산량이 이론적 리밋에 가까워질수록 인구증가(출산)에 대한 유인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인구 증가보다 생산량 증가가 더디면 개인 당 나눠가지는 몫은 줄어들기 때문.
전반적으로 선진국에서 보이는 저출산 경향은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유달리 빠른 저출산화는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심층적인 케이스 분석을 이어 가야 할 것이다.
이런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분석해보자.
한국은 지하 자원은 없지만 무역하기 좋은 반도의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식민 통치와 전쟁으로 나라가 완전히 망가져 있을 때의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이론적 최대 생산량에 비해 매우 낮다. 따라서 이 시기엔 인구와 생산요소 증가에 대해 생산량 함수 Q가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국가 주도의 노동 집약적 산업이 크게 발전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최대 생산량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기후 환경이 농사에 불리하여 이론적으로 부양가능한 최대 인구 수도 적은 편이다.
이후 기술 발전 주도의 생산량 증가가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일어난다. 공장의 기계화된 대량 가공에 생산요소와 노동력을 투입해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변화한 기술적 조건으로 이론적 최대 생산량 리밋도 크게 높아진다. 다시 한번 인구와 생산요소에 대한 생산량 함수 Q가 지수적, 선형적 증가함수 형태가 된다.
그런 식으로 기술 발전과 인구 증가에 의한 성장이 진행되다가 90년대 쯤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 7,80년대의 높은 성장률에선 사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15%이상으로 매우 높아도 미래 수익 증가율로 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생산량에 ...